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첫 방송된 OCN 오리지널 '다크홀'(정이도 극본, 김봉주 연출)이 싱크홀에 장르적 상상을 가미해 쌓아 올린 심연의 공포와 심장을 죄는 긴장감으로 안방극장을 물들였다. 지난 제작발표회에서 배우들이 예고한 '한국형 재난물'의 탄생을 알린 순간이었다.
먼저, '다크홀'에는 여타의 좀비와는 다른 변종인간이 등장했다. 매개는 감염된 변종이 아니라 검은 연기. 이를 들이 마시는 순간 내면의 공포와 분노가 증폭된다. 일례로 얼굴에 섬유종을 가진 채 살아온 남진일(원춘규)은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감내해야 했던 일생의 공포와 마주했고, 이는 곧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 말라고 했지"라는 분노의 감정으로 번졌다. 눈을 마주치는 사람들마다 그들의 두 눈을 공격한 이유였다. 이는 '다크홀'의 변종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자, 김봉주 감독이 언급한 '변종인간 서사의 축적'이었다.
안방극장을 영화관으로 바꾼 완성도 높은 영상도 몰입도 상승에 한 몫 했다. 영화 '더 폰'을 통해 반전과 충격으로 가득 찬 추격 스릴러의 진수를 보여준 김봉주 감독이 2019 최고의 화제작 '타인은 지옥이다'의 제작진과 '구해줘1', '타인은 지옥이다' 정이도 작가와 만나 첫 주부터 웰메이드 장르물의 신호탄을 제대로 쏘아 올렸다. 특히 진간터널에서 이화선(김옥빈)이 이수연의 환영과 환청을 보고 듣는 장면과 변종인간이 창궐하면서 아수라장이 된 무지시는 마치 직접 겪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이를 십분 더 살려낸 김옥빈과 이준혁의 열연은 "역시 믿고 보는 김옥빈X이준혁의 장르물"이라는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으면서 다음 방송도 놓치지 말아야 할 이유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