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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혁의 이슈분석] 6강 탈락 오리온, 고위수뇌부 '아마추어리즘'이 낳은 예견된 참혹한 결과물

류동혁 기자

입력 2021-04-18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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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강 탈락 오리온, 고위수뇌부 '아마추어리즘'이 낳은 예견된 참혹한 결…
오리온 선수단의 모습. 사진제공=KBL

[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고양 오리온의 봄은 끝났다. 6강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에서 전자랜드에 1승3패로 탈락했다.



오리온의 플레이오프 탈락은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6강 플레이오프 패배의 원인은 여러가지 요소가 결합된 결과물이다.

오리온의 경우 ▶이승현의 발목 부상 ▶승부처 견고한 팀 플랜의 부재 ▶약속되지 못한 허술한 수비 조직력 등이 원인이다.

하지만, 전자랜드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외국인 선수'였다.

전자랜드는 조나단 모트리가 승부처에서 맹활약. 오리온 입장에서는 2옵션 외국인 선수 디드릭 로슨이 모트리를 막기가 쉽지 않았다.

문제는 1옵션으로 영입한 데빈 윌리엄스가 극도로 부진했다는 점이다.

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평균 10분35초를 뛰었고 평균 2득점, 4.3리바운드에 그쳤다. 3차전에서는 16분46초간 뛰었지만, 무득점이었다. '빵점짜리 용병'이라는 거센 비판도 있었다.

전자랜드 모트리가 6강 플레이오프에서 평균 27분41초를 뛰면서 25득점, 14.3리바운드, 3.5어시스트를 한 기록과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윌리엄스의 '방치'는 오리온 프런트의 '아마추어리즘'과 결합된 '인재'다.

오리온 강을준 감독은 윌리엄스 영입을 결정했다. 단, 그는 2가지 문제가 있었다. 팀 적응이 되지 않았고, 골밑 중심이 아니라 외곽을 겉도는 수준 이하의 플레이를 펼쳤다.

심판과 반목했고, 기존 선수들과 호흡이 전혀 맞지 않았다. 즉, 윌리엄스의 부진은 예견된 재앙이었다.

오리온 코칭스태프는 윌리엄스의 방출을 내부적으로 합의했다. 애런 헤인즈로 교체를 시도했다. 당연한 결정이었다. 그런데, 고위 수뇌부 결정 과정에서 거부됐다.

물론, 코칭스태프 선임, 외국인 선수 교체 등 최종 권한은 구단주와 단장 등 고위 수뇌부에게 달려 있다. 단, 선수단 변화에 대한 부분은 코칭스태프 등 현장의 목소리를 최대한 참조하는 게 원칙이다. 현장을 가장 잘 알기 때문에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있다는 근거. 남자프로농구 10개팀은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그렇게 한다. 가장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현장의 판단을 거부할 수 있다. 명확한 이유가 있을 때 가능하다. 외국인 선수의 경우, 약물 소지의 문제, 과도한 샐러리에 대한 요구 등이 명확한 이유에 해당한다.

하지만, 윌리엄스의 교체건에 대해 오리온 측은 명확한 이유를 대지 않았다. 극히 이례적이고 예외적 경우였다.

결국, 6강에서 치명타로 돌아왔다.

오리온의 이같은 프런트의 '아마추어리즘'은 과거에도 많았다. 일단 연고지 이전을 대구에서 고양으로 옮겼다. 대구의 충성도 높은 팬을 외면한 채 갑작스럽게 결정됐다. '야반도주'라는 불명예가 붙었다.

물론 지자체의 지원이 대구와 고양이 차이가 많았기 때문에 오리온이 이같은 결정을 했다. 단, 프로에서 가장 중요한 '팬심'을 완전히 저버린 행위였다.

그 이전에는 김승현의 '이면계약 논란'이 있었다. FA로 풀린 당시, 5년간 연봉 총액 52억5000만원에 계약을 맺었다. 공식 발표는 연봉 4억3000만원이었다. 이후 오리온 고위수뇌부와 김승현은 연봉 지급을 놓고 심각한 갈등, 2009년 이면계약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KBL에 징계를 받았다. 수많은 이면계약에 대한 루머가 있었지만, 공식적으로 드러난 것은 이례적이었다. 프로농구의 근간을 뒤흔든 사건이었다.

올 시즌, 감독 선임에서도 문제점이 있었다. 추일승 감독이 퇴진한 뒤 김병철 수석코치의 사령탑 가능성이 유력했지만, 최고위 수뇌부에서 강을준 감독으로 전격 결정했다. 윌리엄스 교체건도 이같은 오리온 프런트의 '비상식적 대처'의 연장선상이다.

오리온은 이대성을 영입했지만, 올 시즌 3점 차 이내 승부에서 3승11패로 극도로 부진했다.

좋은 성적을 위해서는 코칭스태프, 선수단, 그리고 프런트의 삼위일체가 중요하다고 얘기한다.

오리온은 농구단을 운영하면서 계속적으로 '아마추어적 행보'를 보인다. 시즌 중반에는 프런트의 중추 중 하나인 사무국장 인선에서도 경험이 전무한 인사를 발탁, 논란을 일으켰다.

새로운 연고지 고양에서 오리온은 선수단이 경기가 끝난 뒤 팬과 하이파이브 행사를 선제적으로 시도하는 등 '팬 친화적 모습'을 보이기 위해 겉으로 노력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할 수 있는 경기력이다. 오리온의 계속된 '아마추어리즘'이 객관적 전력을 갉아먹고 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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