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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 인터뷰] 도쿄올림픽 女농구 전주원 감독 "최초 여성감독? 1도 그런 생각 없었다. 스트레스가 적응됐다"

류동혁 기자

입력 2021-08-03 18:39

수정 2021-08-04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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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올림픽 女농구 전주원 감독 "최초 여성감독? 1도 그런 생각 없었다…
전주원 감독.사이타마(일본)=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3전 전패. 데이터만 놓고 보면, 실망스러울 만하다.



하지만 경기내용을 보면, 그럴 필요가 없다. 오히려 '세계 강호들을 상대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었다.

도쿄올림픽에 참가한 여자농구 대표팀.

조별 예선, 만만한 팀은 없었다. 세계량킹 3위 스페인을 비롯해 4위 캐나다, 그리고 8위 세르비아가 상대였다.

스페인은 유럽 최강국이다. 캐나다는 '리틀 미국'이라고 불리하는 팀이고, 그나마 만만했던 세르비아는 유럽선수권대회 우승을 차지한 급 상승세의 팀.

'1승은 커녕 20점 차 이상의 패배로 망신을 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지배적 평가였다. 심지어 해외 매체에서도 '한국이 올림픽 12개팀 중 12위'라고 했다.

객관적 전력만 놓고 보면 그럴 만했다. 하지만, 한국은 만만치 않았다. 캐나다전에서 53대74로 패했지만, 4쿼터 중반까지 접전을 펼쳤고, 스페인(69대73), 세르비아(61대65)에 각각 4점 차 패배를 당했다.

박지수 박혜진 강이슬 박지현 윤예빈 등 선수들의 투혼도 있었지만, 올림픽 구기종목 최초의 여성 사령탑 전주원 감독의 전략, 전술은 상당히 빛났다. 귀국한 전 감독과 3일 전화통화로 궁금했던 도쿄올림픽 비하인드 스토리를 물어봤다.

─올림픽 직전 비관론이 많았다. '망신만 당하다 오는 것 아니냐'는 극단적 비관론도 있었는데요.

▶세계대회 등 비디오 자료를 봤을 ??, 전력 차이가 있겠다 생각했어요. 어떻게 격차를 줄이는 지에 대해 골몰했어요.

─그런 비관론과 여성 최초의 구기종목 사령탑 등 마음 부담감이 어마어마했을 것 같은데요.

▶합숙 전 잠을 못 잘 정도로 부담감이 있었어요. 단, 합숙 이후 그런 부담은 없어졌어요. 여성 최초 감독? 그런 생각은 '1'도 없었어요. 그냥 감독이라고 생각했고, 내 스스로 괴롭히는 성격인데, 스트레스가 적응이 되더라구요.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해줘서 다행이었어요.

─준비 직전 가장 힘든 것은 무엇이었나요.

▶선수들이 휴가 후에 모인 거라 전술보다는 몸 만들 시간이 필요했어요. 괜히 마음만 급했어요. 어쩔 수 없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박지수가 연습을 좀 더 일찍 같이 했더라면 어땠을까 생각도 했어요.

─어떤 준비에 중점을 뒀나요.

▶일단 선수들이 다치지 않고 무사히 도쿄올림픽을 치르는 게 중요했어요. 또 효율적 훈련으로 선수들 컨디션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도 필요했어요. 이후, 올림픽 예선 스페인, 캐나다, 세르비아가 공격에서 잘하는 것을 막고, 공격에서는 어떻게 할 지에 대해 중점적으로 준비했습니다.

─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신다면.

▶스페인과 세르비아는 팀 컬러가 비슷해요. 마지막에는 2대2 공격이었어요. 여기에 맞는 수비가 필요했어요. 2대2 공격 시 박지수의 다운 디펜스(센터가 골밑으로 떨어져 수비)를 하고 베이스 라인 헬트에 초점을 맞췄어요. 또 스페인은 가드진이 빠르고 속공이 좋은 팀이어서 그 부분도 신경을 썼어요. 세르비아는 2대2 공격 시, 외곽으로 빼는 패스가 많은데, 이 부분에 대한 세부적 수비 전술도 준비했구요.

─ 캐나다전 준비는 어땠나요.

▶힘에서만 밀리지 않으면 해 볼만 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파워가 대단했어요. 사실 심판 휘슬이 몸싸움에 대해 너무나 관대해서 우리에게 불리한 부분도 있었어요. 힘 대결에서 졌고, 결국 4쿼터 스코어가 벌어졌어요.

─가장 아쉬웠던 순간은 언젠가요.

▶몸싸움만 보면 세르비아가 상대적으로 가장 약했어요. 이길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단, 역전을 했을 ??, 가장 아쉬웠어요. 따라가는데 선수들이 힘을 너무 많이 사용해서, 끝내 패했던 것 같아요

─ 박지수는 물론이고 세르비아전에서 박지현과 윤에빈 등 신예선수들이 잘했는데요.

▶슛이 잘 들어가지 않았지만, 세르비아전에서는 준비한 전술이 잘 먹혔어요. 포지션별로 우리가 박지수를 제외하면 높이가 열세인데, 세르비아 파워포워드가 박지현을 막으면, 미스매치를 활용해서 공격의 시발점을 삼았어요. 다행히 박지현이 잘해줬고, 결국 4쿼터에 좋은 역할을 했어요. 윤예빈의 경우에도 좋은 기량에 자신감이 살아나면서 세르비아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던 ㄱ서 같아요.

─박지수 선수를 40분 내내 돌리지 않고, 중간중간 교체하는 모습일 신선했습니다.

▶이미 연습 때부터 계획하던 부분이었어요. 지수가 빠질 때 전력이 떨어질 수 있지만, 최대한 부작용을 없애기 위한 준비를 했어요. 사실 좀 더 쉬어줘야 하는데, 상대가 너무 강해서 그럴 수가 없었어요. 세르비아전에서는 지수가 있는 골밑 공략보다는 외곽에서 공격이 주로 이뤄져서 37분 정도 출전시킬 수 있었어요.

─이미선 코치가 함께 했는데요.

▶너무 많은 도움이 됐어요. 사실 대표팀에서 그동안 지내온 시간들이 많았으니까. 저를 잘 맞춰주고 대화도 많이 했어요. 대표팀 경력이 많았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적절한 조언을 하면서 중간 역할을 너무 잘해줬습니다. 저와 케미는 너무 좋았다고 생각해요.

─이번 올림픽을 통해 한국대표팀이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전 감독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선수들이 대회가 끝난 뒤 '손발을 맞추고 아프지 않으면 해 볼만 하다'고 얘기를 해줬어요. 자신감을 얻은 게 가장 큰 수확 같아요. 박지수와 같은 매우 좋은 센터가 있고 나이 어린 좋은 선수들이 많이 있기 ??문에 다음 올림픽은 희망적이라고 생각해요. 일본과 중국이 이번 올림픽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데, 일본은 코어 멤버들과 감독이 5년 정도를 함께 하고 있고, 중국도 사령탑이 계속 하고 있어요. 새로운 감독이 선임되면, 충분히 준비할 시간을 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전주원 감독은 이번 올림픽을 끝으로 대표팀 사령탑에서 물러난다. 우리은행 코치로 다시 복귀한다. 대한농구협회는 전임감독제를 고려하고 있다)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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