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뉴스

KGC 챔피언의 숨은 비결 '흥미로운 색깔론'…"빨강이 짱이야"

최만식 기자

입력 2021-05-12 06:00

KGC 챔피언의 숨은 비결 '흥미로운 색깔론'…"빨강이 짱이야"
KGC 사무국 직원들과 선수단이 챔피언 달성 기념 촬영을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사진제공=KBL

[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홍삼만큼 탁월한 붉은 기운의 효능."



안양 KGC가 프로농구 2020∼2021시즌 챔피언에 오른 숨은 비결로 '색깔론'이 등장해 관심을 끈다.

요즘 경제계에서는 '색의 전쟁'이 트렌드다. 이른바 '컬러 마케팅'이라 해서 가전제품, 스마트폰, 자동차 등에 색깔을 입혀 소비자의 시선을 끌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프로농구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KGC는 또다른 개념의 '색깔론'을 포스트시즌때 적용해 성공을 거뒀다. KGC 유니폼의 메인 컬러는 홈 빨강, 원정 흰색이다. KCC와의 챔프전이 결정되자 KCC 구단의 양해를 얻어 1, 2차 원정경기서도 빨강 유니폼을 입었다.

한국농구연맹(KBL) 규정상 '홈팀은 짙은 색, 방문팀은 밝은 색(가급적 흰색)'의 유니폼을 착용토록 하지만 양 팀이 합의하는 경우 혼돈이 되지 않는 색의 유니폼을 착용할 수 있다. KCC가 파랑 유니폼이어서 가능했다.

KGC는 부산 KT와의 6강 플레이오프(PO) 원정경기서도 빨강을 입었다. KT의 홈 유니폼 색은 초록 계통이다. 4강전서는 울산 현대모비스의 홈 유니폼이 빨강이어서 검정 유니폼을 입었지만 여기서도 빨강을 포기하지 않았다. 흰색 원정 유니폼 대신 '캡틴데이(3월 21일)' 이벤트용으로 입었던 유니폼을 갖고 간 것. 검정 바탕에 '빨간색' 줄무늬가 슬쩍 들어간 것이었다. 결국 KGC는 빨강을 몸에 달고 다니며 10전전승 우승을 했다.

2011∼2012시즌 구단 첫 챔피언을 달성할 때 초록의 원주 DB를, 2016∼2017시즌 두 번째 정상에 오를 때는 파랑의 서울 삼성을 물리쳤다. 빨강 유니폼을 입고 비(非)빨강팀을 만나기만 하면 성공을 거둔 것이다.

KGC가 빨강에 집착하는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모기업부터 빨간색이 얼굴이다. K-상품으로 자리잡은 홍삼이 있기 때문이다. 안양 SBS-KT&G 시절만 해도 파랑이 메인 컬러였지만 KGC가 인수한 뒤 '레드 마케팅'으로 집약됐다. 안양실내체육관 관중석 의자부터 온통 빨강 물결이고, 선수들이 벤치 대기할 때 입는 티셔츠 정면에도 'RED WAVES'란 문구가 찍혀 있다.

흥미로운 '색깔론'을 선도한 이는 농구판에서 잔뼈가 굵은 김성기 사무국장이다. 원정 빨강 유니폼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갖가지 '레드 전략'을 짜내가며 챔피언 등극을 뒷바라지 했다.

창원 LG를 거쳐 KGC로 이직한 그는 LG 시절 삼성과의 '레드-블루 매치'에서 벤치마킹했다. 가전업계 라이벌인 LG-삼성은 2008∼2009시즌부터 홈-원정 관계없이 고유색의 유니폼을 입고 대결을 벌이기로 해 흥행 효과를 봤다.

김 국장은 "빨강 물결을 수놓았던 창원 경기장의 열기를 잊지 못한다. KGC도 홍삼으로 대표되는 빨강의 기운을 받아 날아오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마케팅 전략을 짜고 있다"면서 "안양 팬들이 집집마다 빨강 유니폼 갖고 계시다가 응원이 필요할 때 경기장에 나와 'RED WAVES'를 펼치는 날을 보는 게 소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역대 24회의 챔프전에서 빨강 유니폼이 챔피언에 오른 것은 올 시즌을 포함, 총 13회에 달했다. 1997시즌 초대 챔피언 부산 기아를 시작으로 현대모비스, 대구 동양, 서울 SK, KGC가 주인공이다. 역대 최다 챔피언 기록(7회)을 보유한 현대모비스도 파랑 유니폼을 입었던 모비스 오토몬스(2001∼2004), 모비스 피버스 초창기(2004∼2007) 시절 성적이 신통치 않았다가 빨강으로 바꾼 이후 챔피언 전문팀이 됐다. 나머지 11회는 흰색, 파랑, 초록, 보라색 유니폼이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