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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합]"나이 많은 男·어린女 로맨스는 많으면서"…지현우, 대선배 고두심과 함께 한 '빛나는 순간'

이승미 기자

입력 2021-06-21 13:02

수정 2021-06-21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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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많은 男·어린女 로맨스는 많으면서"…지현우, 대선배 고두심과 함께…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나이 많은 남성과 어린 여성의 로맨스는 많으면서, 그 반대는 왜 없어야 하죠?"



제주 해녀 진옥(고두심)과 그를 주인공으로 다큐멘터리를 찍는 PD 경훈의 특별한 사랑을 다룬 영화 '빛나는 순간'(소준문 감독, 명필름 제작). 극중 경훈 역을 맡은 지현우(37)가 21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라운드 인터뷰를 갖고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2004년 방송된 드라마 '올드미스 다이어리'로 국민 연하남으로 등극하며 엄청난 사랑을 받은 이후에도 하나의 이미지에 국한되지 않고 비정규직 노동자의문제를 다룬 '송곳',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다룬 '원티드' 등에 출연하며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탄탄하게 쌓아온 지현우. 그런 그가 영화 '빛나는 순간'에서 70대 여성에게 마음을 빼앗기는 쉽지 않은사랑을 마주하게 되는 경훈 역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극중 그가 연기하는 경훈은 기네스북에까지 등재 된 제주 해녀 진옥을 취재하기 위해 서울에서 제주도로 내려온 다큐멘터리 PD. 회사의 사활이 걸린 다큐멘터리 제작 프로젝트를 성사시키기 위해 촬영을 거부하는 불 같은 성격의 진옥의 마음을 돌리려 고군분투한다. 진옥의 해녀 일까지 도우며 진옥 주위를 맴돌기 시작하는 그는 진옥과 점점 가까워지고 흔들리는 자신의 감정을 깨닫게 된다.이날 인터뷰에서 지현우는 '빛나는 순간'의 시나리오를 받고 출연을 결정하기까지 약 3주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며 "시나리오를 읽고 제주도를 한 번 다녀오고 나서 출연 결정을 하게 됐다. 일단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는 너무 좋았다. 다만, 난 이들의 사랑을 이해할 수 있지만 보시는 관객분들이 모두 이해하실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솔직히 말했다. 그러면서 "또 당시 내가 연기에 대한 고민이 많은 시점이었는데, 존경하는 대선배님과 연기를 할 수 있게 되는 기회를 얻게 되서 선택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당시 연기적 고민에 대해 묻자 "제가 2003년에 KBS 공채가 되서 벌써 18년차다. 직장으로 봤을 때 팀장, 과장급인데, 그분들이 부담이 많지 않나. 제가 딱 그 위치였다고 생각한다. 언제부턴가 선배가 되어 후배도 챙겨야 하고 또 선배도 챙겨야하는 중간 다리 역할을 해야 하더라. 예전에는 그냥 대본에 나와 있는대로 내 것만 하면 됐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는 것도 깨달았다"라며 "또 지금의 내가 20대도 아니고, 20대의 풋풋함도 사라지고 귀여움도 사라지지 않았나. 이제는 내가 선택 받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고민을 많이 했다"며 웃었다.

하지만 '빛나는 순간'을 촬영하며 많이 힐링을 하게 됐다는 지현우. "연기적 고민이 완전히 해결되진 않았지만 촬영을 하면서 정말 많이 기댈 수 있었다. 제주도에서 촬영을 하면서 얻은 힐링도 컸다. 함께 한 해녀분들이 저를 연예인이 아닌 청년으로 봐주시니까 뭔가 더욱 편하고 더욱 힐링이 됐다. 연기적인 부분에서는 선생님이 계시니까 엄청나게 의지가 됐다. 마치 큰 나무 같았다"고 덧붙여 설명했다.극중 70대 진옥과 30대 경훈과의 사랑에 대해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는 고두심 선생님이 하신다는 걸 모르고 오직 작품으로만 바라봤었는데, 충분히 이해 가능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시대마다 여성분들의 성향이나 성격이 다르지 않나. 극중 진옥이 저희 어머니 보다도 윗세대인데 그때만 해도 남자와 길에서 손을 잡고 다니는 것도 조차 어렵고 남사스러운 시절이지 않았나. 하지만 그렇다고 그 당시의 여성들이 사랑의 마음이 없진 않았을 거다. 그렇기 때문에 경훈을 향한 70대 진옥의 사랑의 감정도 충분히 이해가 됐다"고 전했다.

사랑의 마음은 나이와 상관이 없는 것 같다는 그는 "일본에서 팬미팅을 하면, 팬분들의 연령층이 좀 높다. 그런데 그 팬분들이 저를 만나러 무대에 올라오시면 엄청 긴장하고 손도 떠시고 땀도 엄청 흘리신다. 그런 모습을 보면 정말 소녀같다"라며 "그런 모습을 볼 때면, 그 분들이 누군가의 엄마, 할머니를 떠나서 정말 여성일 뿐이라는 생각을 한다. 한 사람으로서 이성에게 이성적 마음은 다 가질 수 있는 거 아닌가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현우는 극중 진옥과 경훈의 사랑을 바라보는 관객들의 반응에 대해 "사실 하나의 영화가 모든 사람을 다 설득할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솔직히 말했다. "어떤 하나의 예술 작품이 정말 대중적인 매력으로 넓고 큰 사랑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지 않나. 그래서 그런 생각을 했다. 모든 사람에게 다 사랑받을 순 없다"라면서도 "다만, 나이가 많은 남성이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여성과 사랑하는 작품은 많지 않나. 그런데 왜 반대가 되는 작품은 없을까. 있으면 안되는 건가라는 생각이 크다"고 전했다.'올드미스다이어리'를 통해 국민 연하남 이미지를 얻기도 했던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연하남 끝판왕을 노린거냐'는 장난스러운 물음에 대해 "아니다. '연하남' 타이틀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선택한 작품"이라면서 "다들 그런 생각을 해봤으면 좋겠다. 우리 엄마도 어리고 젊은 시절이 있었다는 것. 지금 우리 엄마의 마음은 어떨까라는 것. 우리 엄마도, 혹은 우리 할머니도 여잔데, 엄마나 할머니라는 타이틀에 묻혀 희생하고만 살진 않을까 그런 생각을 다들 해보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극중 로맨스 호흡을 맞춘 33살 연상 대선배인 고두심과 호흡에 대해서도 말했다. "촬영 전에는 긴장감이 상당했다. 워낙 대선배님이시고 어릴 때부터 TV로 봐온 선배님아닌가"라며 "그런데 함께 촬영하고 쉬는 날에도 뵙고 하니까 오히려 친구 같았다. 친구보다도 더 편하게 대해주셨다. 그리고 선배님과 함께 하면서 '왜 모든 사람이 선배님을 사랑하는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일단 연기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지 않나. 제가 어떻게 연기를 하고 대사를 치던 다 받아주셨다. 연기적으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티칭을 하시질 않으면서도 제가 준비한 연기를 다 알아서 펼칠 수 있게 만들어주시더라. 스태프도 엄청 잘 챙겨주신다. 상사로 쳤을 때, 회식으로 술 사주는 상사보다 맛있는 밥 한끼 사주는 상사가 좋지 않나. 고두심 선생님이 딱 그런 사람이었다"고 덧붙였다.그리고는 영화를 본 후 고두심의 소녀스러움을 다시 한번 느꼈다는 그는 "이번에 영화를 보는데, 극중 진옥이 인터뷰를 하는 장면에서 선생님 얼굴에서 소녀의 모습이 보였다. 참 희안하다. 내가 연기를 하면서 진옥에게 소녀의 모습을 보려고 해서 그럴 수도 있는데, 선생님의 얼굴만 봐도 선생님의 소녀 시절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그려졌다. 그 모습이 너무 예뻤다. 선생님의 살아온 모습을 100%는 모르겠지만, 그 살아온 모습이 묻어났고 나에게는 그 모습이 정말 사랑스럽게 느껴졌다"고 전했다.

한편, '빛나는 순간'은 '연지'(2016), '걱정 말아요'(2015), 'REC'(2011) 등을 연출한 소준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고두심, 지현우, 양정원, 전혜진 등이 출연한다. 오는 30일 개봉.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soun.com, 사진 제공=명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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