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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합] 길해연 "작품으로 소풍 다니는 복 받은 배우..美진출도 계속 도전"('미드나이트')

조지영 기자

입력 2021-07-01 12:57

수정 2021-07-01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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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해연 "작품으로 소풍 다니는 복 받은 배우..美진출도 계속 도전"('…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시간이 지날 수록 그 가치가 더욱 빛나는 사람이다. 매 작품 명품 연기와 파격 변신으로 '천의 얼굴'을 증명하는 배우 길해연(57)은 작품에서 신뢰의 중심이자 상징 그 자체다.



티빙 오리지널 추격 스릴러 영화 '미드나이트'(권오승 감독, 페퍼민트앤컴퍼니 제작)에서 연쇄살인마 도식(위하준)의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경미(진기주)의 엄마를 연기한 길해연. 그가 1일 오후 스포츠조선과 화상 인터뷰를 통해 '미드나이트'에 쏟은 열정과 작품을 향한 진심을 고백했다.

한밤중 도시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소리 없이 쫓고 쫓기는 극한의 사투를 담은 추격 스릴러 '미드나이트'. 소리를 들을 수 없고 말도 할 수 없는 살인사건의 목격자와 오직 살인이 목적인 두 얼굴의 연쇄살인마의 멈출 수 없는 추격전은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추격 스릴러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미드나이트'에서 딸 경미와 같은 청각장애를 가진 엄마를 연기한 길해연은 진기주와 환상의 케미스트리를 펼쳐 눈길을 끌었다.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괴물' '로스쿨', 그리고 현재 방영 중인 tvN '보이스4'까지 전천후 활약을 펼친 길해연은 '미드나이트'에서 도식의 정체를 가장 먼저 알아차리고 위험에 빠진 딸을 지키려는 뜨거운 모성애 연기를 펼쳤다. 섬세한 수어 연기는 물론 진폭이 높은 감정 연기를 완벽히 소화하며 '명품 배우'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길해연은 진기주와 함께 '미드나이트'에서 수어 연기를 도전했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수어 연기가 힘들지는 않았다. 내가 맡은 경미 엄마 역할은 언어를 많이 사용하는 캐릭터는 아니었다. 감정도 눌러서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진기주가 연기한 경미와 달리 구음도 거의 안 쓴다. 실제로 직접 만난 청각 장애, 언어 장애를 가진 분들은 소리를 내는 것에 어색 하고 불편해하더라. 그런 부분을 참고해 연기하려고 했다. 사실 나보다 감정신 많은 진기주가 힘들었을 것이다. 나는 진기주에게 묻어가는 연기라 딱히 많이 힘들지 않았다"고 웃었다.

실제 농아인을 만나 수어를 배운 길해연은 "우리가 말하는 방식에 차별화를 두고 싶었다. 엄마 캐릭터는 사회적 경험이 별로 없는 사람이다. 그래서 동작으로 좀 더 느리며 감정을 들어대는 느낌으로 표현하려고 했다. 각자 목소리가 다르듯이 수어 표현도 다르게 하려고 했다. 진기주와 많이 맞췄다. 진기주가 워낙 영특한데 그래서 나에게 수어를 많이 가르쳐줬다. 여담인데 나는 손가락이 짧다. 손가락이 짧아 수어가 표현이 잘 안됐다. 손가락 때문에 애를 먹었다"며 "대사가 없었지만 특별히 불편한 부분은 없었다. 전작 '마파도'(05, 추창민 감독) 때도 청각 장애, 언어 장애를 가진 연기를 했는데 그때 나를 많이 돌아보게 됐다. 그래서 이번 작품을 했을 때 연기할 당시 좀 더 예민해진 부분도 있었다. 답답하기 보다는 나의 말, 입에 대해 되돌아보는 부분이 있었다. 감정 때문에 지극하게 올라오는 부분이 있다. 오랜만에 체험을 다시 하고 느끼게 되는, 공감할 수 있었다"고 곱씹었다.

진기주와 위하준에게 큰 위로가 됐던 '미드나이트'의 엄마 길해연. 특히 진기주는 길해연을 통해 "큰 위로를 받았다"며 앞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이에 길해연은 "주로 우리 영화는 밤 신이 많았다. 내가 촬영을 갈 때마다 이미 위하준과 진기주는 많이 뛴 상태였다. 무엇보다 진기주는 소리를 낼 수 없는데 캐릭터의 감정이 극한으로 치닫아 있던 상태였다. 촬영이 끝났을 때 '기주 어쩌나' 싶어 그냥 다가가 말 없이 안아줬다. 그랬더니 진기주가 하염없이 울더라. 이후 볼 때마다 울더라. 권오승 감독은 '내가 뭘 잘못했나?'라고 미안해할 때도 있었다. 너무 울어서 '나중에는 '그만 울어'라며 걱정하기도 했다. 아마 그 감정이 컷 하는 순간 경미에서 진기주로 돌아오는 순간 감정이 폭발하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고 공감했다.

그는 "실제로 나와 진기주가 주로 촬영했던 공간과 장소가 작위적인 공간이 아니라 실제로 철거 직전의 집과 동네였다. 정말 무섭더라. 그 길을 달리고 쫓기는데 보기에도 섬뜩했는데 직접 연기한 배우들은 오죽했겠나? 이 자리를 빌어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추켜세웠다.

또한 진기주에 대해 "다른 배우들보다 더욱 애틋했던 것 같다. 다른 아들, 딸과 연기했을 때와 또 다른 감정이었다. 수어로 교감하면서 상대방의 눈을 뗄 수 없었다. 눈을 마주 보고 표현해서 그런지 이상하게 더 애틋한 마음이 생겼다. 이번 작품을 촬영하면서 실제 내 아들을 떠올렸다. 내가 과연 '그 아이 눈을 얼마나 봤을까?' '표정을 얼마나 봤을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특별나고 애틋하고 소중했던 것 같다"고 의미를 더했다.

슬하에 아들을 둔 엄마이기도 한 길해연은 "우리 아들은 나를 두고 '최고의 엄마'라고 말한다. 아들이 내게 '친구들 엄마와 달라서 좋다'고 하더라. 나는 잔소리를 안하는 엄마인데 그게 덕을 본 것 같다. 나는 늘 아들을 보며 내 자신을 떠올리는 편이다. 내가 20대 때 연극을 하고 싶었고 부모님이 반대해 몰래 연기를 하곤 했다. 우리 아들이 무언가를 하고 싶을 때 나에게 말 하고 싶지 않을 때도 있다고 생각한다. 물어보고 싶은 것도 참는다. 곤란할 때 이야기 하라고 하지만 시시콜콜 물어보지 않는다. 물론 걱정도 되고 너무 걱정돼 심장이 터지는 순간도 있다. 그렇지만 참아야 할 때가 있는 것 같다. 내가 방황하던 시절, 고민하던 시절을 떠올리면서 기다리려고 한다"고 밝혔다.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는 '천의 얼굴'로 활약할 수 있는 원동력을 밝히기도 했다. 길해연은 "연기를 할 때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고 생각했다. 너무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것 같아 감사했다. 사람에 대해 가까워지는 시간, 이해하는 시간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연기할 때마다 이해력이 조금씩 늘어나는 것 같다. 나는 배우의 삶을 천상병 시인의 '소풍'이라는 시로 예를 많이 든다. 배우는 계속 소풍을 바꿔 나오는 것 같다. 어떨 때는 동료 배우들과 '연기할 때의 길해연이 진짜 나인지, 아니면 배우가 아닐 때 길해연이 진짜 나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여러 번 소풍을 즐기는 것 같다. 복 받은 직업이다. 한 번밖에 할 수 없는 삶을 순간순간 할 수 있다. 물론 연기를 할 때마다 배우고 느끼고 좌절하기도 한다. 정말 연기가 재미있다"고 소신을 전했다.

국내 무대뿐만 아니라 해외 진출 역시 꿈꾸고 있다는 길해연. '미나리'(21, 정이삭 감독)로 한국 배우 최초 미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처럼 다양한 나라의 작품을 도전하고 싶다는 그는 "예전부터 꿈꾼 무대다. 과거에는 시청자가 기본적으로 바라는 부분이 있었다. 주로 젊은 주인공이 나오고 특히 중견 배우들에게 주어진 역할은 엄마였다. 또 대부분 남자들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달라졌다. 점차 삶의 이야기가 다양해지면서 우리 같은 배우들도 다양한 연기를 할 수 있는 요건이 갖춰졌다. 나이 때문에 작품을 안 볼 것이고 못 할 것이라는 편견에서 많이 벗어났다. 과거에는 문화를 누릴 수 있는 사람들이 일부분이었지만 지금은 전 세대가 모두 같이 누린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전부터 꿈을 꾼 부분이 해외 작품이었다. 예전에 브라질 영화를 찍을 기회가 생겼는데 무산돼 아쉬웠다. 그때부터 다양한 나라의 작품에 도전하려고 한다. 기회가 있다면 할리우드도 가고 싶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영어 공부를 하고 있기도 하다. 물론 영어를 아무리 열심히 구사해도 내게 주어진 역할이 영어를 유창하게 소화하는 역할은 아닐 수도 있다. 앞으로 배우들에게 소재, 주제, 역할 모두 다양한 기회가 주어질 것 같다. 연기자로서 역량, 다양성에 대한 가능성이 있다면 어디든 가서 연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미드나이트'는 한밤중 살인을 목격한 청각장애인이 두 얼굴을 가진 연쇄살인마의 새로운 타깃이 되면서 사투를 벌이는 작품이다. 진기주, 위하준, 박훈, 길해연, 김혜윤 등이 출연했고 권오승 감독의 첫 상업 장편 연출 데뷔작이다. 지난달 30일 티빙과 극장에서 동시 공개됐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티빙,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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