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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타마 현장]'졌잘싸' 아니다, 전주원호 분투 속에서 내일을 말하는 이유

김가을 기자

입력 2021-07-29 17:12

수정 2021-07-30 05:30

'졌잘싸' 아니다, 전주원호 분투 속에서 내일을 말하는 이유
'베테랑' 김단비(오른쪽 첫 번째)와 '막내' 박지현(가운데). 사이타마(일본)=AFP 연합뉴스

[사이타마(일본)=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냉정히 말해 '대패'하지 않으면 다행인 매치업이었다.



전주원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여자농구 대표팀은 29일 일본 사이타마의 사이타마슈퍼아레나에서 캐나다와 도쿄올림픽 여자농구 조별리그 A조 2차전을 치렀다.

객관적 전력에서 차이가 컸다. 한국은 국제농구연맹(FIBA) 랭킹 19위다. 캐나다는 4위. 높이에서의 차이도 컸다. 캐나다는 평균 신장이 1m84.5. 한국(1m80.3)보다 높다. 한국은 키 1m90 이상인 선수가 박지수 한 명인데 캐나다는 4명. 버거운 상대임은 확실했다.

뚜껑이 열렸다. 랭킹은 숫자에 불과한 것으로 보였다. 한국은 3쿼터까지 상대를 적극적으로 압박하며 매섭게 추격했다. 1차전 스페인(3위)과의 경기에서 69대73, 4점 차 석패한 것이 결코 운이 아님을 보여줬다. 문제는 마지막 쿼터였다. 캐나다는 높이를 앞세워 한국을 몰아붙였다. 한국은 내외각에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53대74. 마지막에 무너지며 패했다.

경기 뒤 전 감독은 "죄송하다. 내가 부족한 것이다. 선수들에게는 많은 응원과 격려를 부탁드린다"고 입을 뗐다.

한국은 이번 대회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코로나19 때문에 제대로 된 훈련을 진행하지 못했다. 그 탓에 미국여자프로농구(WNBA)에서 뛰고 돌아온 박지수의 합류도 늦어졌다. 강아정 김한별 등 올림픽 최종예선에 나섰던 베테랑 일부가 부상으로 이탈했다. 힘든 상황. 결단을 내렸다. 전 감독은 안혜지 윤예빈(이상 24) 한엄지(23) 등을 최초 발탁했다. 2000년생 박지현도 선발했다.

어린 선수들을 대거 품에 안은 전 감독. 그는 큰 그림을 봤다. 전 감독은 "우리가 최하위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왔다. 한국 여자농구가 경기를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부족한 부분은 앞으로 보완해서 조금 더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소신 발언했다.

실제로 전 감독은 캐나다를 상대로 과감한 로테이션을 활용했다. 그는 "캐나다가 몸싸움을 잘하는 팀이다. 선수들 체력 소모가 컸다. (교체 투입된)어린 선수들은 그럴 때 경험을 얻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이 대회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경험이 없다. 이 대회가 아닌 다음 대회의 한국 농구도 생각해야 한다고 봐서 그렇게 했다"고 설명했다.

'베테랑' 김단비(31)도 전 감독의 말에 동의했다. 김단비는 "국제 경기를 많이 해봤다. 하지만 어린 선수들은 경험이 많지 않다. 더 많은 국제 대회를 나가기 위해서는 한 경기, 한 경기 뛸 때 자신있게 해야한다. 나는 궂은일을 하면서 어린 선수들이 뛰어놀 수 있는 경기를 할 수 있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은 2008년 베이징 대회 이후 13년 만에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오랜만에 나선 올림픽에서 연이은 패배를 기록했다. 분명 그 패배는 뼈아프다. 전주원호는 그 아픔 속에서 발전 방향을 찾고 있다. 단순히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가 아닌 발전을 꿈꾼다. 패배의 아픔 속에서도 내일의 희망을 찾을 수 있는 이유다. 한국은 8월 1일 '유럽 최강' 세르비아와 격돌한다.

사이타마(일본)=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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