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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진 교수 "딸 씨엘 고2 때 자퇴..이유 묻지 않아"→세상 떠난 아내 향한 '애틋' ('유퀴즈')[종합]

조윤선 기자

입력 2021-05-19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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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진 교수 "딸 씨엘 고2 때 자퇴..이유 묻지 않아"→세상 떠난 아내…


[스포츠조선 조윤선 기자] '유 퀴즈 온 더 블럭' 씨엘의 아버지이자 물리학자인 이기진 교수가 진정한 딸 바보의 면모를 드러냈다.



19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에서는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해 '가족' 특집을 선보였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물리학자이자 가수 씨엘의 아버지인 이기진 서강대 교수도 출연했다. 2003년부터 피를 뽑지 않고도 혈당 측정이 가능한 신기술을 개발 중이라는 이기진 교수는 당뇨병 환자들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처음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기진 교수는 현재 개발 상황에 대해 "세계적으로 굉장히 경쟁을 하고 있다. 시제품까지는 아직 대부분 안 나온 상태"라며 "다들 90% 정도에는 와 있다. 어떻게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르느냐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중국의 대기업으로부터 백지 수표를 제안받은 적이 있다는 이기진 교수는 "돈은 마음대로 주겠다고 연구를 해보라고 했다. 제안받을 때는 연구비가 정말 다 떨어진 상태였는데 세상에는 해야 할 일도 있고, 하지 말아야 할 일도 있는 거니까 이건 아니라고 생각해서 거절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기술이 중국으로 간다면 내가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연구비를 받고 연구한 결과가 쉽게 날 통해서 날아가 버리는 거니까 하지 말아야 되는, 과학자로서의 양심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며 제안을 거절한 이유를 밝혔다

이기진 교수는 "어떻게 보면 제일 어려운 일만 남았다. 내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다. 그런 스트레스가 쉽지는 않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러나 친구 같은 딸 씨엘과도 일에 대한 고민 같은 건 전혀 나누지 않는다고.

이날 자신을 이기진 교수님의 딸 이채린으로 소개한 씨엘은 "아버지는 정말 본인이 좋아야 하는 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트레스나 부담을 잘 받지 않으시는데 아버지가 부담을 느낀다는 건 정말 이 일에 대한 열정이 있다는 거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기진 교수는 씨엘이 고등학교 2학년 때 갑작스럽게 자퇴 선언을 했을 당시 "왜?"라는 말 한마디 묻지 않고 선뜻 허락했다고 밝혀 놀라움을 안겼다. 그는 "본인이 결정을 얼마나 오래 했겠냐. 그래서 너하고 싶은대로 하라고 했다"며 "'왜'라고 하면 서로 하지 말아야 할 이야기도 많이 나오기도 하니까 그런 걸 꼭 할 필요는 없지 않냐. 그 후에 내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고등학교 졸업을 검정고시 통해서 했다"고 말했다.

학업과 연습생 생활을 병행하면서 한쪽에 더 시간을 집중하고 싶은 마음에 자퇴를 결심했다는 씨엘은 당시 운전 중이던 아버지에게 갑작스럽게 자퇴를 선언했던 이유에 대해 "절대 'NO'하지 않을 건 알았다. 한 번도 '안 돼'라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는 거 같다"며 아버지에 대한 강한 믿음이 있었음을 밝혔다.

이기진 교수는 이후 딸의 데뷔 무대를 봤을 때 기분을 묻자 "당황스러웠다. 내 딸이 TV 안에 있는 게 자랑스럽기도 하고, 나는 부모 입장이니까 걱정이 더 클 때가 많았다"며 "이제 내 영역을 떠나가서 어떤 교육을 시킬 수도, 가르칠 수 있는 영역에서 벗어났는데 자랑스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복합적이었다"고 답했다.

일본에서도 살던 시절 두 딸의 한글 공부를 위해 손수 동화책을 5권이나 만들었다는 이기진 교수. 씨엘은 아빠의 동화책에 대해 "그림이 아빠의 대화방식인 거 같다. 항상 그래서 동화책도 꾸준히 쓰시고 나와 내 동생과 시간을 보낼 때도 계속 그림을 그린다. 내가 무대에서 춤으로 내 자신을 표현하는 것처럼 아빠는 그림으로 표현하는 사람이지 않나 싶다. 그래서 나와 동생이 어릴 때 동화책으로 같이 우리가 소통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이기진 교수는 30대 초반에 무작정 파리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에 전세금을 빼서 좁은 다락방에서 아내, 딸과 생활했을 때가 가장 불확실하고 가난했지만 제일 행복했다고 회상했다. 이에 대해 씨엘은 "굉장히 부모님다운 선택이다. 그냥 느낌대로 재밌게 사는 분들이다. 그건 돈으로 살 수 없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씨엘과 20년 후에 다시 파리 여행을 떠나서 예전에 살았던 다락방도 가고, 단둘만의 휴가를 즐겼다는 이기진 교수. 그는 "데뷔 후 일주일 정도 휴가가 생겨서 갔는데 좋은 추억이 됐다. 채린이도 뭔가 지쳐있었던 거 같다. 데뷔하고 한참 활동하고 난 후니까 고민도 얘기했던 거 같고, 그냥 옆에 있었다"며 "어떤 해답은 줄 수 없다. 그렇지만 그 시간을 둘이 보내는 거다. 무작정 걸으면서 얘기하고 비 맞고, 그러면 혼자 정리가 되기도 하고 그런 시간이 아니었을까 싶다"고 전했다.

이기진 교수는 딸 씨엘은 어떤 딸이냐는 질문에 "내게는 굉장히 생각도 건강하고 어떻게 보면 가장 말이 통하는 친구다. 든든한 딸이자 가장 훌륭한 친구"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또한 씨엘이 문자에 항상 '사랑해'라는 말을 보낸다면서 "그런 말 하지 않더라도 서로 항상 사랑하고 내가 살아가는 이유의 제일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씨엘은 아버지에 대해 "내게는 아버지보다는 이기진이다. 부모님과 항상 친구같이 지냈다. 내가 정말 솔직할 수 있는 분들"이라고 밝혔다.

이날 이기진 교수는 최근 세상을 떠난 아내를 언급하며 "세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슬픈 일의 하나다. 진짜 멋지고 착한 존재였다"며 애틋함을 드러냈다. 어머니를 위해 직접 추모곡을 만들기도 했다는 씨엘은 "두 분이 굉장히 반대되는 성향인데 아버지는 자유로운 영혼이다. 그런 면에서 한결같고, 어머니는 정말 배려가 많으신데 또 다른 의미로 한결같다. 깊은 분"이라고 전했다.

끝으로 이기진 교수는 두 딸에게 "세상을 사는데 어떤 슬픈 일도 있고 힘든 일도 있고 기쁜 일도 있는데 채린, 하린 너희들이 있어서 가장 의지가 되고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말은 자주 하지 않지만 내가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꼭 알았으면 좋겠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씨엘은 "항상 한결같은 모습을 해주셔서 그리고 본보기가 되어주셔서 감사하고 지금같이 한결같이 이기진 교수님이자 동화책 작가이자 아빠이자 그냥 멋진 사람으로 건강하게 친하게 채린이랑 지내주셨으면 좋겠다. 사랑한다"고 전했다.

supremez@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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