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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미, 치매 어머니 향한 절절한 사모곡 “성악가 아닌 딸로 기억해주길” (유퀴즈) [종합]

박아람 기자

입력 2021-05-27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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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미, 치매 어머니 향한 절절한 사모곡 “성악가 아닌 딸로 기억해주길”…


[스포츠조선닷컴 박아람 기자]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가 치매 투병 중인 어머니를 향해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지난 26일 방송된 tvN 예능 '유퀴즈 온 더 블럭'에서는 높은 곳에서 꿈꾸는 자기님들이 출연해 쉽지 않았을 고도까지 용기 있게 나아간 인생철학을 들려주었다.

이날 방송에는 조수미가 출연했다. '신이 내린 목소리' 세계 최정상 소프라노 성악가 조수미 자기님은 솔직한 매력으로 눈길을 끌었다.

먼저 조수미는 화제가 된 2G 휴대전화에 대해 "해외에서는 다른 휴대 전화를 사용한다. 그런데 국내에 들어오게 되면 애지중지하는 이 휴대전화를 버릴 수가 없었다. 여기에 전화번호, 옛날 사진 등이 다 들어가 있다. 그리고 이 휴대전화가 너무 사랑스럽지 않나. 끝가지 갈 거다"고 말하며 20년 동안 사용 중인 휴대전화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83년도 성학을 공부하러 이탈리아로 유학을 가게 된 사연을 이야기했다.

조수미는 "83년도면 인터넷, 컴퓨터도 없던 시절이다. 그때 어머니 목소리 한 번 들으러 1시간을 버스를 타고 갔다. 전화 통화를 할 때는 비싼 요금 때문에 시계를 보며 1분만 짧게 인사만하고 끊어야했다"고 녹록지 않았던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서울대학교 성악과 사상 최고 실기 점수로 수석 입학한 것을 언급한 후 "그런데 들어가자마자 연애를 너무 진하게 한 거다. 그때 졸업정원제라는 게 있었다. 52명 뽑아서 성적순으로 잘랐다. 수석 입학했는데 수업에 안 들어가고 공부를 안 해서 꼴등을 했고, 결국 학교에서 쫓겨났다. 교수님들 부모님들 입장에서는 아쉬운 거다. 이 재능 있는 소프라노가 앞으로 어떻게 하는가. 그래서 저는 거의 남자친구를 두고 등 떠밀리듯 혼자 눈물을 머금고 이탈리아로 가게 된 거다"라고 말했다.

당시 조수미는 아버님께 300불을 받고 유학길에 올랐다고. 조수미는 "큰돈 같아도 작은 돈이었다. 집안이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집안은 아니기 때문에 사실 3개월, 6개월 공부하고 빨리 오려고 했다. 왜냐하면 남자친구도 기다리고 있고 노래 해봐야 뭘 하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3개월 후에 남자친구한테 헤어지자는 편지가 왔다. '우리의 미래가 없다'하더라. 그 때 눈물 머금고 결심했다. 내가 누군가가 돼서 돌아가겠다. 그렇게 해서 온갖 고생을 하고 열심히 했다"고 회상했다.이어 "또 하나 괘씸했던 게 남자친구가 같은 과 내 친구와 사귀었다는 거다"라며 분노를 드러냈다. 조수미는 "그때 3일은 정신을 못 차렸다. 그런데 또 다르게 생각해보면 내가 그 사람에게 느꼈던 사랑, 미움, 다양한 감정들. 그걸 노래에 담아 부를 수 있게 됐다. 이제는 고맙죠"라고 말하며 대인배 면모를 보였다. 그러면서 카메라를 향해 짤막하게 "고마워"라고 살벌한 영상 편지를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후 88올림픽 초대로 5년 만에 금의환향한 조수미는 귀국하자마자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했다.

조수미는 "그 사람에게 전화를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김포공항에 있는 공중전화에서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소리가 나는데 놀라서 끊었다. 이야기는 못했다. 그때 감정이 심장이 멎으면서 '내가 아직 그를 사랑하고 있구나' 싶었다. 그리고 그 분이 한국에서 내 독창회에 와서 내 노래를 듣다가 간 것도 제가 알고 있다. 너무 순수했던 20대의 사랑이었다. 시간이 흘러도 추억이 어쩔 수 없이 영원히 남는 것 같다. 애틋한 사랑이 있었기 때문에 음악이 성숙할 수 있었다. 또 제 성공의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고 털어 놓으며 눈시울을 붉혔다.

또 이탈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 5년제 과정을 2년 만에 졸업한 것도 전 남자친구 덕분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조수미는 "생각해보니 5년이 너무 긴 거다. '빨리 가서 복수해야 하는데. 이거 빨리 끝내야하는데' 그래서 학과장에게 가서 '어떻게 하면 월반할 수 있냐'고 물어봤다. 시험을 쳐서 성적이 좋으면 월반할 수 있다는 말에 1학년에서 3학년, 3학년에서 5학년, 2년 만에 끝냈다. 이탈리아어로 모든 시험을 봤다. 빨리 서울에 가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를 들은 유재석과 조세호는 조수미의 천재성에 경이로움을 드러내며 감탄했다.

또 어머니를 향한 사모곡도 전했다.

조수미는 "어머니께서 80살이 넘으셨다.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미움이 있다. 너무 어릴 때부터 온갖 거를 다 시키셨다. 저는 굉장히 바쁜 어린이였고 행복하지 않았다. 그런데 유학 생활하면서 어머니께서 믿어 주셨던 게 결과물로 보이기 시작하더라. 그제야 어머니께 감사함을 느끼게 됐고 너무 고맙고 너무 죄송했다. 어머니께서 나에게 '내가 성악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는데 내 꿈을 이루어줘서 너무 고맙다'고 하셨다. 그래서 알츠하이머에 걸리신 어머니를 위해 결심을 하게 됐다"며 지난 2019년 4월 자신의 어머니와 온 세상의 어머니들을 위한 앨범 'Mother'을 발매했다고 말했다.

조수미는 "최근 몇 년간은 어머니가 제 무대를 못 보시고 계신다. 그게 너무 안타깝다. 어머니가 기억하길 바라는 나의 모습은 소소한 딸과 엄마의 모습이었으면 한다. 소박했던 순간을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다. 세계적인 성악가 조수미가 아니라 그냥 엄마의 딸로 기억하길 바란다"고 깊은 속내를 전했다. tokki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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