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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합]"인간惡 표현 위해 필요"…'랑종' 高수위+금기 표현에 대한 감독의 대답(ft.강아지 냄비신)

이승미 기자

입력 2021-07-08 11:39

수정 2021-07-08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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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惡 표현 위해 필요"…'랑종' 高수위+금기 표현에 대한 감독의 대답…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랑종'의 높은 수위와 금기들, '인간의 악(惡)'이란 메시지 위해 꼭 필요했죠."



올 여름 관객에게 최고의 공포를 선사할 화제의 호러 영화 '랑종'(㈜노던크로스·GDH 제작).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반종 피산다나쿤(42) 감독이 8일 오전 한국 취재진들과 화상 연결을 통한 라운드 인터뷰를 갖고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호러 마니아들 사이에서 '가장 무서운 아시아 호러 영화'로 꼽히는 전설의 '셔터'(2005)로 혜성처럼 등장, 태국 호러 영화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 받은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은 2014년 코믹 호러 '피막'으로 태국 영화 최초로 천만 관객을 동원, 역대 박스오피스 1위 기록을 세우며 태국 대표 감독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런 그가 '셔터', '샴'(2007) 이후 오랜만에 선보이는 호러 '랑종'으로 상상하지도 못했던 극강의 공포를 선사한다.

'곡성'(2016) '황해'(2010) '추격자'(2008)를 연출한 충무로 천재 감독인 나홍진이 원안과 제작을 맡아 더욱 화제를 모은 '랑종'은 태국 이산 지역의 낯선 마을, 신내림이 대물림되는 한 가족이 경험하는 미스터리한 현상을 마치 실제처럼 페이크 다큐 형식으로 담아낸 호러 영화다. 존재하는 모든 것에 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토속 신앙이 깊게 뿌린내린 마을에서 대를 이어 조상신인 바얀 신을 모셔온 무당 님(싸와니 우툼마)가 어느 날부터 이상 증세를 보이는 조카 밍(나릴야 군몽콘켓)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스릴 넘치면서도 공포스럽게 그려낸다.이날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은 "태국어로 제작된 태국 영화가 한국에서 개봉을 앞두고 있어서 흥분된다"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랑종' 프로젝트 이전부터 나홍진 감독의 팬이었다는 사실을 수차례 밝혔던 반종 감독은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한 대학의 강의를 위해 한국에 방문했었고, 그때 나 감독님을 처음 뵙게 됐는데 그때 굉장히 프렌들리한 분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이번에 협업을 함께 하면서 느낀 점은, 나 감독님은 다른 사람보다 '한 차원 높은 분'이라는 거다.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나 감독님으로부터 굉장히 많은 걸 배웠다. 나 감독님은 우리 프로젝트가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굉장히 많은 지원을 해주셨고, 영화의 모든 신들이 높은 수치의 파워를 가질 수 있도록 도움을 주셨다"고 밝혔다.

나 감독과의 협업 진행과정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이번 일이 색다른 경험"이었다는 그는 "코로나로 인해 감독님을 자주 만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촬영 전에 나 감독님이 태국에 방문하셔서 함께 협업을 해 나가려고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쉽지 않았다. 원안을 받은 후에 제가 한국에 한번 방문을 했었고. 이후에는 화상 통화를 하거나 그날 찍은 촬영 자료를 주고 받고, 또 코멘트를 주고 받으면서 협업을 했다. 나 감독님은 많은 간섭보다는 제게 굉장히 많은 자유를 주셨다. 굉장히 자율적인 협업을 진행했다"고 전했다.그러면서도 나 감독의 존재 자체로 굉장히 큰 부담을 느꼈다는 그는 "그동안 많은 영화 작업을 해왔지만, 이번 영화에서 가장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 이유는 천재 감독님인 나 감독님이 계속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엄청난 압박감을 받았다. 나 감독님께 촬영본을 보내기 전에 항상 '이게 완벽한게 맞나' 고민을 많이 했다"고 솔직히 말했다.

레전드 호러 영화 '셔터'와 '샴'을 통해 국제적 명성을 얻게 됐던 그는 한동안 호러 영화에 멀어져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 묻자 "'샴' 이후 호러 영화에 회의를 느껴서 오랫동안 호러를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리고는 "그런데 호러와 멀어져 있던 동안 가장 흥미롭게 본 호러 영화가 바로 '곡성'이었다"며 "귀신 보다는 분위기 그 자체에 공포를 느끼게 하는게 흥미로웠다. 그동안 호러 영화와는 차별화는 작품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런 나 감독님께서 제안을 해주셔서 정말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언론시사회로 영화가 첫 공개된 후 높은 표현 수위로 모두에게 충격을 안겼던 영화 '랑종'. 반종 감독은 이에 대해 "모든 필름메이커들은 모든 영화를 제작하실 때 수위에 대한 고민을 할 거다. 이번 영화도 나 감독님과 제가 수위에 관련해서 많은 논의 거쳤다. 어떤 감독도 청소년관람등급을 받고 싶지 않을거다. 관객 동원에도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장면들은 영화의 스토리와 메시지에 꼭 필요한 장면이었다"고 설명했다.

반려견 살해, 유아 살해, 존속 살해 등 일반적인 호러영화에서도 쉽게 다루지 못하는 금기까지도 거침없이 다루는 것에 대해서도 "이 부분 역시 나 감독님과도 많은 회의를 했다. 다시 말씀드리자면 이 모든 장면들은 저희 영화에 꼭 필요한 장면이라고 생각한 것들이다. '인간의 악(惡)' 그리고 원죄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꼭 필요한 장면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특히 관객들에게 가장 큰 충격을 안겼던 일명 '강아지 냄비신'에 대한 부가 설명을 덧붙였다. "이 영화의 귀신 등에 존재에 대한 설정은 기존의 공포 영화의 설정과는 많이 다르다. 태국 이산 지방의 사람들은 진짜 인간 뿐만 아니라 짐승이나 동물 모든 것에 귀신이 담겨 있다고 믿고 있기에, 그걸 표현하려고 했다. 또한 강아지 관련된 장면은 나홍진 감독님의 원안에도 있었다"라며 "물론 극중 강아지 럭키를 냄비에 넣는 장면을 촬영 할때는 굉장히 조심했다. 럭키를 냄비에 넣는 장면이 보실 때는 잔인해보일 수 있지만 실력 있는 능숙한 지도 하에 촬영했다. (무서운 장면과는 달리)현장에서는 럭키는 눈이 초롱초롱하게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고, 절대 럭키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노력했다. 학대 같은 것도 절대 없었다. 강아지가 들어간 냄비가 흔들리는 신은, 안에 진짜 강아지는 없었고 배우가 손으로 잡고 흔든거다"고 강조했다.

반종 감독은 귀신 들린 사람들의 표현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귀신이 들어와서 이상증세를 보이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태국에서 만난 30명의 무당들의 리서치를 통해 컨셉을 잡았다. 그리고 귀신 들린 사람들의 몸 동작에 대해서 배우들과 저, 나 감독님, '곡성' '부산행'에 참여하셨던 안무가님과 상의해서 디자인했다"라며 "영화의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서 대본은 대략적인 중요한 가이드라인만 가지고 촬영했다. 이런 식으로 촬영한 건 저도 이번이 처음이다. 배우들과 카메라까지도 즉흥적으로 촬영했다. 또한 나감독님께서도 중요한 말을 해주셨는데, 'Camera should have soul'(카메라도 영혼이 있어야 한다)이라고 말씀해주셨고 그걸 모토로 촬영했다"고 전했다.인상적인 주연 배우들의 캐스팅에 대해서도 말했다. "나 감독과 저 모두 '유명인이면 안된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 영화가 많은 사람이 리얼리티를 통해 생각을 하게 하는게 목적인데, 유명한 배우가 나오면 리얼리티가 살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데 연기하기가 어려운 캐릭터이기 때문에 유명하진 않으면서도 연기 경험이 풍부한 배우여야만 했다. 그래서 연극 배우들 중에서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하게 됐다. 특히 밍 역의 니릴야 군몽콘켓 배우는 아주 돋보이는 배우였다. 처음에는 그냥 젊고 예쁜 여성으로 보이지만 후반에는 굉장히 터프한 연기를 해야 해서 그 부분에 집중을 많이 했다. 밍 캐스팅이 정말 어려웠는데 오디션만 다섯번에 걸쳐 봤다"고 전했다.

무시무시한 호러 영화 제작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반종 감독은 이날 "난 사실 무당과 귀신의 존재를 믿지 않았던 사람"이라고 전해 눈길을 끌었다. "저는 귀신을 본 적도 없고 무서워하지도 않는다"라면서 '그런데도 공포영화를 만들고 보는 건 즐긴다. 영화를 보면서는 공포감을 느끼지만 보고 난 후에는 잠도 잘 자고 전혀 공포감을 느끼진 않는다. 그런데 아주 귀신이 없다고 생각하냐고 묻는다면, 그건 잘 모르겠다"며 웃었다.

그리고는 "또한 저는 무당 같은 걸 믿지 않는 사람이었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냐고 질문을 받는다면, 제가 리서치를 하면서 30명의 무당을 만나게 됐고, 이유를 알 수 없는 이상한 현상을 접하게 됐다고 답하고 싶다"라며 "한번은 제가 아무말도 한적이 없는데 한 무당인 제게 '이번에 외국인과 함께 일을 하게 됐지?'라고 묻기도 했다. 그리고 이 영화의 배경이 된 이산 지역에 많은 무당이 있는데, 그 무당들이 많은 이들에게 대가를 받고 일하는게 아니라는 걸 보고 단순히 금전적 목적으로, 대가성을 목적으로 이 일을 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리고는 "'무당이 진짜다, 아니다'라는 걸 떠나서 무당은 그 지방 사람들에게 정신과 의사 같은 역할을 하는게 아닌가 싶다"고 생각을 전했다.마지막으로 그는 "나 감독님께서 '정말 무서운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저는 무서운 영화보다는 '정말 좋은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나 감독님의 원안이 너무 마음에 들었고 태국 무속 신앙에 대한 리서치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알게 된 후 새로운 세계관을 만들고 싶었다"라며 "아쉬운 점이 없는 퍼펙트한 작품은 없다. 모든 영화들이 만들고 나서 보면 아쉬운 장면이 조금씩 보인다. 하지만 이 영화의 만족도는 80%가 넘는다. 훌륭한 나 감독님과 함께 최선을 다해 촬영했다. 그렇기에 관객의 반응에 대해서는 관객분들에게 맡기고 싶다"고 전했다.

'랑종'은 오는 14일 개봉한다.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 제공=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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