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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신 빠지자 와르르' 위기의 오리온 vs '인생 걸고 뛰는' 전자랜드

김가을 기자

입력 2021-04-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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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신 빠지자 와르르' 위기의 오리온 vs '인생 걸고 뛰는' 전자랜드
사진제공=KBL

[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고양의 수호신이 쓰러졌다. 고양 오리온이 와르르 무너졌다.



강을준 감독이 이끄는 오리온은 12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인천 전자랜드와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PO·5전3승제) 2차전을 치른다.

위기다. 오리온은 10일 열린 1차전에서 63대85로 대패했다. 제대로 손 한 번 쓰지 못한 채 당했다. 야투율(30.4%-47.9%), 어시스트(12-24), 실책(12-4) 등 리바운드(40-40)를 제외한 전 부분에서 패했다. 경기 뒤 강 감독이 "따로 평가할 말이 없다"고 한숨을 쉬었을 정도다.

예상 밖 완패. 이유가 있다. 오리온은 정규리그 막판 최대 위기와 마주했다. '고양의 수호신' 이승현(29)이 발목 부상으로 이탈한 것. 이승현은 지난 4일 열린 안양 KGC인삼공사전에서 왼발목을 다쳤다.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결과 전거비인대 파열과 내측 골멍(뼈 타박상) 진단을 받았다. 복귀까지 2~4주 필요하다는 소견.

이승현은 정규리그 52경기에서 평균 31분51초를 소화했다. 11.8점-5.6리바운드-3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을 6강 PO에 올려놓았다. 그의 진가는 수치로 다 환산할 수 없다. 이승현은 골밑에서 궂은일을 하며 상대 공격을 막는다. 자신보다 키가 큰 외국인 선수를 상대로도 힘을 발휘했다. 공격에서는 윤활유 역할을 했다. 그에게서 파생되는 공격 옵션도 다양하다. 승부처에서 꽂아 넣는 순도 높은 득점도 오리온에는 큰 무기. 강 감독이 그를 '고양의 수호신'이라고 칭한 이유다.

이승현이 빠진 자리. 오리온은 이종현(4점-7리바운드)과 박진철(4점-8리바운드)을 활용했지만 이승현의 빈자리는 너무나도 컸다. 설상가상으로 외국인 선수 데빈 윌리엄스는 2점-2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상대 외국인 선수와의 싸움에서 완패했다. 전자랜드 조나단 모트리는 31점-17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중심을 잃은 오리온. 상황은 만만치 않다. 전자랜드는 모트리를 필두로 1차전에 나선 12명이 전원 득점에 성공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이승현이 없는 오리온의 골밑을 자유자재로 파고들었다.

기선제압에 성공한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은 "주위에서 마지막이라고 하시지만 우리는 시작이다. 정규리그가 끝나고 PO라는 시간이 앞으로 더 좋은 상황으로 가는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선수, 감독으로 농구인인 우리의 본분은 팬 여러분을 위해 최대한 좋은 경기력이 나오도록 하는 것"이라고 이를 악물었다. 전자랜드는 올 시즌을 끝으로 구단 운영을 중단한다. 한국농구연맹(KBL)이 다음 시즌부터 전자랜드 구단의 운영을 맡을 팀을 찾고 있다. 이에 전자랜드는 올 시즌 슬로건으로 '인생을 걸고(All of my Life)'를 선정했다.

인생을 걸고 뛰는 전자랜드. 이에 대응하는 강 감독은 "이승현의 선수 생명 보호를 위해 무리하게 투입할 수는 없다. 2차전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기 때문에 2차전 승리를 위해 선수들과 다시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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