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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오스카 이어 칸 女감독 최고상…세계 영화판 흔드는 여성감독 전성시대

이승미 기자

입력 2021-07-19 10:20

수정 2021-07-1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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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이어 칸 女감독 최고상…세계 영화판 흔드는 여성감독 전성시대
A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오스카에 이어 칸까지, 여성 영화감독의 활약이 그 어느 때보다 눈부시다.



지난 17일(현지시각) 폐막한 제74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은 38세의 젊은 프랑스 여성 감독 줄리아 뒤쿠르노의 '티탄'에 돌아갔다. 여성 감독이 황금종려상을 받은 건 1993년 '피아노'(제인 캠피온 감독) 이후 무려 28년만이다.

소녀가 어른이 되어 가는 성장 드라마를 식인(食人)과 접목시켜 풀어간 충격적 호러 영화 '로우'(2017)로 데뷔하자마자 주목을 받았던 줄리아 뒤쿠르노 감독은 두번째 영화 '티탄'으로 역대 두번째 황금종려상을 들어올린 여성 감독으로 기록되는 영광을 누리게 됐다.

'티탄'은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뇌에 티타늄을 심고 살아가던 여성이 기이한 욕망에 사로잡혀 일련의 사건에 휘말리다 10년 전 실종된 아들을 찾던 슬픈 아버지와 조우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는 호러 영화로, '로우' 만큼이나 충격적인 스토리와 비주얼로 가득한 작품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줄리아 뒤쿠르노 감독은 시상식 이후 전 세계 취재진과 만나 "내가 받은 상이 내가 여성인 것과는 관련이 없길 바란다"면서 "제인 캠피온이 이 상을 받았을 때 어떤 기분이었을지 많은 생각이 든다. 앞으로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여성 수상자가 뒤를 이을 것"라는 소망을 전했다.전 세계 3대 영화제 중 가장 권위가 높고 가장 '엘리트적'이라고 평가받는 칸 영화제에 앞서, 대중적인 할리우드를 그대로 반영하는 미국 최고의 영화상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여성 감독의 활약은 눈부셨다. 4월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39세의 중국계 미국인 감독 클로이 자오가 연출한 '노매드랜드'가 최고상은 작품상과 감독상을 가져갔다. 클로이 자오 감독은 '하트로커'의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2010년, 제82회 아카데미) 이후 감독상을 수상한 두번째 여성 감독이자 첫 아시아 여성이라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앞서 '노매드랜드'는 제77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는데, 이는 아시아계 여성 최초의 기록이자 1984년 '엔틀'의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감독 이후 37년만에 이뤄진 두번째 여성 감독의 수상이라 더욱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또한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93년 역사상 최초로 두 명의 여성 감독의 작품상과 감독상 후보에 올랐고, 클로이 자오 감독과 함께 경쟁했던 여성 감독인 '프라미싱 영 우먼'의 에메랄드 펜넬 감독은 각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여성 감독의 약진으로 인해 여성 감독이 연출하는 작품의 폭 또한 넓어지고 있다. 남성 감독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대형 프랜차이즈 블록버스터 영화의 메가폰 또한 여성 감독이 맡게 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클로이 자오 감독의 차기작은 오는 11월 개봉을 앞둔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최고 기대작이자 최고의 스타 안젤리나 졸리와 마동석이 호흡을 맞추는 작품으로 국내에서도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는 '이터널스'다.

개봉 10여 일만에 전 세계에서 무려 2억3271만달러(약 2700억원, 19일 오전 박스오피스 모조 기준)를 벌어들이고 있는 2021년 MCU 첫 번째 영화 '블랙 위도우' 역시 여성 감독 케이트 쇼트랜드가 메가폰을 잡았고, 2022년 11월을 목표로 제작되는 '캡틴마블2'인 '더 마블스'의 감독도 여성 감독인 니아 다코스타로 확정됐다. 니아 다코스타는 마블 영화 최초 흑인 여성 감독이다.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북미를 비롯한 전 세계 대부분의 극장이 정상 운영되지 못했던 지난해 12월 OTT플랫폼인 HBO맥스와 동시 개봉됐음에도 불구하고 OTT수익을 제외한 극장 수익만 1억6653만달러(약 1900억원)을 벌어들인 DCEU(DC 확장 유니버스) 영화 '원더우먼 1984' 역시 여성 감독인 패티 젠킨슨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다.

할리우드 뿐만 아니라 충무로에서도 여성 감독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실력파 여성 신예 감독들의 연이은 등장이 극장에 활력을 불어넣어주고 있는데, 지난 해 말 열린 국내 최고 영화 시상식인 청룡영화상의 신인감독상 후보에는 배우 출신인 '사라진 시간'의 정진영 감독을 제외한 네 명의 후보가 모두 여성이었던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정진영 감독과 함께 김도영 감독('82년생 김지영'), 김초희 감독('찬실이는 복도 많지'), 윤단비 감독('남매의 여름밤'), 홍의정 감독('소리도 없이')이 후보에 올랐고, 홍의정 감독이 수상했다.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hc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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