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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KT 전격 수원 연고이동, KT도, 부산시도, KBL도, 모두 패자다

류동혁 기자

입력 2021-06-09 13:09

 KT 전격 수원 연고이동, KT도, 부산시도, KBL도, 모두 패자다
KT 선수단의 모습. 다음 시즌 더 멋진 모습은 수원에서 보게 됐다. 사진제공=KBL

[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프로농구 KT의 연고지 이전이 전격 결정됐다.



9일 KBL 이사회가 열렸고, KT는 부산에서 수원으로 연고지 이전을 신청, 결정됐다. 이제 부산 KT가 아니라 수원 KT다.

의문이 많다. 부산시는 8일 입장문을 발표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입장문을 내고 '부산 관중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이고, KBL 지역연고지 정착 권고제의 취지에도 반하는 행위다. 수원 이전을 확정한 KT 농구단 측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 지역 연고가 완전히 정착되는 2023년까지 시간이 있었고, 1개월 간의 유예기간을 달라고 했지만 거절 당했다'고 밝혔다.

KT 측은 '부산시 측에 수차례 체육관 이용료 인하를 건의했지만,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연습 구장을 쓸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부산시에서는 부지를 줄테니 KT에서 체육관을 건설해 달라는 권고를 받았다. 결국 클럽하우스가 있고, KT 야구단과 함께 공동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수원으로 연고지 이전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부산시와 KT 그리고 KBL 이사회에 진한 아쉬움이 든다. 그 이유를 살펴보자.

▶KT는 진정 부산시에 남을 생각이 있었나

KT의 수원 연고지 이전은 지난 시즌부터 깊은 고민을 했다. 수원시와 이미 '깊은 연계'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유가 있다. 박형준 부산 시장의 입장문처럼 2023년까지 시간이 있었다. 부산에 남고 싶었다면 부산시장을 비롯한 고위 관계자들과 긴밀한 협의를 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KT는 실무진 회의를 통해서 연습구장 건립에 대한 회의를 한 뒤, 부산시가 난색을 표하자 곧바로 수원 연고지 이전을 발표했다.

물론, KT의 경제적 고충도 고려해야 한다. 수원으로 이전하면 선수 이동 거리의 단축, 연습 구장 및 클럽 하우스의 확보 등 수많은 경제적 이득이 있다. 또 그동안 부산시의 KT에 대한 지원이 미비했던 것도 사실이다. 단, KT가 '부산 팬에게 죄송하다'고 했던 만큼, 프로 스포츠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팬심'이다. '화려한 수사'를 걷어내고 KT가 연고지 이전을 통해 보여준 행동을 살펴보면, 가장 우선순위로 놨던 것은 '경제적 이득'과 '구단의 편의성'이다. 가장 중요했어야 할 '부산 팬'은 후순위였다.



▶부산시는 KT에게 최선을 다했나

KT 측은 몇 년동안 수 차례 부산시 지원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핵심은 연습구장 확보 및 타 9개구단에 비해 비싼 구장사용료였다.

KBL은 최근 10개 구단 구장 사용료 및 부대비용에 대한 조사를 했다. 잠실실내체육관을 쓰는 서울 삼성이 연간 3억4800만원을 납부한다. 여기에는 시설 사용료, 관란? 사용료, 체육시설 대관료, 임시 광고료 등이 포함돼 있다.

잠실학생체육관을 사용하는 서울 SK는 약 3억5500만원이다. 두 구단이 가장 많은 수준의 돈을 연간 낸다. 서울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한 금액이다.

그런데 부산도 비슷한 수준이다. 연간 약 3억5000만원을 납부한다. 여기에는 난방비 등 다른 구단에서 면제를 받는 비용까지 포함돼 있다. SK에 이어 두번째로 비싸다. 서울과 부산이라는 지역적 차이를 고려하면 사실상 가장 많은 사용료를 내는 셈이다.

울산 현대 모비스는 연간 2억2000만원, 인천 전자랜드는 2억2400만원, 창원 LG는 약 2억8000만원을 납부했다. 지자체 지원이 있는 원주 DB는 약 1억원, 고양 오리온은 약 1억6200만원, 전주 KCC는 8400만원, 안양 KGC는 약 1억원 수준이다. 즉, 부산이 제 2의 도시라는 점을 감안해도 전혀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셈이다. 비싼 구장 사용료, 지원이 되지 않는 연습 경기장 마련이라는 난제가 있었지만, 부산시의 움직임은 너무 소극적이었다. 또, KT가 수원에 클럽하우스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연고지 이전에 따른 보충적 지원에 대한 논의는 매우 소극적이었다.

KT가 연고지 이전에서 잘한 것은 없지만, 부산시도 문제가 있다. 이미 KT는 연고지 이전에 대한 여러차례 신호를 줬다. 그런데 부산시는 묵묵부담이었다. 그리고 본격적 연고지 이전을 하려하자, 이제는 '부산 팬의 신뢰'라는 명목으로 자신들의 실책을 물타기하려 하는 모양새다.



▶KBL은 문제가 없나

KBL 이사회에서는 별다른 '문제의식'없이 KT의 수원 이전을 허락했다.

'연고지 정착을 위해 노력한다'는 KBL의 가장 큰 실책. 수도권에 대부분 구단이 몰려 있다.

서울이 2팀이 있고, 고양, 안양, 수원에 프로팀이 있다. 수도권에만 무려 절반인 5개 팀이다. 한국가스공사가 전자랜드를 인수, 인천에서 대구로 내려가지 않았다면 무려 6개 팀이 수도권에 몰려있는 '기형적 구조'다.

부산을 비롯해 광주, 대전 등 지방의 대도시에 프로팀이 없다. '연고지 정착'을 추진하는 KBL의 연고지의 틀 자체가 잘못됐다. 이 부분을 해결하지 않고, 연고지 정착을 추진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한국가스공사가 대구로 연고지를 이전하는 것은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수도권에서 서울 다음으로 농구 열기가 뜨거운 도시가 인천이다.

그런데 KT는 부산으로 버리고 수원으로 간다. 즉, 수도권의 핵심인 서울과 인천 중 인천은 비워둔다. 그리고 지방 대도시들도 프로팀이 없다.

상식적으로 분명, 이상하다.

그런데, 이 부분을 지적하고, 대안을 내놓는 목소리는 하나도 없다. 현실적 문제 때문에 연고지 이전이 당장 힘들더라도, 기형적 연고지에 대한 논의조차도 없다. 10개 구단 단장이 모인 KBL 최고의결기관 이사회에서 '문제의식'이 이 정도 수준이다. KT와 부산시, 그리고 KBL의 실책들 속에서 애꿎은 '부산 농구 팬'만 피해자가 됐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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