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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 상장, 장병규 의장만큼 텐센트도 '대박'

남정석 기자

입력 2021-07-25 16:46

수정 2021-07-26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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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 상장, 장병규 의장만큼 텐센트도 '대박'


"추격자가 아닌, 선도자를 열망했다."



'배틀그라운드'를 글로벌 히트작으로 만든 크래프톤이 드디어 8월 2~3일 일반공모를 거쳐 10일 코스피에 상장될 예정이다. 당초 이달 중순 공모를 실시할 예정이었지만 금융감독원이 비교기업 선정과 실적 환산 기준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라고 요구, 다소 일정이 늦춰졌다. 해외 게임사 및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제외하고 국내에 상장된 엔씨소프트,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펄어비스로 비교기업을 교체하면서 공모가 밴드도 당초보다 10% 이상 낮춰지면서 가격 매력도는 상승했다.

지난 14일부터 27일까지 진행하는 국내외 기관들의 수요예측도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공모가 상단(49만 8000원)을 무난히 찍을 것으로 시장에선 예측하고 있다. 이로써 최대 주주인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을 비롯해 '배틀그라운드'를 개발한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 등 게임계의 또 다른 '주식 부호' 탄생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또 크래프톤은 국내 게임사 중 시가총액 1위를 예약하는 동시에 글로벌 게임사로의 도약을 본격 시작하게 됐다.

▶고집이 터뜨린 대박

2007년 블루홀 스튜디오란 이름으로 창업, 2017년 '배틀그라운드'를 성공시킬 때까지 10년간의 숱한 실패담과 위기 극복을 담은 책 '크래프톤 웨이'에서 장병규 의장은 "우린 빠른 추격자가 아닌, 최초의 선도자가 되기를 열망했다"고 강조했다. '배틀그라운드'가 글로벌에서 터지기 직전, 회사가 보유한 자금이 직원들 2개월치 봉급밖에 남지 않으며 벼랑 끝까지 몰렸던 장 의장으로선 남이 가보지 않던 길을 가고자 했던 '고집'이 비로소 결실을 맺은 것은 물론이고 이후 4년만에 IPO(기업공개)까지 성공시키면서 주식 부호 등극을 앞두게 됐다.

장 의장은 크래프톤 전체 주식의 16.24%(702만 7965주)를 보유한 1대 주주이다. 공모가가 49만 8000원으로 확정될 경우, 주식 평가액이 3조 5000억원에 이른다. 만약 상장 후 주가가 상승할 경우 그 액수는 비례해서 늘어나게 된다. 포브스 코리아가 지난 6월 발표한 국내 주식부호 50명을 기준으로 상위 16위에 해당하는 엄청난 액수이다. 장 의장보다 앞서는 게임계 주식부호는 김정주 NXC 대표(12조 1317억원·3위), 권혁빈 스마일게이트홀딩스 CVO(10조 5744억원·5위) 등 2명밖에 없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2조 8940억원·17위), 방준혁 넷마블 의장(2조 6714억원·18위)보다 앞선 순위다.

이는 국내 상장한 게임사 시가총액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공모가로 환산한 크래프톤의 시가총액이 24조 4000억원인데, 이는 23일 종가 기준 게임 대장주인 엔씨소프트(17조 8267억원)와 넷마블(12조 2914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이는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넥슨(약 21조 1612억원)의 시가총액마저 넘으며, 국내 게임사 중 시총 1위로 등극하게 된다. 물론 글로벌 게임사와의 차이는 여전히 크다.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약 82조, EA는 약 48조원에 이르고 있다.

▶상장 이후가 더 중요하다

크래프톤의 상장으로 장 의장 외에도 고생을 함께 한 임직원들, 그리고 크래프톤의 가치를 눈여겨본 국내외 투자사들도 대박을 앞두게 됐다.

2.51%의 주식을 보유, 장 의장에 이어 개인 2대 주주인 김강석 전 블루홀 대표는 최소 5400억원의 자산을 확보하게 됐다. 또 '배틀그라운드' 개발의 주역이자 장 의장의 KAIST 후배인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1.58%의 주식으로 3400억원을 거머쥐며 업계 개발자들의 부러움을 받게 됐다. 김 대표는 70만주의 신주를 살 수 있는 주식매수선택권까지 주어지며 확실한 보상을 얻었다.

최고 알짜 투자자는 중국의 텐센트이다. 텐센트가 세운 이미지 프레임 인베스트먼트(홍콩)는 장 의장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15.35%를 보유, 지분 가치가 무려 3조 3075억원에 이르게 됐다. 텐센트는 넷마블, 카카오, 카카오게임즈 등 다수의 국내 ICT 기업에 대거 투자를 하며 2~3대 주주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 '배틀그라운드'가 히트한 지난 2017년부터 VC(벤처 캐피탈)나 개인 투자자들이 보유한 크래프톤 구주를 닥치는대로 매입하며 2대 주주까지 오른데 이어 상장의 과실까지 톡톡히 누리게 됐다.

각각 2%와 1% 수준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카카오게임즈와 넵튠 등 국내 게임사들도 최소 수천억원의 투자 수익을 올리게 됐다. 이들 회사들은 크래프톤 관련주로 포함된데다, 카카오게임즈는 '오딘: 발할라 라이징'까지 국내 매출 1위에 등극시키며 주가 상승이라는 보너스까지 얻었다. 이밖에 케이넷문화콘텐츠전문투자조합, 알토스벤처스, 새한창업투자, 대성창업투자, TS인베스트먼트, 아주IB투자 등 전문 투자사들도 최소 수백억에서 최대 1조원까지의 투자 이익을 얻게 됐다.

최근 수년간 VC들이 국내 게임업계에 투자하는 것을 주저하고 있으며, 그 액수도 대폭 줄어든 것을 감안했을 때 크래프톤의 성공적인 상장은 다시 투자자들의 관심을 게임산업계로 돌리는 '마중물' 역할을 한다는 면에선 분명 긍정적인 신호이다. 다만 상장 후 공모가 이상의 주가를 유지하는 것을 뛰어넘어 일반 투자자들에게도 희망을 안겨줘야 이 기세가 이어질 수 있다. 이는 글로벌 메이저 게임사 등극을 목표로 하는 크래프톤이 '배틀그라운드' IP를 잇는 또 다른 히트작을 반드시 출시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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