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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안기지 못해 죄송하다"…11년 정든 둥지 떠나는 홈런왕, 자필 편지로 전한 마음 [SC 포커스]

이종서 기자

입력 2021-12-29 11:48

수정 2021-12-29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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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안기지 못해 죄송하다"…11년 정든 둥지 떠나는 홈런왕, 자필 편…
박병호. 스포츠조선DB

[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FA 자격을 얻어 KT 위즈로 이적한 박병호(35)가 손편지를 통해 인사를 전했다.



KT는 은 29일 "내야수 박병호와 3년 총액 30억원(계약금 7억원, 연봉 20억원, 옵션 3억원)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박병호는 키움의 상징과 같았다. 2005년 1차 지명으로 LG 트윈스에 입단한 뒤 2011년 넥센(현 키움)으로 이적했다.

키움에서 박병호는 본격적으로 잠재력을 터트렸다. 2012년부터 2시즌 동안 홈런 타점 득점 장타율 등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등 2년 연속 KBO MVP를 수상했다. 아울러 4년 연속 홈런왕 행진을 펼쳤고, 2014년과 2015년에는 2년 연속 50홈런을 기록했다.

2016년 미국 메이저리그에 도전한 박병호는 2018년 KBO에 복귀했다. 기량은 여전했다. 복귀 첫 해 43홈런을 날렸고, 2019년에는 33홈런으로 홈런왕 자리를 되찾았다. 키움의 가을야구 중심에는 박병호가 있었다.

올 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얻은 박병호는 거포 보강이 필요한 KT의 구애를 받았다. 결국 박병호는 11년 만에 이적을 결정하게 됐다.

발걸음이 마냥 가볍지는 않았다. 박병호는 에이전트사 SNS를 통해 FA 이적에 따른 심경을 전했다.

박병호는 "이번 FA 신청을 통해 KT 위즈로 팀을 옮기게 됐다"고 운을 뗐다.

박병호는 이어 "야구선수로 성장하고 꿈을 이루어 나가는 모든 순간을 함께하며 응원해 준 히어로즈 팬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지난 두 시즌 저의 노력과는 달리 성적이 따라주지 못하면서 많은 자책과 실망을 하였고, 팬 여러분의 상심도 크셨을 거라 생각한다. 야구선수로서 팬 여러분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점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죄송함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박병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KT위즈 구단에서 저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여 주시고, 영입 제안을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선수로서 그에 보답하고 상응하는 활약을 펼쳐야 한다는 책임과 의무가 엄중히 느껴진다"고 각오를 전했다.

◇ 다음은 박병호 자필 편지 전문.

안녕하세요, 박병호입니다. 많이들 놀라셨겠지만, 저는 이번 FA 신청을 통해 KT위즈로 팀을 옮기게 되었습니다. 2011년 7월 히어로즈의 유니폼을 입었던 날이 기억납니다. 그때부터 10년의 시간이 흘렀네요.

시간 동안 제가 야구선수로 성장하고 꿈을 이루어 나가는 모든 순간을 함께하며 응원해 준 히어로즈 팬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지난 두 시즌 저의 노력과는 달리 성적이 따라주지 못하면서 많은 자책과 실망을 하였고, 팬 여러분의 상심도 크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야구선수로서 팬 여러분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점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죄송함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T위즈 구단에서 저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여 주시고, 영입 제안을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선수로서 그에 보답하고 상응하는 활약을 펼쳐야 한다는 책임과 의무가 엄중히 느껴집니다.

그와는 별도로, 히어로즈 구단과 감독님들, 코치님들, 선후배 동료들, 직원분들, 팬 여러분께 감사함과 죄송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유망주로 머물던 시절 히어로즈의 선수로 뛰게 되며 전폭적인 기회를 받으며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히어로즈와 한국시리즈 우승 문턱까지 경험을 하고, 메이저리그라는 야구 선수로서의 꿈의 무대에도 도전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한국 복귀를 결정했을 때도 히어로즈 구단은 두 팔 벌려 환영해 주셨고, 저에게는 고향 같은 구단이었습니다. 지금은 자리에 안 계신 구단 관계자분들께 감사의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18년, 19년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염원을 향했던 기억은 저에게 소중한 추억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제가 예전에 한 수상소감에서 히어로즈 팬 분들은 일당백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는데 그만큼 팬 여러분 한 분 한 분의 응원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마지막 아웃 순간까지 소리 높여 응원하여 주신 팬 여러분께 우승을 안겨드리지 못해 죄송한 마음입니다.

히어로즈에서 다시 한번 우승을 도전하고 싶은 열망도 강하였으나, 주어진 상황에서 프로야구선수 박병호에 대한 가치를 높게 평가하여 주신 KT위즈 구단의 감사함도 간과할 수 없었기에 이러한 결정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비록 팀을 떠나게 되었지만, 히어로즈에 대한 감사함과 팬분들에게 받은 사랑과 응원 평생 간직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박병호 드림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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