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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줌人] '명랑소녀'→'황후'→'퇴마사'…장나라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

고재완 기자

입력 2021-05-27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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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랑소녀'→'황후'→'퇴마사'…장나라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


[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배우 장나라가 또 해냈다.



이제 단 3회만 남겨놓고 있는 KBS2 수목드라마 '대박부동산'은 평균 시청률 6%대로 꾸준한 인기를 모으고 순항중이다.

그리고 이 같은 인기의 요인으로 장나라를 꼽지 않을 수 없다. 장나라는 초반 '퇴마사에 어울리겠어?'라는 시청자들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고 깔끔한 연기력을 과시하고 있다. 특히 26일 방송분에서는 안방극장을 빈틈없이 꽉 채우는 '미친' 감정선 열연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훔쳤다.

이날 방송에서는 홍지아(장나라)가 엄마 홍미진(백은혜)를 죽였다는 죄책감에 그를 잡고 있었다는 20년전의 비밀이 드러나며 보는 이들을 놀라게 했다. 엄마의 원귀는 20년째 퇴마시키지 못하고 있던 이유가 바로 자신이었던 것. 그는 자신을 속여온 주사무장(강말금)에게 격한 분노를 쏟아내다가도, 엄마 홍미진을 죽였다는 죄책감에 괴로워하는 홍지아를 극강의 흡입력으로 표현해냈다. 그는 "딸한테 찔려 죽은 엄마라니 원혼이 될 만도 하지"라며 "내가 사라져야 끝나는 거겠지"라고 텅 빈 표정으로 20년 전 자신의 행동에 대한 죄책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 하나의 벽을 깬 느낌이다. 그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다크 메이크업을 '찰떡'으로 소화해내고 강단있는 인물의 표현도 완벽히 해냈다. 단순히 장나라를 '명랑소녀'로 기억하고 있던 이들에게는 충격에 가깝다. 81년생으로 불혹을 넘긴 나이에 이뤄낸 성과라 더욱 값져 보인다.

2001년에 데뷔해, 중국에 진출한 2005년까지 그는 시트콤과 트렌디 드라마, 로맨틱코미디물을 오갔다. 가수로나 배우로나 큰 인기를 모으긴 했지만 그 인기가 오래갈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톡톡 튀는 '캔디형' 연기에 특화된 배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국 활동을 마치고 돌아왔던 2011년 처음 출연한 작품도 로맨틱 코미디물 '동안미녀'였다. 이후에도 2016년 '한 번 더 해피엔딩'까지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그의 변신은 2017년 '고백부부'에서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고백부부' 역시 장나라의 이미지에 기댄 타임슬립 로맨틱 코미디물이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장나라는 그동안 소중히 간직해오던(?) 캔디형 이미지를 과감히 버리고 현실에 존재하는 인물임을 선언했다. '고백부부' 속 마진주는 '독박육아'의 현실을 리얼하게 그려내며 '맘'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냈다. 그는 예쁘게 보이는 것보다는 실제 엄마로 보이는 것에 더 집중하면서 '고백부부'를 성공으로 이끌었다.

차기작은 무려 '황후의 품격'이었다. 왠지 안어울려보이는 김순옥 작가와 장나라의 조합은 폭발적인 결과를 낳았다. 극중 가상의 대한제국에서 뮤지컬 배우를 하다 마지막 황후가 되는 오써니 역을 맡은 장나라는 한껏 자극적인 스토리에 온갖 고난을 겪고도 핏대를 세우며 태후 강씨(신은경)와 맞서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또 'VIP'에서는 완벽한 커리어우먼에서 남편 박성준(이상윤)의 불륜을 알아채고 복수하는 나정선 캐릭터를 소화해냈다. 단순히 남편의 불륜에 슬퍼하는 역할이 아니라 유능하고 능력있고 승진도 빠른 인물로 묘사돼 기존 장나라의 이미지를 또 한 번 깼다는 평을 받았다.

그리고 지난해 '오 마이 베이비'를 통해 다시 예전의 이미지를 되찾으려고 하나 했지만 올해 전혀 의외의 작품인 '대박부동산'을 선택하며 그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임을 알렸다.

이같은 도전의 길을 걷는 배우는 그리 많지 않다. '로코'로 성공을 거둔 배우는 자기 복제를 통해 그 인기를 이어가려는 것이 보통이다. 도전에 자신이 없기 때문에 기존 작품을 답습하거나 장기간 휴식을 택하기도 한다. 하지만 장나라는 자신을 둘러싼 확고한 이미지를 스스로 깨면서 진정한 배우로서의 길을 묵묵히 걷고 있다. 장나라를 재평가해야하는 이유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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