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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증난 보라스의 호소 "제발 지갑좀 열어달라", 1억달러 이상 4명뿐인데 LEE도 당당히 포함

노재형 기자

입력 2024-02-26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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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증난 보라스의 호소 "제발 지갑좀 열어달라", 1억달러 이상 4명뿐인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수비 훈련을 하고 있다. 스코츠데일(미국 애리조나주)=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FA 야수 최대어로 꼽히던 코디 벨린저가 예상치를 한참 밑도는 조건에 시카고 컵스에 잔류하면서 '슈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의 자존심이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벨린저는 지난 25일(이하 한국시각) 3년 8000만달러에 컵스와 계약했다. 올시즌 또는 내년 시즌을 마치면 FA 시장에 나갈 수 있는 옵트아웃 조항을 설정했지만, 벨린저로서는 반드시 작년 만큼의 맹활약을 펼쳐야 권리 행사가 가능하다. 벨린저는 또다시 긴장감을 갖고 올해와 내년 모험을 해야 한다. 컵스는 공수 능력을 모두 갖춘 거물급 슈퍼스타가 무조건 최선을 다 할테니 손해볼 게 없는 계약이다.

결국 보라스가 '백기투항'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것이다.

벨린저를 원하는 구단이 컵스 말고는 없었던 것일까. 그렇지 않다. 지난 12월 이후 벨린저의 행선지로 꾸준히 언급된 구단으로 토론토 블루제이스, 뉴욕 양키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꼽힌다. 하지만 보라스가 벨린저의 가격을 낮추지 않고 버티자 이 구단들은 다른 옵션을 선택해 필요한 부분을 보강했다. 벨린저의 선택지는 사실상 컵스 하나로 좁혀졌다.

컵스는 시간을 갖고 벨린저의 가격이 낮아지기를 기다린 것인데, 보라스로서도 시범경기가 개막한 시점에서 더 이상 버티는 것은 시즌 준비 때문에 부담스럽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루가 지난 26일 보라스는 할 말이 많았다.

그는 USA투데이 밥 나이팅게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난 공항의 관제탑과 같은 존재다. 내 선수들을 어디에 착륙시켜야 하는지 살피는 게 나의 일"이라며 "구단들은 쓸 돈이 많다. 그러나 그들은 전력 강화를 위해 관례적으로 써야 할 돈을 안 쓰고 있다. 돈을 지불할 능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페이롤 조정을 위한 전략적 선택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그 누구도 구단들의 수입이 늘지 않는다고 말하지 않는다. 모든 구단이 과거 어느 때보다도 많은 기록적인 수입을 얻고 있다"면서 "과거처럼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법을 취하지 않는다는 걸 우리는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나이팅게일 기자는 '1년 전 메츠와 파드리스가 적극적인 투자 기조로 군비 경쟁하듯 돈을 썼다. 월드시리즈 우승을 확신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이번에 그들은 단순히 와일드카드 자격만 얻어도 엄청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여기고 지금의 전력에 만족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양 리그 챔피언은 AL은 텍사스 레인저스, NL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였다. 두 팀 모두 지구 우승이 아닌 와일드카드로 포스트시즌에 오른 팀들이다. 가을야구 엔트리를 12팀으로 늘리면서 와일드카드만 확보해도 월드시리즈 우승 가능성이 이전보다 높아졌으니, 굳이 큰 돈을 쓰려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구단들이 지갑을 열지 않으니 오히려 소속팀을 대표하는 선수들이 "제발 FA를 데려오라"고 호소하는 지경이다. 실제 LA 에인절스 마이크 트라웃, 뉴욕 양키스 애런 저지, 보스턴 레드삭스 라파엘 데버스 등은 구단을 향해 "필요한 FA를 데려오라"는 목소리를 전했다.

보라스는 "선수들은 프랜차이즈에 최선을 다한다. 그들은 울부짓고 있다. 그들은 구단주로부터 우승이라는 공통된 목표가 있지 않느냐는 말을 듣는다. 우승에 얼마나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선수들이 리트머스지처럼 봉사하는 현실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면서 "지금 시장에 남아 있는 선수들을 영입하면 어느 구단이든 성과와 목표에 드라마틱한 결실을 얻을 수 있다. 7월 트레이드 데드라인과 마찬가지다. 이런 선수들 중 하나만 데려오면 클럽하우스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며 FA 계약에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이번 오프시즌 1억달러 이상의 조건에 도장을 찍은 FA는 오타니 쇼헤이(10년 7억달러), 야마모토 요시노부(12년 3억2500만달러), 애런 놀라(7년 1억7200만달러), 이정후(6년 1억1300만달러) 등 4명 뿐이다. 여기에 보라스 사단 소속인 블레이크 스넬과 조던 몽고메리, 맷 채프먼이 합류할 수는 있다. 1년 전 FA 시장에서는 9명, 2년 전에는 11명이었다.

나이팅게일 기자는 'FA 시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레드삭스, 양키스, 메츠, 파드리스, 레인저스 등 빅 마켓 구단들이 지갑을 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 구단은 캔자스시티 로열스보다 돈을 덜 썼다. 작년보다 페이롤이 감소한 구단이 11곳에 이른다'고 했다.

보라스가 짜증이 날 만한 상황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 때문에 FA 협상 기간을 정해놓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토니 클락 메이저리그 선수노조 위원장은 이에 대해 "시장에 좋은 선수들이 많다는 걸 잘 알고 있다. 11월처럼 지금도 계약할 기회는 남아 있다"며 FA 협상 기간이 무한정인 것에 대해 "지금 결론을 내리는 것은 이르다. 노조는 시즌이 시작하고 난 뒤 이 문제를 들여다 볼 것"이라고 말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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