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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산업의 달라진 위상, 사회적 책임에 부응하기 위한 방향성은?

남정석 기자

입력 2021-04-05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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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산업의 달라진 위상, 사회적 책임에 부응하기 위한 방향성은?
넥슨 판교사옥

'사회적 기대 수준과 위상에 걸맞기 위해선?'



국내 게임산업은 역설적이게도 코로나19 상황에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언택트 시대의 대표적인 수혜 산업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회사 규모나 게임별로 달랐지만, 주요 게임사들의 경우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등하면서 산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하지만 위상이 커지면 커질수록 사회에서 바라는 기대 수준은 비례적으로 증가했다. 산업적 가치는 이미 수치로 입증을 했지만, 문화적 사회적 가치의 향상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여기에 구성원들의 높은 임금 인상률은 '부러움'과 '질시'를 동시에 받게 된 계기가 됐다. 소비자들의 목소리나 기대치가 한껏 높아진 상황에서, 확률형 아이템의 수치 공개나 조작 의심, 환불 이슈 등이 국민적 화제가 된 것도 그만큼 기대치가 높아졌다는 얘기가 된다.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분명 한단계 '퀀텀점프'에 성공한 게임업계는 이제 그 위상에 걸맞는 책임을 요구받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일련의 사태를 겪으면서 주총이나 이사회 등을 통해 이를 충족시킬 방향성을 내놓고 있다.

▶청년 인재 채용

최근 ICT업계를 강타한 것은 넥슨에서 시작, 주요 게임사들이 앞다퉈 발표한 연봉과 성과급의 파격적인 인상 릴레이였다. 넥슨이 전직원 연봉 800만원 일괄 인상에 이어 개발직군 초봉 5000만원을 내세우자, 넷마블 크래프톤 엔씨소프트 게임빌 컴투스 조이시티 베스파 등 대형 게임사뿐 아니라 중소 게임사까지 이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해 거둔 기록적인 이익을 함께 고생한 구성원들과 나누겠다는 의미도 있지만, 이와 더불어 우수 개발자를 확보하거나 혹은 적어도 타 회사에 뺏기지 않겠다는 자구책이기도 하다. 게임업계발 인상은 네이버 카카오 등 같은 ICT업계뿐 아니라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타 업종에까지 두루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업의 이익 공유에 대한 기대 수준을 한단계 높인 것은 분명하다.

이는 신규나 경력 개발자 채용 릴레이로 이어지고 있다. 소프트웨어 산업의 가치나 중요성은 날로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로 인해 이 속도가 더욱 빨라지면서 전 산업계에 우수 개발자 확보 필요성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해선 적절한 임금과 함께 미래 비전이 함께 동반돼야 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게임산업은 청년들이 선망하는 양질의 일자리라 할 수 있다. 개발자가 더욱 각광받게 된다면, 대학의 공대 기피 현상을 돌려놓을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또 코딩 실력과 개발에 대한 관심이 있다면 반드시 대학 졸업장을 필요로 하지 않는 직종이기에 고학력 청년 실업자 양산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회 책임 강화

연봉 인상 퍼레이드만큼 게임업계가 사회의 관심을 받은 사항은 확률형 아이템 수치 의무 공개 법안, 그리고 전후에 불거진 게임 유저들과의 갈등이었다.

예전과 같으면 업계에서만 화제가 되거나 혹은 논란이 됐을 얘기였지만, 산업 위상이 제고되면서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됐다. 그만큼 구성원들의 기대치가 높아졌고, 이에 따른 책임이 커졌다는 방증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확률형 아이템은 국내 게임사들이 가장 크게 의존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측면에서 가장 민감한 이슈였다. 게임산업계에선 자율 규제를 하고 있다며 확률은 영업비밀이기에 의무 공개를 두고 반발했지만, '메이플스토리' 등을 비롯한 인기 게임들의 아이템 출현 확률이 조작됐다는 유저들의 강한 반발이 이어지자 이에 넥슨을 시작으로 확률을 모두 공개하겠다고 고개를 숙인 상황이다. 또 엔씨소프트가 '리니지M'의 완성형 아이템의 시스템 업데이트와 원상복구의 과정에서 이용자들과 보상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으면서 불매 운동의 대상이 됐고, 이로 인해 이용자수의 급격한 감소와 주가 하락이라는 엄혹한 현실을 마주하고 있는 것을 보더라도 분명 달라진 시대임을 보여주고 있다.

개별 회사들의 확률 공개와는 별도로, 업계에선 유저들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 자율 규제 수준을 대폭 높이는 방향으로 책임성을 강화하고 있다. 또 확률형 아이템을 위주로 한 부분 유료화의 의존도를 줄이고 다양한 방식의 수익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새로운 플랫폼으로의 확장 등 발빠르게 변화를 시도하려 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을 마련한다는 목표로 지난달 국내 게임사 중 처음으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위원회'를 신설하는 등 시대의 요구에 발맞추고 있다.



▶미래를 선도하자

사회가 게임업계에 바라는 기대 중 하나는 미래 기술의 선도라 할 수 있다. 문화 콘텐츠 수출액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서도 여전히 이의 60% 이상을 게임 콘텐츠가 차지하고 있는 것은 그동안 기술 개발이나 해외 시장 개척을 적극적으로 시도한 덕분이라 할 수 있다.

AR, VR 등 새로운 플랫폼에 맞는 콘텐츠뿐 아니라 AI(인공지능) 연구개발에서도 엔씨소프트나 넷마블 등이 축척한 기술력은 선도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가공 혹은 추상의 3차원 가상세계를 뜻하는 '메타버스', 여전히 그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블록체인과 NFT(대체 불가능 토큰) 등 언택트 시대에서 화두로 떠오른 기술들은 이미 게임 내에 구현되고 있거나 혹은 상용화 직전 단계까지 발전시키는 등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글로벌 단위의 적극적인 M&A(인수합병)도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 게임빌-컴투스는 최근 이사회에서 송병준 대표를 의장으로 선임, M&A에 더욱 관심을 쏟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카카오게임즈도 이사회에서 기업 인수합병 경험이 풍부한 정 욱 넵튠 대표를 프렌즈게임즈 대표로 끌어들이는 등 지난해 코스닥 상장 이후 시장에서 요구하는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미래 방향성을 내보였다.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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