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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 3색', 여자 프로농구 3명 신임 사령탑의 특징과 성과는?

남정석 기자

입력 2021-12-27 11:04

수정 2021-12-27 11:04

'3인 3색', 여자 프로농구 3명 신임 사령탑의 특징과 성과는?
올 시즌 처음으로 사령탑에 오른 김완수 KB스타즈 감독, 구나단 신한은행 감독대행, 박정은 BNK썸 감독(왼쪽부터) 등 3명의 지도자들이 각자의 특징을 살린 '3인 3색'으로 팀을 이끌고 있다. 사진제공=WKBL

여자 프로농구가 올스타 브레이크를 마치고 30일 후반기 리그를 재개한다.



반환점을 돈 시점에서 가장 관심사 중 하나는 새롭게 임명된 사령탑들의 성적표이다. 이례적으로 올 시즌을 앞두고 전체 6개팀 가운데 절반인 3개팀의 감독이 교체되며 지도자의 세대 바람이 거셌다. 김완수 KB스타즈 감독, 구나단 신한은행 감독대행, 박정은 BNK썸 감독 3명이 주인공이다. 게다가 이들이 프로 무대에서 코치 생활만 했을뿐, 감독 경험이 없는 '초짜'라는 공통점까지 갖추고 있다. 다소 모험적인 선택에 대해 팬들이나 농구계 관계자 역시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도 컸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커리어도 가지각색인 3명 모두 감독 첫 시즌부터 각자의 색깔을 팀에 입히며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사령탑은 전반기 16승1패, 9할4푼1리의 승률로 팀을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는 김완수 감독이다. 박지수라는 초특급 센터에다 FA로 강이슬까지 영입, 선수 라인업에선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임은 분명하지만 김 감독이 이들을 묶어 기대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내게 하고 있다. 오히려 이 멤버로 우승을 못하면 실패라는 주위의 평가와 기대가 큰 부담감으로 다가올 수 있겠지만, 김 감독은 이조차 선수들의 긴장감이 풀어지지 않도록 하는 메시지로 잘 활용하고 있다.

하나원큐에서의 코치 경력은 4년으로 짧지만, 온양여중과 온양여고에서 10년 넘게 지도자 생활을 하며 다진 여자 농구선수들의 특징을 정확히 꿰뚫고 있는 것이 성공 비결이라 할 수 있다. 또 전임 안덕수 감독이 박지수를 중심으로 한 센터 중심의 플레이였다면, 김 감독은 빠른 공수 트래지션과 패싱 그리고 박지수의 수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지역 방어와 함께 강이슬이라는 걸출한 슈터를 잘 살리기 위한 공수 전략 등 디테일이 강한 스타일로 팀을 변모시키고 있다. 때론 우직하게 존 디펜스를 끌고 가면서도,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처럼 변화무쌍한 전술을 구사하는 팀을 만났을 때는 맞춤식 전술로 맞불을 놓으며 KB스타즈와 우리은행의 대결을 여자 프로농구 최고의 '명품 콘텐츠'로 만들고 있다.

구나단 대행은 정상일 전임 감독이 건강 문제로 중도사퇴하며 갑자기 찾아온 기회를 잘 잡아가고 있다. 캐나다 모학대학과 맥마스터대학에서 비디오 코디네이터로부터 시작해 코치 경험을 쌓았고, 중국 여자 프로농구에선 이문규 정상일 감독 밑에서 코치를 지냈지만 구 대행은 국내에선 철저히 비주류이다. 하지만 팀의 최고참 곽주영과 두살 밖에 차이나지 않는 1982년생의 젊은 나이로, MZ세대인 선수들이 좀 더 편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는데다 매일 비디오 분석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특유의 성실함을 기반으로 높이가 낮은 팀의 특성을 '스몰볼 농구'로 극대화 시키고 있다. 상대팀 감독들도 구 대행을 '준비된 지도자'라며 높이 추켜세울 정도다.

박정은 감독은 선수로선 큰 두각을 못 나타냈던 앞선 두 감독과 달리 한국 여자농구의 슈퍼스타 출신이다. 삼성생명 한 팀에서만 뛴 프랜차이즈 선수로, 친정에서 3년간 코치 생활을 하고 WKBL 경기운영본부장을 역임한 후 BNK에서 첫 사령탑에 올랐다. 김한별 강아정 등 두 베테랑을 영입, 6개팀 중 가장 젊은 라인업의 구심점 역할을 맡기고 있다.

시즌 초중반까지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진 못했지만 지난해 최하위에 그치며 패배감에 빠진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으면서 이번 달 들어 2연승을 달리고, 선두 KB스타즈전에선 연달아 대등한 경기를 펼치는 등 서서히 전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경기 태도가 좋지 못했던 베테랑을 아예 라인업에서 빼버리고 대놓고 쓴소리를 하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선수들의 특징을 잘 파악해 장점을 끌어올리는 능력이 뛰어나기에 후반기를 더욱 기대케 하고 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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