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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현장]"루저들의 카니발"…'파이프라인' 서인국X이수혁, 뻔하고 올드한 아쉬운 케이퍼 무비(현장)

이승미 기자

입력 2021-05-20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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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저들의 카니발"…'파이프라인' 서인국X이수혁, 뻔하고 올드한 아쉬운 …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소재는 신선한데 영화는 올드하다. 케이퍼 무비가 갖는 모든 클리셰와 전형성을 그대로 답습하는 '파이프라인'이다.



대한민국 땅 아래 숨겨진 수천억의 기름을 훔쳐 인생 역전을 꿈꾸는 여섯 명의 도유꾼, 그들이 펼치는 막장 팀플레이를 그린 범죄 오락 영화 '파이프라인'(유하감독, 곰픽쳐스 제작).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열린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공개됐다. 이날 시사회에는 서인국, 이수혁, 음문석, 유승목, 태항호, 배다빈, 유하 감독이 참석했다.

'말죽거리 잔혹사'(2004), '비열한 거리'(2006), '강남1970'(2015) 등을 연출한 충무로 스토리텔러 유하 감독의 오랜만의 신작으로 더욱 기대를 모으는 '파이프라인'은 국내 최초 '도유 범죄'를 다룬 신선한 소재의 오락물로 눈길을 끈다. 하지만 도유 범죄라는 소재만 신선했을 뿐 '파이프라인'은 지금까지 관객들이 수십번을 봐왔을 케이퍼 무비의 관습을 그대로 따라간다. 장르적 재미를 위한 한계가 있다고 하더라도 케이퍼 무비에서 가장 중요한 범죄 크루의 캐릭터 설정부터 대사까지 뻔하다 못해 올드하다. 특히 올드한 유머가 가장 문제다. 극중 접새(음문석)나 큰삽(태항호)가 유머랍시고 구사하는 대사나 행동은 피식 정도의 웃음마저 자아내지 못하고 올드함의 끝을 달린다.도유 범죄 크루의 리더 격인 핀돌이 역을 맡은 서인국은 그동안 TV 드라마에서 선보여왔던 안정적인 연기력을 선보이긴 하지만, 캐릭터라이징의 한계로 인해 제대로 된 매력으 보여주지 못한다. 극중 최고의 빌런이자 대기업 후계자 건우 역을 맡은 이수혁은 캐릭터부터 연기까지 모두 아쉬움을 남긴다. 피도 눈물도 없는 재벌 사장 빌런이라는 설정으로 인해 범죄 오락물의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는 '베테랑' 속 조태오(유아인 분)을 떠올리게 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조태오라는 캐릭터가 얼마나 매력적이고 유아인이 얼마나 뛰어난 연기를 했었는지를 떠올리게 할 뿐이다.

이날 유하 감독은 "아이템부터 개발한 건 아니고, 10년전부터 준비를 하던 작품이었다. 2010년도에 거기에 대한 관심이 있었는데 마침 시나리오를 받게 됐고 꽤 오래 준비하다가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김경찬 작가랑 다시 시나리오를 써서 시나리오를 완성하게 됐다"며 영화 준비 과정에 대해 전했다. 앞서 어두운 느와르 영화를 주로 선보였던 유하 감독은 "사실 이 영화는 지금까지 제 영화와 느낌이 많이 다르다. 사실 영화를 하면서 같은 소재, 똑같은 메뉴를 하다보니까 색다른 작품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도유라고 하는 소재로 지하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흥미롭게 담고 싶었다"라며 "제가 카니발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금욕적인 생활을 접어들기 위해 축제를 벌인다는 건데, 살기 위해 죽는 반어적인 뜻을 가지고 있다. 이 영화에서 비루한 루저들이 벌이는 비루한 카니발의 느낌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액션도 예전과 달리 블랙코미디적인 느낌을 담았다. 예전에는 액션신을 찍고 나면 굉장히 우울했는데 이번 작품은 찍고 난 후 힐링이 되더라"고 덧붙여 설명했다.8년만에 스크린에 복귀하게 된 서인국은 "오랜만에 영화로 인사를 드리게 됐는데, 오랜만에 인사를 드리는 만큼 부담도 되고 걱정도 됐지만 유하 감독님과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다. 이 영화 속 핀돌이라는 캐릭터에도 굉장히 큰 매력을 느껴서 긴장과 걱정보다는 굉장히 설렌다"며 입을 열었다.

이어 '파이프라인'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외국에서는 이런 소재를 본 적 있지만 국내 영화에서는 본적이 없다. 국내에서는 이런 범죄가 있다는 것도 잘 알지 못했다. 그런데 영화를 준비하면서 자료를 찾아보니까 이런 일이 있었다는게 신기했다. 그런 면에서도 욕심이 났다. 그리고 땅굴 앞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라는게 저의 상상력을 굉장히 자극했다. 그리고 위험한 상황에서 우리 크루들이 펼치는 막장 팀플레이들이 흥미롭고 기대가 됐다"고 말을 더했다.

서인국과 마찬가지로 오랜만에 영화로 관객을 만나게 된 이수혁은 "영화를 정말 사랑하고 좋아하는 입장에서 이렇게 영화로 인사드릴 수 있어서 행복하다. 특히 유하감독과 좋은 선후배분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정말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특히 유하 감독에 대한 믿음과 애정을 드러낸 그는 "시나리오를 봤을 때 유하 감독님의 작품이라는 점도 좋았고 도유 크루와 대립되는 건우라는 캐릭터를 잘 해내고 싶었다. 감독님과 현장에서 대화를 많이 하면서 감독님이 상상하는 건우에 맞게 연기를 하려고 했다. 조금 부족했을 수도 있지만 잘 만들어가려고 했다"고 말했다. 극중 빌런 건우라는 인물에 대해 "건우가 다른 악역과 다른 지점은 초반에 젠틀해보이기도 하지만 점차 변해하고 자신의 목적을 위해 주변의 아무것도 신경쓰이지 않는 점인 것 같다"고 전했다.

유하 감독은 극중 서인국과 이수혁의 캐스팅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서인국 씨는 원래 이 대본으로 만난게 아니고 다른 영화를 준비하면서 알게 됐다. 그런데 안타깝게 그 영화는 투자가 잘 안됐다. 사실 그때는 서인국씨를 잘 몰랐다. 사실 저는 아주 꽃미남이 아니면 좋아하지 않아서 관심이 크지 않았다. 그런데 딱 보고 나서 완전히 매료됐다. 짓궂은 악동의 느낌도 있고 의젓한 상남자의 느낌도 있고 포텐이 상당한 하다고 느꼈다. 서인국이라는 배우의 매력을 지나치기 쉽지 않았다. 그래서 '파이프라인'을 시나리오를 다시 줬는데 다행히 함께 해줬다"고 말했다. 이어서 "사실 극중 건우라는 캐릭터는 몽상가적인 소시오패스인데 이수혁 씨는 현실과 판타지가 혼재된 얼굴이라 캐릭터 싱크로율이 아주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2014년 방영된 드라마 '고교처세왕'부터 현재 방영중인 드라마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 그리고 '파이프라인'까지 무려 세 작품에서 연기 호흡을 맞추게 된 서인국과 이수혁. 두 사람은 서로의 연기 호흡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냈다. "'고교처세왕' 부터 세 작품때 함께 하게 됐는데, 수혁 씨가 캐스팅 됐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전화해서 '잘 부탁한다'고 했다"라고 입을 연 서인국은 "즐겁게 촬영하자고 이야기를 하고 촬영하는 내내 실제로 서로에게 의지를 많이 했다. 서로가 세 작품을 하다보니까 서로 표정과 제스처를 보면 뭐가 필요한지 어떤게 불편하지 캐치를 잘 할 수 있게 됐다. 그래서 서로를 더 존중하고 기분 좋게 함께 했다"며 웃었다.

이수혁 역시 "저희도 세 작품을 비슷한 시기에 함께 할 수 있다는게 신기하다. 개인적으로 서인국이라는 배우를 신뢰하고 , 좋아하는 형이기도 하다. 제가 본받고 싶은 점도 많다. 보시는 분들도 저희 둘이 관계성이 또 다른 모습이기 때문에 새롭게 봐주실 것 같다. 앞으로도 서인국 배우가 허락만 해준다면 다른 작품에도 함께 하고 싶을 정도다"며 신뢰감을 드러냈다.

'파이프라인'은 오는 26일 개봉한다.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 제공=메가박스㈜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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