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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이서 "'뻔한 캔디'는 아니었어요"..'마인'으로 찾은 원석(종합)

문지연 기자

입력 2021-06-27 08:45

수정 2021-06-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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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이서 "'뻔한 캔디'는 아니었어요"..'마인'으로 찾은 원석(종합)
배우 정이서가 23일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1.06.23/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신인 배우 정이서(28)가 '뻔하지 않은 캔디'를 그려냈다.



tvN 토일드라마 '마인'(백미경 극본, 이나정 연출)은 세상의 편견에서 벗어나 진짜 나의 것을 찾아가는 강인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정이서는 극중 효원가의 메이드로 정서현(김서형)의 아들인 한수혁(차학연)과 운명처럼 사랑이 빠진 인물 김유연을 연기했다. 극 속에서 김유연은 '뻔하지 않은 캔디'로 활약하며 한수혁과의 러브라인을 그려 응원을 받았다.

정이서는 최근 가진 종영인터뷰에서 "아무래도 큰 이야기와 서사가 있는 역할이 처음이다 보니, 거기서 오는 것들이 모두 흥미진진했다. '내가 이걸 할 수 있다'는 것이 시작이었지만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걱정도 들었다. 그런데 막상 촬영하니 하나씩 하나씩 선배님, 감독님과 얘기하며 만들어져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정이서는 자신이 연기한 김유연에 대해 "감독님이 유연이가 조금 당당하고 당차보이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불쌍해 보이거나, 처연해 보이지 않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러면 기존의 캔디가 될 수 있기 ??문"이라며 "그 틀을 벗어나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또 "예를 들어서 대사에도 나오는데, 서배들이 유연이에게 한 마디씩을 한다. 서현도 하고, 진호(박혁권)도 하고, 뺨도 맞는데 그에 굴하지 않고 할 말은 하는 지점들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최대한 눈을 피하지 않고 대사하려고 노력했다. 주눅이 들면 피하게 되는데, 그러면 유연이의 당당함을 표현하기 부족할 거 같아서 최대한 똑바로 쳐다보려고 했다"고 말했다.

물론 선배들의 기에 눌릴 때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당당하려고 노력했다는 정이서다. 그는 "저도 뺨을 맞을 때는 아플 줄 알았는데, 안 아프지만 아파 보이게끔 때리는 방법을 박원숙 선생님께서 알려주셨고, 그 노하우 덕분에 저도 맞는 연기가 업그레이드됐다. 다음엔 더 잘 맞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농담하기도 했다.

특히 선배들의 연기를 보며 많이 배웠다는 그다. 정이서는 "정말 많이 배웠다. 혼자 대본을 보고 막연히 '선배님은 이렇게 연기하지 않을까'하고 현장에 갔는데 제 생각과는 다르게 하시더라. 보는 시야의 폭이 넓어진 거 같다"며 "김서형 선배와 많이 붙었는데, 선배님이 의외의 것들을 많이 해주셔서 신기했고, 아직 나는 갈 길이 멀구나를 깨달았다. 선배님의 연기를 보고 저도 반응을 다르게 해보고, 선배님도 '이렇게 하면 좋지 않겠냐'고 말씀을 해주셔서 그렇게 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선배들의 도움을 받아 연기를 했듯이, 극중 김유연도 인생을 먼저 살았던 여성들의 이야기로 단단해졌다. 그동안 "우리 아들에게서 떨어지라"는 등의 드라마 속 대사들과는 달리, '마인'에서는 "네가 다칠 것"이라며 삶을 걱정해주는 대사로 가득했던 것. 정이서는 "여성들의 연대가 있어서 저도 좋았다. 작가님이 시작 전 말씀을 해주시기도 했지만, 보면서 쾌감이 있었고, 대본으로 봤을 ??와 방송을 통해 볼 때도 느낌이 또 달라서 글로만 볼 때는 '편집본이 어떻게 나올까' 궁금했는데, 방송을 보면서는 정말 놀랐다"고 했다.'뻔한 캔디가 아니었다'던 정이서의 말처럼, 정이서 역시 '뻔한 신인배우'가 아니었기에 캐스팅이 됐다. 오디션을 통해 합류했다는 그는 "유연이 아닌 다른 역할을 해도 되겠냐"는 이나정 감독의 물음에 "전 유연이를 하고 싶다"고 당당히 말하며 합격했다. 이에 '도련님' 차학연과의 만남 속에서도 할 말은 뚜렷하게 하는 성격이 그려져 신선하다는 평을 들었다. 정이서는 "저는 유연이처럼 할 말은 하지만, 겁이 많다. 저는 다음에 일어날 일들을 미리 생각해서 저라면 수혁과 방을 바꿔서 자지 않았을 거 같은데, 유연이는 그런 면에서 겁이 없는 거 같다. 또 빚쟁이가 나왔을 때도 마냥 끌려가는 것이 아니더라. 현실에 맞서는 유연이의 태도가 좋았고, 소신대로 밀고 나가는 것들이 너무 멋있었다. 그런 점이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한수혁과의 러브라인도 일반적 재벌 3세와의 사랑이야기와는 달랐고, 때문에 두 배우의 호흡이 중요했다. 그는 "얘기를 게속 나누고 고민을 주고받으며 의지를 많이 했다. 저는 메이드계의 막내였고, 차학연은 효원가의 막내라 그런 것들이 든든했던 거 같다"며 "서로 전우애 같은 게 생겼다. 평소에도 얘기를 많이 하면서 연기에 대해 얘기하고, '이런 게 고민되고 걱정이다'라고 하면 저에게 진지하게 답장을 해주는 편이라 도음이 됐다"고 했다.

'마인' 속 한수혁과의 서사가 도움이 된 덕일까.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마인'으로 인해 세계적 인지도도 높아졌다. 그는 "세계적으로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이 DM(다이렉트 메시지)를 보내주시는데 너무 신기했다. 많이 보신다는 생각이 신기했다"며 "'기생충'에 나왔을 때 몇 백명의 팔로워로 시작했는데 이제는 2만명이 넘었고, 인증 배지도 생겼다. 요즘 많이 봐주신다는 점이 신기해서 해외의 반응들을 조금 실감 중이다"라고 했다. 정이서는 영화 '기생충'에 피자 가게 사장으로 출연했다.

'기생충'을 통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던 정이서는 전후가 완전히 달라진 삶을 살게 됐다고. 그는 "'기생충' 전에는 오디션의 기회를 잡기도 어려웠는데, 이후에 연락도 많이 오고 작품도 계속 할 수 있게 돼서 감사하다. 체감으론 몇 배 이상 늘었다. 영화나 드라마가 가진 힘이 이 정도로 크다는 걸 깨닫고 있다. 지금의 저는 '기생충' 전후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며 "'마인' 후에도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고 했다.

안방에 자신의 존재를 알린 정이서는 '멜로가 체질' 같은 현실적 연애 드라마에도 욕심이 난다고. 그는 "전여빈 선배가 연기한 역할이 애착이 갔다. 또 반대로 스릴러 장르물도 해보고 싶고, '화차' 같은 영화나 공포물인 '여고괴담'도 해보고 싶다"며 다양한 욕심을 드러냈다. 그런 의미에서 '마인'도 정이서에게 깊게 남았다. 정이서는 "제 시작점이다. 전 이제 시작이라 생각하기에 조금 투박하지만 풋풋하게 기억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이서가 '마인'을 통해 찾은 '마인'은 자기 자신이다. 그는 "희수 선배님(이보영) 대사와 연결이 되는데, 어렸을 때 누구든 '난 정말 특별한 존재야'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나. 제가 특별할 줄 알았는데, 지극히 평범했고, 못하는 것도 많고, 자존감이 어떨 때는 떨어질 수 있는데, 저를 사랑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더라. 좀 부족하지만, 그랜대로 그것도 저라서 저를 사랑하고 '예쁘다, 예쁘다'해주려 한다"고 밝혔다.

정이서는 '마인'을 마친 뒤 차기작을 기다린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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