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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합]"70살 넘어도 여자는 여자"…'빛나는순간' 고두심이 말한 33살 연하男과 로맨스(ft.강호동 루머)

이승미 기자

입력 2021-06-21 12:34

수정 2021-06-21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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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살 넘어도 여자는 여자"…'빛나는순간' 고두심이 말한 33살 연하男…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국민 엄마' 고두심(70)의 새로운 얼굴이다.



제주 해녀 진옥과 그를 주인공으로 다큐멘터리를 찍는 PD 경훈(지현우)의 특별한 사랑을 다룬 영화 '빛나는 순간'(소준문 감독, 명필름 제작). 극중 진옥 역을 맡은 고두심이 21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라운드 인터뷰를 갖고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1972년 데뷔 후 49년 동안 총 6번의 연기대상을 받으며 '방송 3사 연기대상 최다 수상'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며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며 사랑받고 있는 국민 배우 고두심. '꽃보다 아름다워', '디어 마이 프렌즈', '나의 아저씨', '동백꽃 필 무렵' 등 수많은 작품에서 세상 모든 어머니의 모습을 그려내며 명싱상부 국민 엄마로 꼽히고 있는 그가 이번 영화에서는 제주 해녀 진욱 역을 맡아 해녀의 삶과 노년 여성에게 찾아온 사랑의 감정을 깊이 있게 그려낸다.

극중 그가 연기하는 고진옥은 '숨 오래 참기'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제주 해녀다. 뛰어난 물질 실력은 물론 불 같은 성격으로 그저 먹고 살기 위해 자신의 평생을 바다에 바치며 살아왔던 그가 어느 날 자신을 취재하기 위해 서울에서 찾아온 다큐멘터리 PD 경훈을 만난 후 잊고 있었던 인생의 가장 빛나는 순간을 깨닫게 된다.이날 고두심은 "제주도와 해녀를 생각하며 이 작품을 택하게 됐다"고 말하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이어 "제주도 해녀들의 이야기니까 아무래도 배우 중에는 내가 제일 가깝지 않나 생각했다. 매일 멜로물에 뽑히지 않는 엄마 역만 해서 그 한도 풀 겸 하게 됐다. 어떤 젊은 친구가 할까. 어떤 젊은 친구가 그런 망에 걸릴까 생각하는 마음이었다"며 웃었다.

이어 "무엇보다 감독님이 저를 놓고 시나리오를 썼다고 하더라. '고두심의 얼굴이 제주도의 풍광'이라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너무 감동적이었다. 그러니까 그런 기대치에 책임감이 무겁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어느 누가 해도 그 무게는 달고 가야 하는거 아닌가. 하지만 나 만큼 해녀를 잘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라는 마음이 가장 컸다"라며 "해녀라는 건 제주도의 상징이다. 그분들이 있기에 오늘날의 제주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분의 정신이 제주의 혼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실제 제주도 출신이니 만큼, 극중 제주도의 가슴 아픈 역사인 4·3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정말 가슴이 아팠다는 고두심. 그는 "제주는 정말 아픔이 많은 땅이다. 저는 4·3을 직접 겪고 본 세대는 아니다. 바로 그 밑 세대인데, 그래도 마치 본 듯하다. 친척들이나 부모님이 그때의 일을 넋두리하시거나 동네 사람들이 울면서 이야기하는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날만 되면 동네 사람들이 다 울었다. 동네가 다 몰살되고 그랬다고 하더라. 그래서 온 동네가 울었다. 그래서 그 장면 연기할 때는 정말 마음이 아팠다. 4·3사건에 대한 대사는 감독님이 써준 대사도 아니었다. 그런데 그냥 막 말이 나오더라. 나도 모르게 막 나왔다"고 말하며 먹먹해 했다.'빛나는 순간'은 제주도 해녀의 삶뿐만 아니라 70대 여성의 느끼는 사랑까지 표현하는 작품. 고두심은 극중 진옥에 대해 "70살이 넘어도 '여자'라는 정체성을 버리지 않은 인물"이라며 "어렵고 팍팍한 삶을 살다 70대가 되어서도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놓치 않고 있었기 때문에 극중에서 보여지는 이성의 감정이 드러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진옥과 경훈의 사랑에 대해 "흔치는 않지만 세상에 이런 사랑도 분명히 있을 수는 있지 않나. 못할 사랑이라는 생각은 없다. 물론 비슷한 연배의 사람과 비슷한 정서를 나누는 사랑과 만남도 좋지만, 30살, 20살 차이가 나는 사람과의 사랑도 정말 특별하지만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게 그런 경우가 오지도 않겠지만, 온다고 해도 거부감이 들고 그러진 않는다"고 말했다.

젊은 시절부터 멜로물을 하지 못한 '한'을 이번 작품을 통해 풀고 싶다며 미소짓기도 했던 고두심은 "이번 영화를 통해 그 한이 풀렸냐"는 질문에 "고작 한편 가지고 풀리겠냐"며 웃었다. 그러면서 "2탄 3탄이 나와야 하지 않겠냐. 그런데 일단 (지)현우 팬들이 쫓아 올 것 같다. 그런데 현우야 나도 팬 많다"고 장난스레 말했다.

로맨스 호흡을 맞춘 후배 33살 연하 지현우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어떤 젊은 친구가 이 역할을 하게 될까 했는데, 현우가 하게 됐다"며 미소 지은 그는 '상대배우로 지현우가 캐스팅 됐을 때 기분'을 묻자 "처음에는 저런 비리비리가 잘 할 수 있을까"고 답해 모두를 웃겼다. 이어 "현우를 처음 봤을 때 너무 마르고 비리비리하더라. 감독님께서는 그런 체형으로 경훈 특유의 센서티브한 느낌을 내고 싶었다고 생각을 했던 것 같다"라며 "그런데 영화 찍고 나서 시사회에서 오랜만에 만나니까 덩치도 좋아지고 어깨도 떡 벌어지고 남자가 됐더라. 이제야 남자로 보인다"고 장난스레 웃어 보였다.이어서 고두심은 선배로서 바라본 후배 지현우에 대해 "현우가 현장 답습을 얼마나 나갔는지 모른다. 해녀 삼촌들이랑도 친화력게 다가가서 친해지려고 엄청 노력하더라. 저는 너무 피곤해서 그러지 못했는데, 현장에도 가장 먼저 가있고 휴차일 때도 혼자 한라산 다녀오고 그러더라"라며 "처음에는 비리비리한 친구라고만 생각했는데, 함께 지내다보니 생각하는 것도 깊고 믿음이 가고 신뢰감이 가는 사람이라고 내 생각이 변하더라. 극중에 현우가 윗통을 벗는 장면 때문에 정말 밥도 조금씩만 먹고 닭가슴살만 먹더라. 제주도까지 왔으니까 좋은 음식도 가져와서 현장에서 공유하고 그랬는데 혼자 못먹더라. 그걸 다 참더라"며 안타까워 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고두심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제주도의 딸', '국민 엄마'의 이미지에 대해서도 솔직히 이야기 했다. "고두심하면 제주도, 제주도 하면 고두심이이라는 표현을 매스컴에서 많이 했는데, 그게 저에게는 굉장히 무거웠다. 내가 잘해야 제주도 사람이 욕을 안먹겠다는 생각에 무섭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전원일기' 22년 하면서 맏며느리 이미지가 강하게 남게 됐다. 그러다가 어머니 이미지로 넘어갔다. 어머니라는 건, 큰 우주다. 누구든 엄마를 생각하면 명치 끝이 찡하고 아픈거 아닌가. 모든 것을 내놔야 하는게 엄마인 것인데. 그런 이미지가 씌어지니까 사실 부담이 되기도 하고 쉽지 않았다. 어느 순간 내가 '어머니상'이 됐고 지금까지 오게 됐다. 그런데 그런 엄마가 연하남과 연애하는 영화를 하니 지금 내가 얼마나 별의별 이야기를 다 듣고 있겠냐"라며 "국민 엄마 이미지만으로도 정말 어려운데, 나라에서 까지 훈장(2020대중문화예술상 은관문화훈장 표창)까지 붙여주니까 이제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 싶기도 했다. 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그런 이미지로 인해 내가 이렇게나 조심스럽게 살지 않았으면 지금의 나는 어땠을까 싶긴 하다. 그런 걸 다 지키면서 살아오니까 오늘날의 고두심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여 설명했다.이날 인터뷰에 앞서 지현우와 함께 영화 홍보차 JTBC 예능 '아는 형님' 녹화를 마친 그는 예능 출연 소감을 묻자 오랫동안 자신을 따라다닌 강호동과의 근거없는 루머에 대해 쿨하게 언급했다. "'아는 형님' 나가서 있는데로 다 까발리고, 몸의 행동을 내 나이에 맞지 않은데 내 속에 내재된 것까지 시원하게 다 보여줬다"라며 "옛날부터 꼬리표처럼 따라 붇는 강호동과의 루머도 다 얘기했다. 말도 안되는 그 루머 믿으시거나 그러지 마시라고. 있지도 않은 사실로 사람을 괴롭히거나 그러지 마시라고. 그 루머로 꼬리표를 달아서 지금까지 몇십년을 간다는 건 정말 억울하다. 어떤 인터넷 댓글을 봤는데 우리 영화가 '33살 연하와 멜로가 타이틀'로 나가니까, '강호동하고는 끝내고 하는 거냐'라는 댓글이 있더라. 그 말하는 분도 너무 원칙과 기본이 없는 사람인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빛나는 순간'은 '연지'(2016), '걱정 말아요'(2015), 'REC'(2011) 등을 연출한 소준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고두심, 지현우, 양정원, 전혜진 등이 출연한다. 오는 30일 개봉.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soun.com, 사진 제공=명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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