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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현장] "父미야자키 하야오도 만족"…지브리 첫 3D 애니 '아야와 마녀', 보수와 혁신 그 사이(종합)

조지영 기자

입력 2021-06-02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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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父미야자키 하야오도 만족"…지브리 첫 3D 애니 '아야와 마녀', 보…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일본 애니메이션의 자존심이자 심장인 스튜디오 지브리가 변화를 모색했다. 전통을 지키면서 동시에 파격적인 변화를 시도한 스튜디오 지브리로 진화, 새로운 세계관을 펼쳤다.



미스터리한 마법 저택에 발을 들인 10살 말괄량이 소녀 아야의 판타지 어드벤처를 그린 스튜디오 지브리의 신작 애니메이션 '아야와 마녀'(미야자키 고로 감독). 2일 오후 유튜브 라이브 생중계 채널에서 진행된 '아야와 마녀' 화상 컨퍼런스에서 미야자키 고로 감독이 연출 의도부터 스튜디오 지브리의 변화에 대해 털어놨다.

'아야와 마녀'는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04,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원작자인 영국의 다이애나 윈 존스 작가의 마지막 작품 '이어위그와 마녀'를 바탕으로 만든 애니메이션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가 첫눈에 반해 무려 원작을 5번이나 정독했다고 알려진 만큼 애정을 쏟은 작품이다. 원작에 대한 애정이 깊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이번 '아야와 마녀'를 기획했고 그의 아들이자 애니메이션 연출자인 미야자키 고로 감독이 직접 연출을 맡아 의미를 더했다.

특히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6년 만에 꺼낸 신작 '아야와 마녀'는 기존의 지브리가 고수했던 고전의 방식을 벗어나 새로운 도전을 시도한 작품으로 많은 화제를 모았다. 일단 기존의 2D에서 벗어나 파리, 대만 등 3D CG 전문가들과 협력해 지브리 최초 풀(FULL) 3D CG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 또한 착하고 다정하기만 했던 기존 지브리 주인공들과 다른 지브리 사상 가장 파격적인 캐릭터 마녀지망생을 주인공으로 선택해 관객에게 변화를 알렸다. 여기에 스튜디오 지브리 작품 최초로 록 스피릿 OST를 더했고 국내에서는 국보급 록밴드 자우림의 김윤아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해 관심을 끌었다. 물론 '디테일의 장인'다운 지브리만의 리얼한 터치를 고수하며 애니메이션 장인다운 면모도 놓치지 않았다. 이러한 '아야와 마녀'는 스튜디오 지브리 사상 최초로 지난해 열린 제73회 칸국제영화제 오피셜셀렉션에 초청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이날 미야자키 고로 감독은 6년 만의 스튜디오 지브리 신작인 '아야와 마녀'에 대해 "신작이 6년이나 걸렸다. 긴 시간 기다려준 팬들에게 너무 감사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원작 '이어위그와 마녀'를 애니메이션화 한 것에 대해 "원작을 읽고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바로 주인공 아야다. 스테리오 타입의 착한 아이가 아닌 굉장히 힘이 있는 아이였다. 그런 부분이 끌려 애니메이션으로 옮기게 됐다. 이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을 때 일본이라는 사회가 노인이 많고 아이들이 줄어들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지금의 아이들이 사회에 나왔을 때 굉장히 많은 노인을 짊어져야 하는, 힘든 시기에 봉착한다. 아야도 어른을 상대해야 하는 비슷한 상황이 연출된다. 어른을 조종해서라도 원하는 것을 얻을 힘을 갖추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지브리 최초 풀(FULL) 3D CG 애니메이션에 도전한 이유도 밝혔다. 미야자키 고로 감독은 "3D CG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계기는 특별하지 않다. 일단 2014년 NHK 채널을 통해 공개된 애니메이션 '산적의 딸 로냐' 같은 경우 지브리가 아닌 다른 스튜디오에서 3D 기법으로 제작하려고 했다. 이후 지브리로 돌아와 장편을 만든다면 3D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새로운 도전이 되지 않을까 싶어 도전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3D가 큰 도전이긴 했지만 내겐 자연스러운 작업이었다. 의외일지 모르겠지만 지브리 내에서는 보수적인 면과 혁신적인 면이 공존 하고 있다. 실제로 지브리 내에서 컴퓨터로 애니메이션 작업을 진행한 것이 상당히 빨리 이뤄졌다. 앞으로도 3D 기법으로 애니메이션 작품을 이어가려고 한다. 지브리는 3D만 한다는 게 아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현재 신작을 2D 애니메이션으로 작업 중이고 다른 감독들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두 가지 작업을 모두 같이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마법 저택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스토리를 펼치는 것에 "원작을 따르려고 했다. 원작에서 집안에 갇혀 일을 해야하는 설정 때문이었다. 한정된 공간에서 만들어져야 했기 때문에 CG 초심자인 우리에겐 오히려 쉬운 선택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후속편, 그리고 '아야와 마녀'의 시리즈화에 대한 계획에 미야자키 고로 감독은 "아직 잘 모르겠다. 일본에서도 이 작품이 광풍이 된 이유로 비슷한 이야기를 듣고 있다. 프로듀서도 속편을 제의하기도 했다. 속편에 대한 제안을 프로듀서와 이야기 했지만 역시 시간을 두고 결정하자고 했다"고 머쓱해했다.

스튜디오 지브리 내의 '아야와 마녀' 평가와 이 작품이 갖는 의미에 대해 "영화가 완성될 때까지 3D에 대해 지브리 내에서도 많이 와닿지 않을 것 같다. 어떻게 만들어질지 감이 안 잡혔을 것이다. 완성된 후에는 호의적이었다. 아버지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도 좋게 평가했다. 일단 3D를 시도했다는 자체가 큰 의미를 갖는 것 같다. 앞으로 가능성을 어떻게 넓혀 갈지 고민이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충분하지 못한 제작 시스템도 앞으로 고쳐나가야 할 것 같다. 이번 작품을 만들면서 3D나 2D 애니메이션 모두 지브리 작품이다. 스튜디오 정신을 잃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느 쪽으로도 모두 지브리 작품과 정신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전했다.

그렇다면 미야자키 고로 감독이 꼽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인생작은 무엇일까. 그는 "테마가 변하지 않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84,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가 아닐까 싶다. 운명과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무거운 주제를 어린이의 시각으로 잘 풀어냈다. 특히 현재 코로나19 환경에 있어서 '나우시카' 스토리를 다시 한번 생각하는 일본인들이 많다"고 곱씹었다.

한국 애니메이션과 드라마에 대해 "한국의 애니메이션 시장은 잘 모르겠다. 아내가 한류를 좋아했던 시기가 있어서 드라마를 많이 접했다. 이병헌의 드라마나 '대장금'은 즐겨 봤다"며 "자랑할 이야기는 아니지만 극장에 갈 시간이 없을 정도로 너무 바빠 일본 작품을 비롯해 한국 작품도 잘 보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마지막으로 미야자키 고로 감독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힘들다. 많은 분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텐데 '아야와 마녀'를 통해 잠시나마 리프레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아야와 마녀'는 '코쿠리코 언덕에서' '게드전기-어스시의 전설'의 미야자키 고로 감독이 연출했다. 오는 10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대원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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