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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 선수에서 프로 지도자로, 백지은 코치의 간절함 "더 반짝 빛날 수 있기를"

김가을 기자

입력 2021-05-0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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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 선수에서 프로 지도자로, 백지은 코치의 간절함 "더 반짝 빛날 수 …
사진제공=WKBL

[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더 반짝반짝 빛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어요."



이제는 지도자로 제2의 인생을 걸어가고 있는 백지은 부천 하나원큐 코치(34)가 '호호' 웃었다.

백 코치는 2020~2021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이제는 하나원큐의 코치로 새 길을 걷는다. 코치로 변신한지 4주. 그는 "제가 한 달 전까지는 팀에서 맏언니였거든요. 이제는 6개 구단의 막내 코치가 됐어요. 사실 '코치'라는 말 자체가 어색해요. 그래서 계속 '스태프'라는 단어를 쓰는 것 같아요"라며 입을 뗐다.

백지은. 그의 이름 앞에는 '스토리'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그는 프로 무대에 두 차례 도전했다. 2006년과 2014년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 프로에 지원했을 때는 정식 지명을 받지 못했다. 이른바 '수련선수'로 금호생명에 합류했다. 2007~2008시즌부터 세 시즌 동안 금호생명에서 뛴 기록이 남아있다. 금호생명과의 인연은 여기까지였다. 그 뒤 방출됐다.

"금호생명에서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어요. 그때 다시는 농구에 발을 들이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나왔어요. 딱 한 달 농구를 안했어요. 친구들도 만나면서 재미있게 놀았죠. 그런데 농구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것 같았어요. 농구에 대한 갈증, 프로에서 꼭 경기를 뛰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죠. 사실 언니도 농구를 했는데 프로 1년 만에 그만 뒀거든요. 부모님께서 뒷바라지를 해주셨는데 죄송했어요. 열살 때부터 농구를 했는데 이렇게 끝내는 게 맞나 싶기도 했고요. 대학에서 농구를 한 뒤 드래프트를 나가야 겠다고 생각했어요."

간절하게 뛰었다. 그는 용인대를 거쳐 2014년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6순위(전체 12순위)로 프로에 '정식' 입문했다. 이후 하나원큐에서 8시즌 동안 팀의 핵심으로, 선수 생활 막판에는 캡틴으로 활약했다.

"처음에 다시 팀에 들어와서 농구만 생각했어요. '어떻게 하면 경기를 뛸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밀리지 않고 이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요. 저는 농구 스타일 자체가 화려하지 않아요. 그래서 더 간절한 마음으로 했어요."

기회는 스스로 노력하는 자에게 열렸다. "프로에 와서 처음 베스트 멤버로 뛰었던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2014~2015시즌 개막전에서 4분을 뛰었거든요. 그 다음 경기에서 베스트로 나섰어요. 사실 그때는 감독님의 호명이 선발로 나가라는 말인지도 모를 정도였어요. 하지만 그 경기가 제 농구 인생에 발판이 된 것 같아요."

힘들었고, 누구보다 간절했던 선수 생활. 이제는 그 모든 것이 과거가 됐다.

"시즌 뒤 이훈재 감독님과 미팅을 했어요. 감독님께서 '플레잉코치도 좋지만 네가 스태프 쪽으로 와서 도와주는 건 어떠니'라고 제의하셨어요. 처음에는 갈등을 많이 했어요. 후회 없이 결정을 했어요. 회사, 감독, 코치님께서 저를 좋게 생각해서 제의해주신 것이니까요. 사실 새 도전에 불안함이 있었어요. 하지만 저를 잘 아는 주변 분들께서 '너라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씀해주셔서 용기를 냈어요."

백 코치는 "감독님과 코치님께 많이 배우고 있어요. 저는 발걸음부터 떼는 거잖아요. 제 농구 인생이요? 힘들었던 기억이 더 많아야 하는 것은 맞아요. 그래도 농구를 하면서 좋았던 기억이 더 많은 것 같아요. 그거면 되지 않을까요. 인생은 평탄하면 재미없잖아요. 누구나 평탄을 원하지만, 계획대로 되는 건 없으니까요. 저는 묵묵히 지켜왔지, 지금껏 빛나본 적은 없어요. 앞으로는 더 반짝반짝 빛날 수 있기를 바라요. 앞으로도 힘든 기억보다 즐거웠던 기억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거면 되지 않을까요?"라며 미래를 밝혔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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