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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리뷰] '낙원의 밤' 엄태구X전여빈X차승원, 클리셰 씹어 삼킨 역대급 인생캐 탄생(종합)

조지영 기자

입력 2021-04-06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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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원의 밤' 엄태구X전여빈X차승원, 클리셰 씹어 삼킨 역대급 인생캐 …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배우 엄태구, 전여빈, 차승원이 전작의 필모그래피를 모두 씹어 삼킬 만큼 강력한, 압도적인 인생 캐릭터가 탄생했다. 세 배우를 통해 쿨하지만 뜨거운, 또 우아하지만 처연한 한국형 누아르 갱스터 무비가 완성됐다.



범죄 누아르 영화 '낙원의 밤'(박훈정 감독, 영화사 금월 제작)은 타깃이 된 한 남자와 삶의 끝에 서 있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한국 누아르 장르의 새로운 장을 연 '신세계'(13), 미스터리한 전개와 신선한 액션이 돋보인 '마녀'(18) 등 탄탄한 스토리텔링과 강렬한 전개, 새로운 시도를 이어간 박훈정 감독의 신작으로, 지난해 9월 열린 제77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영화로는 유일하게 비경쟁 부문에 초청돼 처음 소개됐고 오는 9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여 개국 동시 공개된다.

영화 '신세계' '브이아이피'(17) '마녀'로 이어진 박훈정 감독의 전매특허 누아르, 갱스터 감성은 그야말로 '낙원의 밤'을 통해 꽃을 피웠다. 세 작품의 아쉬움을 보완한 '낙원의 밤'은 박훈정 감독의 장기를 극대화한 한국형 누아르, 갱스터 종합선물세트로 정점을 찍었다.

앞서 박훈정 감독은 '브이아이피' 당시 영화 속 젠더 감수성을 의식하지 못한 잔혹한 여성 살인 묘사로 '여혐 논란'에 휩싸인바, 이번 '낙원의 밤'에서는 전작에서 관객에게 불편함을 느끼게 했던 여성 살인 묘사를 없애는 등 기존에 자신이 보였던 범죄물과 다르게 그리려는 고민의 흔적을 담았다.

물론 누아르, 갱스터 장르에서 빠질 수 없는 '대표 클리셰 3종 세트'인 믿었던 조직의 배신, 뒤늦게 빠진 사랑, 처절한 복수 스토리는 여느 범죄물과 다를 바 없지만 엄태구, 전여빈, 차승원의 신박한 캐릭터와 블랙 코미디, 소름 돋는 메소드 열연이 더해지면서 진부한 클리셰를 부시고 밀도 있는 새로운 누아르, 갱스터 무비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했다. '낙원의 밤'은 믿었던 조직의 뼈아픈 배신이 있었지만 이 과정에서 공감대를 형성한 새로운 인연(재연 역의 전여빈)을 만나 우정과 사랑 사이의 웃픈 줄다리기를 보였고 오히려 상대 조직이 상도를 지키는 반전을 안겼다. 클리셰 안에서도 변주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박훈정 감독의 노력이 곳곳에 보였다. 갱스터 무비에 연민 한 스푼을 넣어주는, 반복된 지고지순한 주인공의 절절한 로맨스가 없었던 지점도 쿨하면서 뜨거운 '낙원의 밤'의 정체성을 잘 드러냈다.

무엇보다 엄태구는 '밀정'(16, 김지운 감독)에서 스크린을 찢은 강렬한 악역으로 연기력의 정점을 찍었는데 이번 '낙원의 밤'에서는 특유의 '동굴 보이스'와 더불어 묵직한 주인공 태구로 다시 한번 인생 캐릭터를 만들었다. 가족의 복수를 위해 서늘한 계획을 진행하는 초반부터 제주도로 도피 후 만난 재연과의 서툰 관계까지 엄태구만의 색깔로 표현해 '낙원의 밤'에 완벽히 녹아들었다.

인기리에 방영 중인 tvN 토일드라마 '빈센조'(박재범 극본, 김희원 연출)를 통해 통통 튀는 매력을 과시하며 스타성을 입증한 전여빈은 '낙원의 밤'에서 '빈센조'와 결이 다른 캐릭터로 신선함을 안긴다. 기존 누아르 장르 속 여린 여자주인공과 달리 엄태구와 함께 주체적이면서 주도적으로 '낙원의 밤'을 이끈 전여빈은 수줍은 태구를 흔드는 티키타카부터 처연한 사연까지 모두 담아 보는 이들의 마음을 쥐락펴락한다. 강렬한 데뷔를 알린 '죄 많은 소녀'(18, 김의석 감독)를 떠올리게 하는 변신으로 다시 한번 스크린에 눈도장을 찍었다.

'독전'(18, 이해영 감독)에서 지금껏 본 적 없는 악역의 신기원을 연 차승원은 '낙원의 밤'에서도 다시 한번 미친 존재감을 드러내는 악역에 도전, 전작의 아우라를 뛰어넘었다. 일찌감치 '낙원의 밤' 속 악역에 대해 '인간적인 악역'을 예고한 차승원은 '낙원의 밤'을 통해 또다시 파격적인 연기 변신에 성공, 주연 못지않은 역대급 '신 스틸러'의 탄생을 예고했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섬 제주에서 펼쳐지는 아이러니한 진득한 감성의 '낙원의 밤'. 강렬한 콘트라스트의 스토리와 소름 돋는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진 '낙원의 밤'이 국내를 비롯해 전 세계 'K-누아르' 열풍을 불러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낙원의 밤'은 오는 9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여 개국 동시 공개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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