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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윤여정, 아만다 사이프리드도 반했다…'촌철살인'보단 '예의'가 먼저 화법

고재완 기자

입력 2021-05-04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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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여정, 아만다 사이프리드도 반했다…'촌철살인'보단 '예의'가 먼저 화…
연합뉴스

[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윤여정의 소감은 전세계적인 화제를 모았다. 이전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의 소감도 그랬다. 솔직하고 시원시원한 윤여정의 입담은 한국에서만 통하는 화법이 아니었다.



영국아카데미의 소감에서 가장 화제가 된 부분은 '고상한 체하는(snobbish)'라는 단어였다. 영국인들의 농담 포인트를 정확하게 짚었다는 것. 오스카에서는 브래드 피트에게 "우리가 털사에서 영화를 찍을 땐 어디계셨어요?"라고 농담한 것과 "이름을 잘 못 불러도 용서하겠다"는 너스레였다. 또 두 아들에 대한 농담도 그랬다.

하지만 윤여정의 이런 유머가 통할 수 있는 것은 그가 소감 밑바탕에 깔고 있는 '예의'라는 평이다.

영국 아카데미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을 때 윤여정은 "고상한 체하는 영국인들이 주는 상이라 더 의미가 있다"는 농담을 하기 전 "에딘버러 공작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I express my deep condolences for your duke of Edinburgh)"고 말했다. 지난 달 9일 타계한 엘리자베스여왕의 남편 에딘버러 공작은 여왕 못지않게 영국인들의 사랑을 받은 인물로 그의 타계로 슬픔에 젖어있는 영국인에게 애도의 뜻을 표하며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미국 아카데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나는 사실 경쟁을 믿지 않는다. 글렌 클로즈와 같은 대배우와 어떻게 경쟁을 하겠나? 글렌 클로즈의 훌륭한 연기를 너무 많이 봤다. 다섯 후보들은 다 각자의 다른 영화에서 다른 역할을 했기 때문에 경쟁할 수가 없다. 단지 오늘 내가 이 자리에 있는 것은 그냥 운이 좀 더 좋았을 뿐이다. 또 미국인들이 한국 배우에게 주는 미국식 환대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 장면을 '힐빌리의 노래'로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던 글렌 클로즈는 흐뭇하게 바라봤고 '맹크'로 함께 노미네이트됐던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물개 박수를 치며 "그녀를 사랑한다(I love her)"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멘트는 사실 미국인들에게 익숙치 않은 소감이었다. 자기중심적인 미국식 사고에서 다른 배우들과의 동등함을 주장하는 한국식 소감은 꽤 신선할 수 있다. 게다가 그의 '미국식 환대'라는 말은 2019년 봉준호 감독이 말한 "로컬 시상식" 멘트의 좀 더 격조있고 예의바르며 에두른 표현이기도 하다. 윤여정식 확법이 세계인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가는 이유, 충분한 '예의'를 보인 후 나오는 위트이기 때문이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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