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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리, ♥이상순과 만남→삶 변하게 한 순심이와의 '아름다운 이별' ('동물농장')[종합]

조윤선 기자

입력 2021-05-16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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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리, ♥이상순과 만남→삶 변하게 한 순심이와의 '아름다운 이별' ('…


[스포츠조선 조윤선 기자] 이효리가 반려견 순심이와 이별을 통해 배운 것들을 밝혔다.



16일 방송된 SBS 'TV 동물농장'에서는 '효리와 순심이' 2편이 공개됐다.

이날 이효리는 과거 이상순과 라디오 DJ와 특별 게스트로 만났을 당시를 떠올렸다. 이상순이 '장기하의 대단한 라디오' 일일 DJ를 맡았을 때 이효리는 특별 게스트로 출연했고, 그때도 이효리의 곁에는 순심이가 함께했다.

이효리는 "상순 오빠가 내가 유기견에 대해서 일을 많이 한다는 얘기를 듣고 건너건너 자기가 유기견을 한 마리 입양하고 싶은데 도와줄 수 있냐고 해서 그때 도와준 게 구아나였다"며 이상순과 유기견을 통해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기억해'라는 노래도 같이 발표하고 그때 녹음할 때 오빠는 구아나 데려오고, 저는 순심이 데려오고 그래서 녹음실 가기 전에 한강에 가서 애들 조금 놀게 해주고 그런 식으로 본의 아니게 데이트를 그렇게 하게 됐다"며 "그래서 서로 공통점도 있고 그러니까 더 호감이 갔던 거 같다"고 밝혔다. 이어 "그다음에 입양한 게 모카였다. 모카도 안성에 있는 보호소에서 데리고 왔는데 그러다가 결혼을 하고 이 집에서 제일 많이 보냈다"고 전했다.

남편 이상순과 함께 오랜만에 제주에서의 신혼집을 다시 찾은 이효리는 순심이와 함께했던 공간에서 추억을 회상했다. 이효리는 "여기 오니까 결혼식 생각난다. 그때 순심이도 면사포 씌웠다"며 결혼식 사진부터 신혼 시절 사진을 봤다.

이효리와 이상순은 순심이, 구아나, 모카 세 마리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며 "이때는 셋밖에 없었으니까 셋이 잘 돌아다녔다"고 추억을 떠올렸다. 가만히 사진을 보던 이효리는 사진에서도 자신만을 쳐다보던 순심이를 보며 "늘 나를 쳐다보고 있다"고 했고, 이상순은 "네 옆에 계속 있는 거다"라고 말했다.

특히 이효리는 순심이가 그토록 좋아하던 바다에서 뛰어놀고, 수영하는 사진을 보면서 "나도 젊고 순심이도 젊다. 우리 모두 젊다"며 애틋한 표정을 지었다.

이효리는 어린 시절부터 반려견을 키우기는 했지만, 독립 후 혼자서 반려견으로서 키우게 된 건 순심이가 처음이었다고 했다. 부모님이 일하러 가고, 언니들이 학교에 가면 혼자 집에 남아서 메리라는 이름의 반려견과 친구처럼 지냈다는 이효리. 그러나 어느 날 부모님이 메리를 보신탕집에 보냈다는 것을 알고 어린 마음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이효리는 "내가 메리한테 아무 도움이 되지도 못했던 그 마음이 지금까지도 생각만 하면 되게 미안하고 가슴이 아플 정도로 남아있다"며 "도움을 주고 싶다는 게 늘 마음속에 있었던 거 같다. 그게 마음먹기가 쉽지 않은데 한번 딱 마음을 먹으니까 그다음부터는 쭉 연결해서 보호소도 이곳저곳 가보고 2009년 정도부터 슬금슬금 시작하다가 순심이 입양하고 본격적으로 봉사를 많이 했던 거 같다"고 말했다.

순심이가 떠난 후에도 일주일에 한 번씩 지인들과 함께 유기견 보호소 봉사를 하는 이효리는 순심이처럼 소외된 유기견들을 더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유기견 보호소 봉사를 '힐링'이라고 표현한 이효리는 "진짜 해주는 게 없다. 밥 주고 물 주고 잠깐 열어서 15분 정도 산책하는 거 그거 하나만으로 만족해하고 너무 행복해하고 웃는 표정 보여주니까 별 거 해주는 거 없는데도 고마워하고 우리를 이렇게 반겨주고 얘네 뛰는 모습, 웃는 모습 보면 기분이 너무 좋고 저절로 웃음이 계속 나온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족을 찾거나 아니면 여기서 사는 동안 그나마 조금이라도 즐겁고 행복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게 목표"라며 "(유기견들이) 제로가 되면 진짜 그것만큼 행복한 일이 없을 거 같다. 제로가 되는 날 우리 다 같이 파티하고 싶을 정도다. 그러려면 목줄 훈련도 잘해줘야 되고 사람 친화적으로 해줘야 되고 진짜 해줄 게 많다"고 말했다.

세상을 떠나기 한 두 달 전부터 좋아하던 산책을 나가기 싫어했다는 순심이. 이효리는 "다른 개들이 커서 순심이는 항상 그 사이에서 치이는 편이었는데 같이 가는 가는 산책을 가기 싫어했다. 그래서 순심이만 따로 동네를 천천히 산책시켰다"며 "그때 내가 다른 애들에게 봉사하고 입양한다고 해서 단둘이 있는 시간을 결혼 후에 한 번도 못 가졌다는 걸 알았고, 순심이가 그렇게 준비를 시켜줬던 거 같다. 산책 나가는 게 싫으면 아예 나가지 말았어야 했는데 단둘이 나가는 건 좋아했다. 순심이가 계획이 있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병원에서도 더이상 아픈 순심이를 위해 해줄 게 없다는 말을 들은 후부터 이효리-이상순 부부는 다른 반려견들과 함께 거실에 다 같이 모여서 일주일 정도 같이 생활하면서 순심이의 마지막 모습을 영상과 사진으로 담았다고 했다. 이효리는 "남겨 놓고 싶고 딱히 사실 해줄 만한 게 없었다. 그때는 이미 먹지도 않고 치료도 더이상 할 수 없는 상태니까 계속 찍었던 거 같다"고 말했다.

평소처럼 지내다가도 곧 이별을 앞둔 순심이를 보며 계속 울기도 했다는 이효리-이상순 부부는 "우리가 계속 우니까 다른 애들도 많이 다운돼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가 순심이 때문에 너무 힘들어하는 걸 다른 개들도 느끼면서 덩달아 힘들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감정을 조절하면서 순심이를 좀 더 케어해주는 거로 많이 했다"고 밝혔다.

물도 안 마실 정도로 힘들어하는 순심이에게 병원 치료가 더 힘들 거 같았다는 이효리는 어떤 걸 해주면 좋을지 혼자 계속 생각했다고. 그저 좋은 음악을 틀어주면서 환기를 시켜주고, 햇볕을 쬐게 해주는 것 외에는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는 이효리는 순심이를 품에 소중하게 안고 마당에 나가서 바람을 쐬게 해주고 꽃을 보여주며 마지막까지 순심이와의 추억을 쌓았다.

이효리는 "나랑 같이 살면서 힘들었던 점은 없었을까. 서운한 게 없었을까. 어떤 기분이었을까.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런 게 나중에 미안해지기도 하고 궁금하더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또한 이효리는 다른 반려견, 반려묘들이 순심이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듯한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고 밝혔다. 순심이와 같이 10년 동안 지냈던 반려묘 순이가 순심이가 떠나기 전 순심이 등 위에 올라가서 앉는 모습을 봤다는 이효리는 "한 번도 못 본 모습인데 인사하듯 위로해주는 걸 보니까 너무 감동적이었다. 미달이도 순심이가 힘없이 누워있는데 입으로 순심이를 콕 찌르면서 일어나라는 듯이 하더라"며 "얘네도 다 인사하고 보낼 준비를 하고 위로해주는 걸 보면서 기쁘고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죽음의 순간에 죽음만 있고 슬픔만 있는 게 아니라 그런 곳곳에 놀라운 사랑의 순간들을 포착하면서 너무 많이 배웠고 공부했고 너무 마음이 따뜻했다"며 미소 지었다.

순심이가 떠나는 날 마음이 불안해서 밤새도록 깨어있었다는 이효리는 "발작해서 껴안고 다치지 않게 꽉 잡아주고 있었는데 마지막 발작을 하고 탁 숨을 멈추더라. 공기가 멈춘 것처럼 고요해지는 순간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막 '순심아!' 이런 슬픔보다는 약간 희한한 느낌이었다. 어떤 한 생명이 이렇게 사랑을 주고받고 하다가 마지막에 자연스럽게 자기가 집착하지 않고 더 먹으려 하지도 않고 더 살려고 아등바등하지 않고 훌쩍 떠나는 그 순간이 굉장히 경이롭다고 해야 하나. 그런 느낌이었다. 고맙다는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반려묘 미미에 이어 순심이까지 떠나보낸 이효리는 "내 인생의 질풍노도의 시기에 함께 했던 애들이 가니까 그때 실수투성이에 뭔가 혼란스러웠던 나도 애들이랑 같이 한 단락 마무리되는 느낌이다. 그때 함께해줬던 미미, 순심이, 순이가 나는 더 애틋하다"고 전했다.

이날 이효리는 아주 잠깐이라도 순심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어떤 걸 하고 싶냐는 질문에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면서 "그냥 쓰다듬어주고 싶고 안아주고 다른 개들 없이 단둘이 산책하고 싶다. 그 촉감이 안 잊히고 쓰다듬어주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순심이 가고 나서 다른 개들한테 훨씬 더 집중하게 됐다. 언젠가 이별할 줄 알았지만 진짜 이별한다는 걸 깨닫게 되니까 그 이별하는 순간에 제일 후회됐던 것들을 후회하지 말자는 마음이 커서 마지막까지도 날 이렇게 변화시키고 가는구나 싶었다. 마지막까지도 날 철들게 하는구나 싶었다"고 밝혔다.

이효리는 "우리가 나눴던 그 많은 사랑의 순간을 떠올리면서 충분히 슬퍼하고 충분히 애도하고 싶다. (슬픔은) 회피할 수 없고 순간순간 찾아온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야 되는 구나 싶다. 충분히 울고 충분히 슬퍼하고 충분히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나면 보낼 때도 서로 슬프고 힘들기보다 아름답게 끝낼 수 있고 아름답게 이별할 수 있는 거 같다"며 순심이를 통해 아름다운 이별의 방법을 배웠다고 전했다.

끝으로 이효리는 순심이와 함께한 3647일에 대해 "아름다웠다. 너무 아름다운 시간이었고, 다른 말을 하기가 어렵다"며 미소를 지었다.

supremez@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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