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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벽에 부딪친 U-19 농구대표팀, 예고된 참사였다

김가을 기자

입력 2021-07-07 20:59

수정 2021-07-08 21:30

세계 벽에 부딪친 U-19 농구대표팀, 예고된 참사였다
사진제공=대한민국농구협회

[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예고된 참사였다.



이무진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19세 이하(U-19) 남자농구 대표팀이 세계의 높은 벽에 부딪쳤다. 라트비아 리가에서 열린 2021년 국제농구연맹(FIBA) U-19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3전 전패하며 고개를 숙였다. 미국과의 16강전에서도 완패했다.

개막 전부터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따랐다. 객관적 전력 차이가 컸다. 한국은 FIBA 유소년 랭킹 19위이다. C조에서 격돌한 스페인(3위), 프랑스(4위), 아르헨티나(9위)와 비교해 크게 밀린다.

예상은 했지만 더욱 심각했다. 한국은 프랑스(48대117 패), 아르헨티나(74대112 패), 스페인(48대99 패)에 그야말로 '대패'했다. 미국에는 60대132, 무려 72점차로 고개를 숙였다.

▶두 달 만에 '뚝딱' 만들어진 대표팀

라트비아 참사. 이유는 준비 부족 때문이다. 선수단을 이끄는 사령탑은 개막을 두 달여 앞두고 확정됐다. 대한민국농구협회는 지난 5월 6일 이 감독 선임을 공식 발표했다. 한 달여 동안 예비명단을 추려 최종 명단을 확정했다. 선수단은 6월 7일부터 3주일간 훈련한 뒤 월드컵에 나섰다.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결국은 시스템의 문제다. 연령별 농구대표팀은 대회별로 사령탑이 바뀐다. 한국중고농구연맹 관계자는 "16세, 17세, 18세, 19세 이하 연령별 대표팀이 있다. 아시아 대회를 거쳐 세계대회에 나선다. 우리 규정에서는 세계대회를 지도한 감독은 이후 3년 동안 다른 대회를 지도할 수 없게 했다. 이 규정에 대해서는 연말 이사회 때 얘기를 나눠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많은 감독에게 다양한 경험을 쌓게 하는 일.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만큼이나 대표팀 연속성도 중요하다. 아마추어 한관계자는 "이번 대회에 일본도 출전했다. 우리와 같이 조별리그에서 전패했다. 하지만 일본은 짜임새 있는 호흡을 선보였다. 선수단을 이끈 켄이치 사코 감독은 연령별 대회에서 자주 볼 수 있던 인물이다. 차이를 만들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축구, 핸드볼 등에서도 전임 지도자제를 활용한다. 축구는 2019년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기록했다. 당시 사령탑이던 정정용 감독은 2017년 7월부터 지휘봉을 잡았다. 50여 명이 넘는 선수들을 고르게 살핀 뒤 선수를 선발했다. 몇 년 동안 호흡을 맞춘 끝에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핸드볼도 마찬가지다. 대한핸드볼협회 관계자는 "청소년팀은 전임 지도자가 담당한다. 선수 데이터를 꾸준히 쌓는다. 다만, 유스팀(대학교 1~2학년 대상)은 전임제가 아니다. 하지만 청소년팀 전임 지도자가 쌓은 데이터를 통해 연속성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돌고 도는 문제, 스스로 자초한 논란

시스템을 새로 세우고 정비하는 일. 모두가 알면서도 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재정 문제가 대두된다. 이는 A대표팀 전임 지도자 때도 불거졌던 문제다.

프로의 한관계자는 답답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 관계자는 "협회, 중고연맹 모두 자금을 끌어내 성장시키는 데 힘을 쏟아야 할 주체다. 급하게 일을 처리하다보니 각종 논란만 커진다. 이번 대표팀만 해도 선수 선발 과정에서 논란이 있었다"고 한탄했다. 또다른 관계자 역시 "시스템의 문제다. 연령별 선수들이 결국은 A대표가 되는 것이다.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데 그게 아닌 것처럼 보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급하게 준비한 결과. 참담했다. 논란까지 불거졌다. 팬들의 눈초리도 따갑다. 앞선 반복된 실패에도 변한 것은 없었다. 한국은 2019년 대회 때 본선에 오르지 못했고, 2017년에는 16개국 가운데 14위에 그쳤다. 역대 최고 성적은 2007년 대회 11위.

협회 관계자는 "회장님께서 농구 발전을 위해 발전기금을 기부했다. 아직 사용 방안은 확정되지 않았다. 연령별 대표팀 지원을 위한 논의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발전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전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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