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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슬의생'→'미치지 않고서야'…K-드라마, 하이퍼리얼리즘 시대 컴백

고재완 기자

입력 2021-06-24 14:59

수정 2021-06-24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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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의생'→'미치지 않고서야'…K-드라마, 하이퍼리얼리즘 시대 컴백


[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구미호와 연애하고, 부동산에서 귀신을 쫓아내고, 멸망이 현관으로 들어오고….



아직도 K-드라마는 판타지 장르가 득세하는 것이 맞다. 판타지 장르는 공감에 대한 장애물도 없기 때문에 아시아를 넘어 전세계적인 인기를 모을 수도 있는 장점이 있다. 좀비를 내세운 넷플릭스 '킹덤'이나 아무나 가보지 못하는 미지의 땅, 북한을 다룬 SBS '사랑의 불시착'이 OTT를 통해 국가를 불문하고 인기를 끄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국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한국 드라마 팬들이 무릎을 치며 '맞아, 저거지'라고 할 수 있는 드라마도 속속 등장하며 눈길을 끌고 있다.

대표적으로 tvN 목요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이하 슬의생2)가 있다. '슬의생2'는 전지구적인 인기를 끌만한 작품은 아니다. 게다가 메디컬드라마는 해외에서도 많이 등장하는, 특별할 것이 없는 장르다. 하지만 국내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요소를 배치하면서 폭발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실 '슬의생2'는 의학드라마의 탈을 쓴 복합장르다. 의사들의 이야기지만 의사들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직업이 의사일뿐 사람 이야기다. 현실밀착형이기에 흔한 빌런 하나 없다. '특별한 우리들의 평범한 매일'이라는 카피처럼 시청자를 현혹시키는 자극적인 이야기도 없다. 단순히 20년지기 친구들의 케미와 그 주변의 잔잔하면서도 감동적인 이야기로 매 회를 채우고 있다. 연출을 맡은 신원호 PD는 "우리 드라마를 보면서 '아, 우리 저렇게 살았지'라고 평범했던 일상을 기억하고 그 공감대만 형성이 된다면 만족할 것 같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23일 첫 방송한 MBC 수목드라마 '미치지 않고서야'도 그런 식이다. '미치지 않고서야'는 격변하는 직장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N년 차 직장인들의 생존기를 리얼하고 유쾌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시작부터 인사팀장 당자영(문소리)이 직원들의 희망퇴직을 강요하는 것으로 시작한 '미치지 않고서야'는 '뼈때리는' 직장인들, 특히 중년의 그들에 대한 에피소드로 가득 채웠다.

한없이 초라해보이는 최반석(정재영)과 인사의 쓴맛을 속으로 삭이며 자신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당자영은 어떤 회사나 있을 법한 인물을 그리고 있다.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고민할 법한 '퇴사'와 '이직'부터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해고'까지, '짬바(짬에서 나오는 바이브)'가 다른 '직딩'들의 아찔한 생존담이 현실밀착형 오피스물이라는 이름으로 리얼하게 그려졌다.

JTBC 토요드라마 '알고있지만'은 멜로 드라마지만 '하이퍼리얼리즘'을 표방하고 있다. 사랑은 못 믿어도 연애는 하고 싶은 여자 유나비(한소희)와 연애는 성가셔도 썸은 타고 싶은 남자 박재언(송강)의 첫 만남부터 터진 지나치게 달콤하고, 아찔하게 섹시한 '썸'을 현실감있게 그려내고 있다.

'알고있지만'의 특징은 화자인 유나비의 속마음이 내레이션을 통해서 그대로 드러난다는 것이다. 박재언을 만나는 순간의 설렘과 사소한 행동 하나에도 흔들리는 마음을 설명해주면서 특히 여성시청자들의 공감을 한껏 얻고 있다. 이처럼 '알고 있지만 어쩔 수 없는' 감정들에 대해 현실적으로, 더욱 세밀하게 다루면서 리얼함을 극대화하고 있다.

당분간 판타지 장르의 인기는 계속될 것을 보인다. 하지만 이들처럼 '하이퍼리얼리즘'을 추구하는 드라마들도 그 자리를 빼앗기지 않을 전망이다. '재미'와 '자극'을 추구하는 시청자들 뿐만 아니라 공감을 원하는 시청자들도 항상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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