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뉴스

IPO 앞둔 크래프톤, 상장 성공을 위한 기본 과제는?

남정석 기자

입력 2021-05-24 06:00

more
IPO 앞둔 크래프톤, 상장 성공을 위한 기본 과제는?


'역성장 실적, 신작 기대감으로 반전?'



올해 IPO(기업공개) 최고 기대주 중 하나인 크래프톤이 1분기에 역성장을 하며 상장 흥행몰이에 일단 적신호가 켜졌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지난해 기록한 깜짝 실적이 오히려 부담이 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 국내 게임사 가운데 최고의 글로벌 흥행 IP라 불리는 '배틀그라운드'를 보유하고 있기에 국내외 투자자들의 관심은 여전하다. 결국 이를 성공적인 상장으로 이어가기 위해선 새로운 시장 개척과 IP의 확장 및 지나친 의존도 탈피, 그리고 신규 게임의 히트 가능성 증명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과제를 안게 됐다.

▶성장 위한 통과의례

크래프톤은 올 1분기에 지난해 동기 대비 역성장을 했다. 전 분기 대비로는 늘어난 실적을 보인 것은 그나마 다행인 점이다.

크래프톤은 1분기 연결 기준 4610억원의 매출과 227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지난 18일 발표했다. 그러면서 영업이익률이 절반인 49%에 이른다고 강조했다.

크래프톤보다 많은 5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음에도, 영업이익이 500억원대로 고작 이익률 10%대에 머문 경쟁사 넷마블과 엔씨소프트와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는 2020년 1분기와 대비해 모두 뒷걸음질한 수치다. 크래프톤은 당시 매출 5082억원, 영업이익 352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98.8%와 255.5%나 증가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매출은 9.3%, 영업이익은 35.5%나 줄어들었다.

이렇게 된 이유는 다양하다. 지난해 초만 해도 전혀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팬데믹이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되면서, 깜짝 수혜 효과가 걷혔다. 이른바 '기저효과'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또 매출에 상당한 기여를 했던 인도에서의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서비스가 중단됐고, IP의 라이프 사이클이 하락세에 있는데다 지난해 12월 국내에서 출시한 신작 온라인 MMORPG '엘리온'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무엇보다 영업비용이 전년 동기 대비로 27.9% 늘어난 2338억원을 기록했는데, 여기에는 국내 최고 수준의 대우를 약속하면서 급증한 직원 급여와 인센티브 등이 절대적인 수치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는 글로벌 메이저 개발사로 성장하기 위한 대표적인 통과의례라 할 수 있다. 우수 개발자 유치 경쟁이 펼쳐지면서 개발력의 질과 양을 높이기 위해선 경제적 보상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크래프톤 대주주인 장병규 의장은 이달 초 전체 구성원 및 향후 입사 예정자들에게 1000억원에 달하는 자신의 주식을 무상 증여한다고 밝히며, 구성원들과 함께 성장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IPO 성공보단 그 이후가 더 중요

물론 이렇게 한데 모은 개발자들은 당연히 IP의 확장과 함께 신작의 성공을 이끌어야 한다는 목표를 제시받았다. 크래프톤은 늘어난 개발자를 수용하고 성공적인 서비스를 위해 개발조직은 성남 판교 크래프톤타워에 집중시키고, 비개발 조직은 6월부터 서울 역삼동으로 이전시키며 본격적인 경쟁을 준비하고 있다.

우선 펍지 스튜디오가 '배틀그라운드' IP를 활용해 직접 개발한 모바일게임 '배틀그라운드: 뉴 스테이트(NEW STATE)'를 연내 출시할 예정이다. 일단 구글플레이에서만 글로벌(중국, 인도, 베트남 제외) 사전예약 실시 43일만에 예약자 수 1000만을 돌파하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6월 12일부터 사흘간 미국에선 알파 테스트를 실시한다.

또 블루홀스튜디오의 '엘리온'이 하반기 중에 북미, 유럽, 오세아니아 지역에 카카오게임즈를 통해 출시된다. 지난 18일부터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의 사전예약을 시작하며 다시 인도 시장을 공략한다. 이처럼 해외 시장에 더 공을 들이는 것은 글로벌 매출이 절대적인 비중이기 때문이다. 1분기에도 해외에서만 4390억원을 벌어들이며 전체 매출 94%를 차지했다. '썬더 티어원', '칼리스토 프로토콜' 등 글로벌 인력이 투입된 신작을 개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크래프톤은 지난달 8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에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하며 IPO 일정에 본격 돌입했다. 빠르면 다음달 승인을 받고 상반기 내 상장될 가능성도 있다.

장외시장(38커뮤니케이션 기준)에서 최대 1주당 289만원을 기록했으며, 지난 17일부터는 5분의 1로 액면분할을 실시한 후 62만원(액면분할 전 기준으로 310만원)까지 찍기도 했다. 1분기 실적 발표 후 21일 현재 54만원으로 떨어졌지만, 현재 주가로도 시가총액이 23조 2766억원에 이른다. 같은 날 기준 게임 대장주인 엔씨소프트(18조 7268억원), 넷마블(11조 6037억원)을 능가하는 수준이며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넥슨(24조원 4670억원)과 거의 비슷하다. 넥슨의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크래프톤의 2배 이상이고, 일본 시장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크래프톤의 장외가가 너무 고평가 됐다는 지적도 있다. 크래프톤 내부에서도 다소 부담스러워 하는 대목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크래프톤이 현재 실적은 경쟁사에 비해 떨어지지만, '배틀그라운드'라는 글로벌 IP를 가지고 있고 플랫폼 확장성도 크기에 시장 평가가 더 후한 것 같다"며 "결국 IPO의 성공은 물론 그 이후를 위해선 단일 IP 의존도를 빨리 극복하고, 그 이후의 성장세를 어떻게 보여주냐가 더 중요하다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