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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경례 “아버지 버스에 치여 사망, 다 목격했다…중졸 후 요리 배워”(파란만장) [종합]

박아람 기자

입력 2021-06-04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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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경례 “아버지 버스에 치여 사망, 다 목격했다…중졸 후 요리 배워”(파…


[스포츠조선닷컴 박아람 기자] 중식 요리연구가 여경례가 어려웠던 과거를 떠올렸다.



지난 3일 방송된 EBS 1TV '인생이야기 파란만장'에서는 '당신 덕분입니다'를 주제로 출연자들이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여경례는 MC 이재용이 "큰 힘이 되어준 은인이 있으시다고요"라고 물어보자 "19살, 20살 정도 됐을 때 은인을 만났다. 그 분을 통해 중화요리의 진수를 알게 됐다. 제가 기술자로 거듭나게 될 수 있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셨다"고 말했다.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15살 때부터 요리를 시작했다는 여경례는 "제가 중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당시에 한국말도 중국말도 다 어눌했었다. 그러다보니 정체성 혼란이 오기도 했었다"고 녹록치 않았던 청소년 시절을 회상했다.

그는 "제가 6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버스를 타려고 건너편에서 오시고 있었는데 갑자기 나타난 차가 아버지를 친 거다. 아직도 그 기억이 난다. 그때 내가 어머니한테 '엄마 아빠 죽었다'라고 말했었다. 세월이 흐르니까..."고 눈시울을 붉혔다.

여경례는 그날의 사건을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이 아프다. 울컥하는 여경례에게 MC 김미경은 "어렸을 때 너무 충격이었을 거다"고 안타까워하는 말을 건넸고, 여경례는 "충격이기보다는 제가 너무 어릴 때니까 잘 몰랐었다. 고생한 거는 어머니가 고생을 많이 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형제가 있냐"는 질문이 나왔고 여경례는 "3살 어린 동생이 있다. 동생은 큰 기업에서 총 주방장으로 있다"고 깨알 자랑을 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가정형편은 어려워졌다. 어머니는 중학교를 졸업한 여경례에게 "너는 중국 사람의 자식이니까 기술을 배워라"라고 조언했고 이후 여경례는 서울에서 온 왕 서방 아저씨를 따라 서울에 있는 중화요리식당에서 일을 배우게 됐다.

여경례는 "제가 중국 사람의 자식이긴 하지만 저희가 농사를 했었다. 자장면이 뭔지도 몰랐다. 그리고 중국말도 잘 몰라서 중국 사람들이 하는 말 자체를 하나도 못 알아들었었다. 그렇게 해서 1년 만에 수타면 뽑기를 습득했다"며 "당시 중국집에서 일했을 때 내 심정은 구렁텅이에 빠진 나를 세상에서 어느 누구도 구해줄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절망적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힘든 시기를 이겨내고 다시 되돌아보니 어머니의 말씀이 맞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이재용은 "그때 홀에서 자장면 먹던 교복 입은 고등학생들 지금 다 퇴직하고 집에 있다. 지금은 현역에 계시니 얼마나 좋아요. 어머니 말씀이 맞은 거였다"고 위로했고 여경례는 웃음을 지었다.

여경례는 "최고의 은인은 어머니다. 정말 감사드린다. 어머니가 올해 98세시다. 요양병원에 계시는데 코로나19 때문에 한 달에 한 번씩 찾아뵙고 있다. 그게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여경례의 은인인 사부님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여경례는 "두 번째로 일하게 된 식당에서 만났다. 그분은 저의 롤모델이었다. 당시에는 어깨 너머로 배우는 시절이었고 또 마음에 들어야 기회를 주는 분위기였다. 저는 얌전한 성격이어서 다행히 배척당한 경험은 없었다"고 회상했다.

최근 40년 만에 사부님을 만났다는 여경례는 "사부님이 80년도에 미국으로 가셨다. 되게 보고 싶은데 만날 수가 없었다. 이제 제가 많이 유명해졌으니까 자랑 좀 하고 싶었는데 그럴 기회도 없었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한국에 오셨다. 그래서 가게에 모셔서 다른 선배들과 함께 식사했다. 사부님 성함이 왕춘량이다. 재료를 준비하는 칼판장 주방장이었다"고 반가웠던 그날을 다시 떠올렸다. tokki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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