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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더할나위 없는 역사적 순간"…봉준호 감독X송강호, 칸 개막식서 완성한 랑데뷰(종합)

조지영 기자

입력 2021-07-07 09:47

수정 2021-07-07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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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할나위 없는 역사적 순간"…봉준호 감독X송강호, 칸 개막식서 완성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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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한국 영화사에 잊지 못할 순간이 추가됐다. '영화 동지' 봉준호 감독과 배우 송강호가 2년 만에 전 세계 영화인들이 선망하는 영화의 바다, 칸에서 완벽한 랑데뷰를 가졌다.



봉 감독과 송강호는 6일(현지시각) 개막한 제74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각각 '랑데부 아베크…(rendez-vous avec…)' 특별 게스트, 경쟁 부문 심사위원 자격으로 개막식에 참석했다.

이날 개막 선언에서 봉 감독은 "집에서 혼자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데 피에리 프리모 집행위원장이 연락을 줘 이렇게 오게 됐다. 집행위원장이 영화제 오프닝을 선언해 달라고 했고 순간 '왜 내가?'라며 당황하기도 했다"고 겸손을 보였다. 이어 "피에리 집행위원장이 '지난해 안타깝게 코로나19로 인해서 영화제가 열리지 못해서 한 번의 끊어짐이 있었는데 그 끊어짐을 연결 해달라'고 부탁했다. '기생충'(19)이 칸영화제가 한 차례 끊어지기 전 마지막 영화라서 내가 이런 역할을 맡게 된 것 같다"고 개막 선언을 하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봉 감독은 "오늘 이렇게 와서 여러분이 모여있는 모습을 보니까 끊어졌었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영화제는 멈춘 적이 있지만, 영화는 한 번도 멈춘 적이 없다. 뤼미에르 형제의 영화에서 기차가 달린 후로 이 지구상에서 시네마는 단 한 번도 멈춘 적이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위대한 필름메이커와 아티스트들이 그것을 증명해주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해 함께 있는 모든 영화인을 감동하게 만들었다.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전 세계가 사랑하는 감독으로 거듭난 봉 감독은 2019년 열린 제72회 칸영화제에서 '기생충'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칸 최고의 스타로 등극했다. 2년 만에 다시 칸 무대에 올라 코로나19 팬데믹 속 의미 있는 개막을 선언한 그는 특유의 겸손과 재치, 진정성 있는 이야기로 다시 한번 전 세계 영화인을 사로잡았고 이러한 역사적인 순간에 가장 가까이에 송강호가 있었다. 심사위원 자리에 앉아 송강호의 개막 선언을 경청한 송강호는 봉 감독의 '페르소나'로서 응원을 아끼지 않았고 이 모습은 전 세계에 공개돼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송강호는 1994년 신상옥 감독, 2009년 이창동 감독, 2014년 전도연, 2017년 박찬욱 감독에 이어 한국 영화인으로는 다섯 번째이자 한국 남자 배우 최초로 올해 칸영화제 경쟁 부문 심사위원으로 위촉됐다. 심사위원장인 스파이크 리 감독과 프랑스·세네갈 출신 마티 디옵 감독, 캐나다·프랑스 출신 싱어 송 라이터 밀레느 파머, 미국 출신 배우이자 감독 매기 질렌할, 오스트리아 출신 예시카 하우스너 감독, 프랑스 출신 배우이자 감독 멜라니 로랑, 브라질 출신 클레버 멘돈사 필로 감독, 프랑스 출신 배우 타하르 라힘 등 8명과 함께 11일간 경쟁 부문에 오른 작품을 심사하고 12일째인 폐막식 수상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올해 칸영화제는 그야말로 톱스타 대 톱스타의 만남,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두 거장의 만남으로 화려한 포문을 열었다. 송강호는 7편의 봉 감독 장편 작품 중 '살인의 추억'(03) '괴물'(06) '설국열차'(13) '기생충'까지 무려 4편의 명작을 함께한 명실상부 '봉준호의 페르소나'다. 실제로 2년 전 '기생충'이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할 당시 유일하게 봉 감독의 곁을 지키며 수상의 기쁨을 함께 나눴고, 봉 감독도 이런 송강호를 향한 애정과 존경, 감사함을 담아 수상 포토월 행사에서 송강호에게 황금종려상 상패를 바치는 퍼포먼스를 보여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다. 이후 봉 감독과 송강호는 지난해 열린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까지 함께하며 작품상·감독상·각본상·국제장편영화상 수상의 기쁨도 함께했다.

이렇듯 서로에게 영감을 주는 뮤즈이자 소울메이트인 봉 감독과 송강호는 작품 밖에서도 굳건한 우정을 과시했다. 칸 이후 2년 만에, 그리고 아카데미 시상식 이후 1년 5개월 만에 성사된 봉 감독과 송강호의 랑데뷰로 인해 칸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 수상 못지 않는 아름다운 한 장면이 완성됐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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