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영화제는 멈춘 적이 있지만, 영화는 한 번도 멈춘 적이 없다."
봉준호 감독은 6일(현지시각)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에서 열린 제74회 칸국제영화제 개막식 무대에 깜짝 등장했다. 개막식 직전까지도 봉 감독의 영화제 참석은 알려지지 않아, 그의 등장은 모두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2년 만에 다시 칸 무대를 밟게 된 봉 감독은 한국어로 "선언합니다"라고 외치며 송강호를 비롯한 심사위원들과 함께 올해 칸영화제 개막을 알렸다.이어 마이크를 잡은 봉 감독은 "집에서 혼자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데 피에리 프리모 집행위원장이 연락을 주셔서 이렇게 오게 됐다. 와서 영화제 오프닝을 선언해 달라고 하시더라. 그래서 '왜 제가?'라고 질문을 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피에리 집행위원장이) '작년에 안타깝게 코로나로 인해서 영화제가 열리지 못해서 한번의 끊어짐이 있었는데 그 끊어짐을 연결을 해달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기생충'이 영화제가 끊어지기 전의 마지막 영화라서 제가 이런 역할을 맡게 된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오늘 이렇게 와서 여러분이 모여있는 모습을 보니까 끊어졌었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영화제는 멈춘 적이 있지만, 영화는 한 번도 멈춘 적이 없다"라며 "뤼미에르 형제의 영화에서 기차가 달린 후로 이 지구상에서 시네마는 단 한번도 멈춘 적이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이자리에 모인 위대한 필름메이커와 아티스트들이 그것을 증명해주고 있다고 믿는다"며 특유의 유려한 말솜씨를 뽐냈다.봉준호 감독은 현지시각으로 7일 오전 11시에 관객과 함께 진행되는 행사인 '랑데부 아베크'에 참석할 예정이다. 봉 감독을 비롯해 배우 조디 포스터, 맷 데이먼, 위자벨 위페르 등이 함께 참석한다.
봉 감독과 함께 2년전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수상 영광을 함께 안았던 송강호는 올해 영화제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심사위원으로 위촉됐다. 올해 심사위원장으로는 스파이크 리 감독이 선정됐으며, 송강호를 비롯해 세네갈 출신 마티 디옵 감독, 캐나다·프랑스 출신 싱어 송 라이터 밀레느 파머, 미국 출신 배우이자 감독 매기 질렌할, 오스트리아 출신 예시카 하우스너 감독, 프랑스 출신 배우이자 감독 멜라니 로랑, 브라질 출신 클레버 멘돈사 필로 감독, 프랑스 출신 배우 타하르 라힘 등 총 9인의 영화인들이 심사에 참여한다.
본격적인 개막식에 앞서 진행된 칸영화제 심사위원 공식 기자회견에서 송강호는 "사실 저는 올해도 (영화제를) 못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우선 들었다. 그만큼 팬데믹이 위협적이었으니까. 그런데 이렇게 기적과 같이 여러분께 인사드리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며 영화제 개최 및 심사위원 참여 소감을 전했다.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오프라인 개최를 포기하고, 공식 선정작 56편의 리스트를 공개하는 걸로 시상식을 대신 했던 칸영화제는 올해 2년만에 정상 개최됐다. 다만 아쉽게도 올해 칸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는 단 한편도 경쟁 부문에 초청되지 못했다.
하지만 수상과 관련이 없는 비경쟁 부문인 '칸스 프리미어(Canne´s premire)'와 '비경쟁(Out Of Competition)' 섹션에 각각 홍상수 감독의 신작인 '당신을 얼굴 앞에서'와 한재림 감독의 신작 '비상선언'이 초청됐다. 홍상수 감독을 비롯한 '당신의 얼굴 앞에서' 출연 배우들은 이번 영화제에 참석하지 않지만, '비상선언'의 송강호, 이병헌, 임시완은 참석해 레드카펫을 밟는다. 송강호가 심사위원으로도 참여한데 이어 이병헌은 폐막식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시상자로 무대에 설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