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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열 "'이혼가정' 숨기고 싶었던 비밀, 당시엔 창피해..母에 전화드려야" [SC리뷰](대화의 희열3)

김수현 기자

입력 2021-06-04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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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열 "'이혼가정' 숨기고 싶었던 비밀, 당시엔 창피해..母에 전화드려…


[스포츠조선닷컴 김수현기자] 유희열이 오은영 박사와 대화를 나누며 속 깊은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3일 방송된 KBS 2TV '대화의 희열3' 4회에서는 국민 육아 멘토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와 두 번째 대화가 이어졌다.

'우리는 모두 한때 아이였다'라는 주제. 처음 오은영 박사가 대중에게 알려진 계기는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였다. '아이의 문제가 아니라 부모에게 문제가 있다는 오은영 박사의 멘토링은 생각의 전환을 가져왔다.

오은영 박사는 "언제나 갈등이다. 합부 ??부터 배워왔던 의사로서의 이념이, 의사로의 삶도 중요하지만 사회 참여적인 행보도 중요하다는 것이었다"라며 형제복지원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여러 위기에 있는 사람들은 가회나 국가 차원에서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생각이다. 저도 1996년부터 어린이 정신건강센터를 만들었다. 아이들의 정신건강을 개선하고 증진하는 것을 의사와 국가, 지역에서 힘을 써서 현재는 전국에 퍼져있다"라고 했다.

2003년 개인으로 독립해 개원한 오은영 박사는 "그때 우연히 방송과 인연을 맺게 됐다. 잘하면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건 짧은 시간에 좋은 영향을 많이 펼칠 수 있지 않냐"라며 방송을 시작한 계기에 대해 밝혔다. TV 뿐만 아니라 유튜브, 책 등 많은 매체를 통해 활동하고 있는 오은영.

그는 "자식이라도 나와 다른 인격체고 남이다. 회사라 치면 '널 위해서야'라고 소리를 지르거나 몸을 때리면 그게 되겠냐. 어떤 누구도 안된다고 생각하는 행동이 집안에서는 '사랑해서'라는 이유로 일어난다. 아무리 의도가 좋아도 사람이 다른 사람을 때릴 권리가 없다는 건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오은영 박사는 "체벌에 대한 답은 정해져 있다. '왜 부모들은 체벌을 놓지 못할까'. 내 앞에서 아이가 문제 행동을 일으키면 부모도 무섭다. 나의 두려움을 유발하는 아이의 행동을 멈추고 싶은데 그 수단으로 체벌을 쓰는 거다. 그런데 점점 강도가 높아진다. 공격성은 중독성이 있다"라며 "아이들은 또 맷집이늘어난다. 부모도 그만큼 체벌에 대해 중독성이 심해진다는 거다"라고 밝혔다.

오은영 박사는 "욱할 때 15초가 중요하다. 욱할 때 대뇌는 도파민이 활성화 돼있다. 그걸 다스리는 시간이 15초다"라고 설명했다. 유희열은 "정말 중요하다. 아이는 비슷한 잘못을 하는데 부모가 화를 내다 욱 오른다. 자기 소리에 자기가 더 화가 나는 거다"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장녀'로 자랐던 신지혜는 "제가 초등학생 때 동생 담임 선생님을 찾아가 인사하고 그랬다. 감정을 어릴 때부터 잘 드러내지 않게 됐다. 챙김 받는 것보다 해주는 게 편하다 생각했는데 그게 커보니 답답하더라"라고 털어놓았다. 오은영 박사는 "인간은 채우고 싶은 의존적 욕구가 있다. 부모한테만큼은 어떠한 조건과 상황에 관계없이 나를 가장 소중한 대상으로 대해주길 바라는 마음인 거다"라고 했다.

MC들은 "깊은 이야기를 하게 된다"라면서 오은영 박사에게 상담받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오은영 박사는 "제가 '어린 오은영'에게 무언가 말한다면 '좀 쉬어~'라 하고 싶다"라면서 여유있게 미소 지었다.

유희열은 "저는 어릴 때 가정환경 조사서 내는 게 정말 싫었다. 재산은 왜 쓰는지 모르겠다"라면서 "그 중에 꼭 아빠 엄마가 쓰여있다. 아버지에 대한 정보를 적어 내야 하는데 같이 안 사는 거다"라고 고백했다.

그는 "어머니가 이혼하셔서 저를 혼자 키우셨는데 매번 그런 게 너무 싫었다. '알려지면 안 되는 거구나' 라는 게 어린 시절 굉장히 감추고 싶은 비밀이었다. 그때 빈칸을 채워서 내셨던 어머니는 어떤 기분이셨을까"라고 회상했다.

이어 "학력도 대졸이 아니셨는데 대졸이라 써서 내셨다. 그땐 나도 창피했다. 나는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면 '희열아 엄마한테 가서 혼자 키우는 게 더 대단한 일이다 라고 박수쳐드려 해드려'라 하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오은영 박사가 "내일 하셔라"라고 하자 유희열은 "전화로라도 꼭 해드려야겠다"라고 반성했다.

코로나19 이후 육아법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아이들은 학교에서도 밥을 먹으면서 절대 말을 해서는 안된다고. 오은영 박사는 "아이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까 표정을 못 읽는 거다. 우리 소통을 할 때는 말이 아닌 것도 중요하다. 러시아말을 못해도 표정으로 할 수 있지 않냐. 그런데 아이들이 비언어적 상호작용을 익히기가 어렵다. 말을 한창 배워야 하는 아이들은 입모양을 못보고 소리의 명료도가 떨어진다. 예전에는 사람을 반가워하라고 가르쳤다면 지금은 피하는 법부터 배운다"라고 지적했다.

어떻게 보면 아주 답이 없는 문제는 아니라고. 오은영 박사는 "집에서는 마스크를 안쓰니까 더 분명하게 표현해주고 부모와 유대감을 건강하게 해줘야 한다"라고 전했다.

코로나19 이후 아동학대가 2배가 늘었다는 통계에 대해 오은영 박사는 "실제로 사랑의 매가 엄청 팔렸다더라"라 했다. 아이들과 바깥 외출을 하기 어려워 서로 힘듦이 일상에서 드러나는 것. 오은영 박사는 "그럴 때 가장 집안의 약자는 아이들이다"라며 최근 불거진 아동학대 사건을 꺼내들었다.

또 주변에서 아동학대 의심이 있으면 신고하는 것도 중요했다. 오은영 박사는 "두렵다고 주저해서는 안된다. 아이가 보호가 필요하다고 느낄 땐 즉시 신고해야 한다. '정인이 사건' 무렵에 내복 차림으로 나온 아이를 자신의 옷으로 감싸준 시민이 있었다. 아이를 위한 선을 행해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오은영 박사는 어릴 때 결핍을 겪었지만 아이를 학대하지 않기 위해 애썼던 어머니에 대해 이야기 하며 학대를 받았다고 해서 무조건 대물림되지 않는다는 것을 전했다.

대장암 판정으로 3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았던 오은영 박사는 "당시 악성인지 확신할 수 없었지만 부정적인 단서들이 많았다. 남편은 너무나도 많이 울었다. 밤에 잠이 안왔다. 어머니에게 감사한 마음과 '내가 먼저 떠나면 얼마나 마음아파 하실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마무리를 하는게 굉장히 어렵지만 매듭을 조금은 지을 수 있을 것 같았다"라고 털어놓았다.

막상 수술은 잘 끝났다. 오은영 박사는 "다행히 담낭 종양은 콜레스테롤 용종이었다. 대장암은 초기라 잘 수술하고 회복이 됐다"라고 미소 지었다. 이후 그 후배에게 치질 수술도 부탁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당신이 아이는 어떻게 키웠냐'는 질문에 오은영 박사는 "지금은 성인이 돼서 저를 모니터링을 해준다. 헤어 지적도 한다"라면서 "어릴 때는 왜 본인이 어려움이 없었겠냐. 언제나 미안하고 고맙다"고 마음을 전했다.

오은영 박사는 "아들이 중학교 때 '난 방송 안 본다. 내 옆에 엄마가 있어야 하는데 TV에 있으니까'라고 해서 정말 미안해졌다. 그런데 또 '엄마한테 상처가 생기는 게 마음 아프다'라고도 하더라. 저는 엄마로서 70점인 것 같다"라고 겸손해 했다.

오은영 박사는 '워킹맘의 고충'에 대해 "엄마들이 자꾸 자신을 탓한다. 자책하지 말고 아이와 시간은 '양보다 질'이다"라고 했다.

또 "저희 아버지도 굉장히 일을 열심히 하시던 분이었다. 주말에 일을 나가시더라도 저를 데리고 나가셨다. 저를 데리고 복서 김기수 씨가 운영하던 다방에 데리고 가셨다. 길을 가면서도 대화를 많이 했다"라고 돌아봤다.

부모와 무관하게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는 아이들에 대해서도 말했다. 오은영 박사는 "말도 잘 못했고 틱도 있고 저랑 오래 치료를 진행한 아이가 있었다. 늦둥이였는데 부모님이 경제적으로 부족해도 열과 성을 다 했다. 약을 먹으면 식욕 저하로 키가 작을 수 있는데 29세가 돼서 187cm가 됐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 청년이 회사에 취직을 한 거다. 2년 간 못만났는데 우연히 또 만났다. 갑자기 '내가 맛있는 과자랑 빵 많이 사준다고 했죠?'라 하더라. 어릴 때 그런 약속을 했나보더라. 가방에서 비닐 봉지를 꺼내는데 소보로 빵과 초콜릿칩 쿠기가 있었다. '선생님 먹어요'라고 건네는데 눈물이 왈칵 났다. '내가 번 돈으로 사온 거예요'라 하는데 통곡을 했다. 부모가 이 아이를 키우는데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었다"라고 또 울컥했다.

shy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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