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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합] "독창적과 유치함, 종이 한 장 차이"…연상호, '부산행→방법'으로 완성한 '연니버스'

조지영 기자

입력 2021-07-21 10:40

수정 2021-07-21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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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창적과 유치함, 종이 한 장 차이"…연상호, '부산행→방법'으로 완…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독창적인 것과 유치한 것은 종이 한 장의 차이다." 전 세계 'K-좀비' 신드롬을 일으킨 '개척자'이면서 감독부터 작가까지 멀티테이너로 활약 중인 연상호(43)의 '연니버스(연상호 세계관)'는 종이 한 장 차이의 두려움을 극복하고 만들어진 결실이었다.



되살아난 시체 재차의에 의해 기이한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이들이 누군가에 의해 조종당하고 있다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쫓는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 '방법: 재차의'(김용완 감독, 클라이맥스 스튜디오 제작). 2020년 3월 종영한 tvN 드라마 '방법'에 이어 스핀오프 버전인 '방법: 재차의' 각본을 맡은 연상호 작가가 21일 오후 스포츠조선과 화상 인터뷰를 통해 '방법: 재차의'에 쏟은 열정과 작품에 담은 진심을 털어놨다.

'방법: 재차의'는 용재총화에 등장하는 한국 전통 설화 속 요괴인 재차의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오컬트 스릴러다. 좀비의 원형에 가까운 존재이기도 한 재차의는 주술사의 조종을 받아 어떤 장애물도 뚫고 동시다발적으로 동일 목표를 향해 달려드는 캐릭터. 드라마의 세계관을 유지하되 재차의라는 새로운 캐릭터와 더욱 업그레이드된 스케일, 강력한 액션 등을 더하며 드라마와 또 다른 매력을 전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방법: 재차의'는 앞서 드라마 '방법'과 마찬가지로 연상호 감독이 각본을 쓰고 드라마를 연출한 김용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특히 연상호 작가는 '연상호 유니버스'를 구축할 정도로 자신만의 확실한 세계관을 펼쳐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연상호 감독은 인간의 잔혹성을 생생하게 묘사한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11)으로 전 세계 36개국 영화제를 비롯해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 최초로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되며 영화계의 주목을 받은 감독이자 애니메이터, 그리고 작가다. 첫 실사 영화 '부산행'(16)으로 1156만 관객을 동원, 국내외 매체의 극찬을 받으며 K-좀비 열풍을 일으킨 데 이어 그 이후의 이야기를 그린 '반도'(20)를 통해 세계관을 완성했다. 애니메이션부터 영화, 드라마 그리고 OTT와 웹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플랫폼에서 감독과 작가의 역할을 넘나들며 독보적인 크리에이터로 맹활약하는 그가 '방법:재차의'의 각본으로 다시 한번 관객을 사로잡을 전망이다.

'방법: 재차의' 각본가로 이름을 올린 연상호 작가는 "드라마에서 방법사 백소진(정지소) 캐릭터의 귀환을 생각했다. 괜찮고 멋있는 컴백이 담긴 에피소드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여기에 영화적으로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다. 드라마 시나리오를 쓰면서 조사를 많이 했는데 특히 한국의 전통 요괴를 찾아보게 됐다. 한국에 초자연적인 존재들이 많더라. 그중 몇 개에 관심이 갖게 됐고 재차의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사실 재차의는 좀비라는 생각은 안 했고 주술사에 조종당하는 시체라고 생각했다. 강시 같은 존재라고 생각했다. 강시도 도사에 의해 강시가 조종되지 않나? 재차의도 그런 것으로 생각했다. 백소진의 귀환을 다룬 에피소드를 생각하면서 영화는 동적인 요소, 동선들이 필요했는데 직관적인 재차의가 떠올랐다"고 밝혔다.

'방법' 세계관에 담은 메시지에 "사실은 오랫동안 작업을 하면서 '과연 나는 주체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일까?'라는 의문을 갖고 있었다. 나라는 존재를 떠올리면 내 안에서 주체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 같지만 따지고 보면 이데올로기 안에서 움직이는 것 같다. 내 작품 중 종교적 이야기를 다룬 것도 있고 경중은 다르지만 조금씩은 무언가에 의해서 조종당하고 있다는 그런 생각을 계속해왔던 것 같다. 그런 걸 조종하는 힘이나 조종당하는 존재에 관심이 많아 '방법: 재차의'에 다뤄봤다"고 설명했다.

살아 움직이는 시체 재차의를 구현한 부분에 대해서는 "'부산행' 당시 좀비의 움직임을 만드는 부분이 어려웠다. 서양의 좀비를 그대로 한국으로 가져와 써도 될 문제가 아니었다. 한국 관객이 받아들일 수 있는 좀비의 움직임이 필요했고 그 고민 끝에 나온 좀비가 '부산행'이었다. 그리고 '부산행' '반도' 속 좀비와 '방법: 재차의'의 재차의 개념은 다르다"며 "재차의는 칼군무 같은 느낌이 있다. 물론 김용완 감독, 전영 안무가와 함께 재차의를 처음 구현할 때 어떻게 보일지 우려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 강시를 생각했다. 강시는 얼어 죽은 시체이지 않나? 지금 생각해보면 그 움직임을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강시의 움직임을 처음 만든 이들이 택한 것은 유니크함이었다. 몇십 년이 지나도 시그니처가 된 움직임이 됐다"고 감탄했다.

무엇보다 연상호 감독은 "아주 유니크한 것과 혹은 그 반대의 아주 유치한 것은 종이 한 장의 차이인 것 같다. 모두가 그런 도전에 앞서 비판을 듣는 걸 두려워한다. 그래서 나는 강시의 움직임을 처음 만든 사람들의 마음으로 재차의를 디자인하길 바랐다. 결과적으로 재미있고 유니크한 재차의가 탄생한 것 같다"고 자신했다.

연상호 작가는 '방법: 재차의'를 직접 연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확고한 방향을 가졌다. 그는 "나는 지금의 영화, 드라마 쪽 엔터테인먼트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이 시기에 시도할 수 있는 것이 많고 그중에 무언가가 새롭게 변화해 시장에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을 계속해왔다. 다만 개인이 진행하는 것은 시간적,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2년 전 '지옥'이라는 웹툰 작업을 최규석 만화가와 함께 작업했다. 내가 쓴 글을 만화로 표현한 부분이 신선하고 좋더라. 비슷한 시기에 나온 드라마 '방법'도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쓴 걸 내가 연출하면 뻔한 부분이 있었는데 다른 이들이 연출하면서 내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보여준다는 게 개인적으로 즐거운 경험이었다. 물론 내가 쓴 글을 내가 다 연출할 수도 있지만 다른 창작자들과 콜라보레이션을 해보고 싶었다"며 "김용완 감독이 영화 연출에 들어오면서 새롭게 만들어진 부분이 상당히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김용완 감독이 영화도 연출을 맡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현장에서 작가로서 연출을 보게 되지 않나? 사실 영화 연출을 했을 때 내가 만든 영화를 평하기에 앞서 객관적인 눈을 가졌는지 의문이 될 때가 있다. 작가가 되니까 감독과 달리 또 신선하고 재미가 있더라. 기대하면서 기다리게 되는 부분이 있었다. 신선하고 재미있는 부분이 있었다. 그리고 내 작품을 연출할 때도 참고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 종사자로서 내 시나리오를 다른 아티스트에게 맡기는 것도, 혹은 다른 사람이 쓴 시나리오를 내가 연출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앞으로 얼마나 활동할지 모르겠지만 여력이 있을 때 여러 경험을 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부산행'과 '반도', 그리고 '방법' 시리즈까지 자신만의 '연니버스'를 구축한 것에 대해서도 "유니버스라는 말이 유행되고 있고 거기에서 '연니버스'라는 말이 만들어져 민망하다. 개인적으로 '연니버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방법'만의 독자적인 세계관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내 개인이 만들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연출을 맡은 감독, 배우들이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도 드라마 같은 경우는 조민수 선배가 연기한 진경 도사 등 전작이 이후 세계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많다. 이런 세계관이 큰 재미를 느낀다면 유연성 있게 작품을 이어갈 수 있는 것 같다. 트랜스미디어(하나의 스토리가 영화, 드라마, 도서, 웹툰, 공연, 게임 등 다양한 미디어를 넘나들며 확장되고 서로 융합하는 현상)라는 말이 있는데 그런 것의 장점인 것 같기도 하다. 다만 각 매체가 유기적으로 결합이 잘 될 것 같지만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답했다.

연상호 감독은 높은 기대감에 대해 "당연히 부담감이 없을 수가 없다. 작가로서 관심을 받는다면 정말 행복한 일이다. 부담감보다 행복함이 크다. 한때는 아무리 작업해 작품을 만들어도 관심을 못 받을 때도 있었다. 관심과 기대치가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잘 안다. 그리고 기대치만큼 결과를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늘 있다"며 "늘 말하지만 기대치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주려고 하면 그만큼 실패도 따르는 것 같다. 반대로 안정감을 선택하면 그만큼 재미가 없어지는 것 같다. 창작자로서는 재미있고 유니크함을 위해 계속 시도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안정적인 부분을 택했다면 아예 이 직업을 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연상호 감독은 "'방법: 재차의'는 내가 너무 사랑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세계관을 펼치기 너무 좋은 작품이다. 김용완 감독과도 이야기했는데 이 작품을 누가 연출하냐의 문제가 아니라 이 세계관이 계속 펼쳐지길 바랐다. 이후 시리즈에 대한 궁금증이 개인적으로 있다. 이 세계관 자체가 물에 스며들듯 쭉 나왔으면 좋겠다. 그게 '방법' 시리즈의 세계관이기도 하다. 초등학교 앞에서 보는 '오싹오싹' 공포물 책을 보는 것과 같은 매력이 있다. 관객도 부담감 없이 즐겼으면 좋겠다

'방법: 재차의'는 엄지원, 정지소, 정문성, 김인권, 고규필, 권해효, 오윤아, 이설 등이 출연했고 드라마 '방법'을 연출한 김용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8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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