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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완의 전지적기자시점] '내가 1등이거든' 올림픽 중계…시청률 싸움 의미있나

고재완 기자

입력 2021-07-25 10:41

수정 2021-07-25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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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1등이거든' 올림픽 중계…시청률 싸움 의미있나


[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도쿄올림픽이 개막하면서 지상파 방송3사도 총성없는 시청률 전쟁을 시작됐다. 문제는 너도 나도 "내가 1등"이라고 외치긴 하지만 시청자들에게 와닿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도쿄올림픽 1일차인 24일 안산 김제덕 선수가 양궁 혼성 단체에서 한국의 첫 금메달을 따내면서 방송사들도 신이 났다.

KBS측 23일 개막식에 이어 이날 올림픽 중계에서도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닐슨코리아의 전국 기준 집계에 따라 KBS1의 오후 7시대 시청률이 7.7%를 기록하며 도쿄올림픽 중계 방송 전체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SBS도 자신들이 시청률 1위라고 밝혔다. SBS는 '양궁 혼성 단체전, 펜싱 사브르 개인전, 태권도 58KG 등에서 대한민국이 메달을 획득한 경기들의 시청률을 1위를 휩쓸며 '올림픽 채널'의 명성을 다시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양궁 대표팀이 첫 금메달을 수확한 혼성 단체 결승전에서 SBS가 평균 시청률 6.3%(닐슨코리아 수도권 기준)를 기록, 5.7%의 KBS2와 3.2%의 MBC를 제쳤다는 것이다. 금메달을 딴 순간 최고 시청률은 8.2%까지 올랐다. 또 태권도 남자 58KG 동메달 결정전에서도 SBS는 5.5%를 기록해 4.3%에 그친 MBC와 3.2%의 KBS2를 제쳤다.

SBS는 또 '2049시청률은 더욱 압도적이다. 양궁 혼성 단체 결승전에서 SBS는 3.0%로 2.4%의 KBS2, 1.7%의 MBC를 제치고 1위를 기록한데 이어 펜싱 남자 사브르 동메달 결정전에서 2.6%를 기록, 2.0%의 MBC와 1.3% KBS2에 앞섰다. 태권도 58KG 동메달 결정전 역시 3.8%를 기록하며 2.8%의 MBC, 1.1%의 KBS2와 압도적인 격차로 2049 시청률 1위를 독식했다'고 강조했다.

23일 개막식 중계화면에서 부적절한 영상과 자막으로 사과문까지 발표한 MBC 역시 '1위 주장 싸움'에 참전했다. MBC 측은 전날의 논란을 감안했는지 '시청률에 있어서는 MBC가 선전했다'는 다소 겸손한 문구를 사용했다.

이들은 오후 5시 이후부터 자정까지 2049시청률을 차용했다. MBC는 '첫 금메달을 안긴 양궁 혼성팀 결승전을 비롯해 펜싱 남자 사브르 동메달전, 태권도 남자 58kg급 동메달전 등 주요 메달 결정전 경기들이 방송된 오후 5시 이후부터 자정까지 MBC가 2049 시청률 2.2%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고 강조했다.

지상파 3사 모두 같은 시청률 조사회사의 기록을 활용했지만 기준이 달랐다. KBS는 오후 7시대 전국 시청률을, SBS는 경기별 수도권 시청률을 비교했다. MBC는 오후 5시부터 자정까지 2049시청률로 1위를 주장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지상파 3사의 도쿄올림픽 중계방송 시청률은 큰 차이가 없다. KBS가 전체적으로 조금 높은 편이긴 하지만 7.7%를 기록한 것은 이날 유일하게 전국 시청률 10%를 넘긴 KBS1 '9시뉴스'(10.1%)의 직전 방송이었기 때문이지 중계방송의 차이 때문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광고 수익에 큰 영향이 있기 때문에 '1위 주장'은 방송사 입장에서는 중요한 홍보 수단일 수 있다. 하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큰 차별점 없는 중계방송의 1위 주장은 '허공 속의 메아리'처럼 들릴 뿐이다.

오히려 특색있는 해설위원들의 모습을 전했으면 어땠을까. KBS 양궁중계에는 리우올림픽 양궁 금메달리스트 기보배가 해설을 맡았다. 기 해설위원은 냉정함을 유지하며 선수들을 향해 "차분해야 합니다"라 당부했지만, 선수들이 10점을 기록하자 "10점"이라 소리치며 애써 감췄던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 금메달이 결정되는 순간에는 "너무나도 잘했어요"라 환호하며 선수들과 함께 환희의 순간을 만끽했고 시상식에서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SBS는 박성현 박경모 부부 해설위원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금메달이 확정되자 박경모 위원은 "대한민국 양궁엔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며 감탄했고 박성현 위원은 "이 선수들은 천재가 맞다" "선수들의 열정과 패기, 담대함이 금메달을 따냈다"고 평가하며 부부호흡을 자랑했다.

MBC 장혜진 위원은 이날 일명 '몸바람'과 '타깃바람'의 차이점을 설명하며, 국가대표 출신으로서 우리 선수들이나 경기장 상태 등을 날카롭게 분석하며 전문가적인 모습을 보였다.

언제까지 내 입맛에만 맞는 기준으로 측정한 '시청률 1위'만 주장해야 할까. 시청자들은 이제 이런 발표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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