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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파피' 오티스 인기 덕분? 로켓-본즈 '약물 스캔들' 면죄부 받을까 [SC초점]

김영록 기자

입력 2021-12-21 10:25

수정 2021-12-21 10:32

'빅파피' 오티스 인기 덕분? 로켓-본즈 '약물 스캔들' 면죄부 받을까
본즈와 클레멘스가 오티스 덕분에 명예의전당에 오른다? 비웃음받았을 얘기가 현실이 되고 있다. A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빅 파피' 데이비드 오티스의 영향력일까. 미국야구 명예의전당(Hall of Fame)이 '약물 스캔들' 간판들에게 문을 열 모양이다.



메이저리그가 직장폐쇄 상태인 미국은 2022년 명예의전당 헌액 투표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마지막 10번째 도전 중인 '로켓맨' 로저 클레멘스와 배리 본즈는 물론, 은퇴 후 첫 도전에 나선 데이비드 오티스의 헌액 가능성이 제법 밝아보이기 때문이다.

매년 명예의전당 투표 여부를 조사하는 호프트래커에 따르면, 공개된 결과는 11.5%(45명)뿐이긴 하지만 오티스는 82.2%, 클레멘스와 본즈는 각각 77.8%의 지지를 받고 있다. 명예의전당에 헌액되려면 유권자인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로부터 75% 이상의 지지를 받아야한다. 세 선수 모두 과거 메이저리그를 뒤덮었던 약물 스캔들에 포함됐던 선수들이다.

커리어는 더할 나위가 없다. 본즈는 내셔널리그(NL) 시즌 MVP 7회를 비롯해 통산 홈런(762개) 통산 볼넷(2558개) 단일 시즌 최다 홈런(73개) 등 기라성 같은 기록의 주인공이다. 클레멘스 역시 통산 354승에 4672삼진, 사이영상 7회, 평균자책점 1위 7회, 다승왕 4회, 삼진왕 5회 등 무시무시한 경력을 자랑한다. 약물 문제만 아니었다면 첫 턴에 진작 입성했을 선수들이다.

반면 오티즈의 높은 지지율은 이들에 비하면 독특하다. 오티즈는 보스턴 레드삭스의 영구결번이긴 하지만, 선수로서의 족적은 이들에 비할 바 못된다. 특히 "금지약물에 걸린 선수는 1년 자격정지가 필요하다. 50경기 출전정지는 너무 가볍다"고 주장하다가 정작 2009년 자신도 약물 복용 사실이 적발되자 "난 건강 보조제를 먹었을 뿐인데 왜 금지약물이 나왔는지 모르겠다"며 뻔뻔한 태도로 일관했다.

하지만 '밤비노의 저주'를 깨뜨리며 2004년 보스턴 레드삭스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안겼고, 2007년 또한번의 우승을 추가하며 보스턴을 대표하는 영웅으로 추앙받았다. 당시 주역이었던 오티스와 매니 라미레스 모두 금지약물 복용자다. 특히 오티스의 경우 미네소타 트윈스에서 5년간 58홈런을 때린 선수가 보스턴 이적 후 14년간 무려 483홈런을 쏘아올리며 비약적인 장타력 향상을 보인 선수다.

하지만 약물 스캔들 직후 온갖 지탄을 받은 본즈-클레멘스와 달리, 오티스는 보스턴 우승의 추억에 기반한 팬들의 인기를 바탕으로 은퇴시즌인 2016년에는 '은퇴 투어'를 돌았고, 이후에도 차원이 다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자신의 명예의전당 투표가 시작될 즈음이 되자 갑자기 두 선수에 대해 "명예의전당에 헌액될 자격이 있다"며 속보이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중요한 건 그 지원사격이 먹혔다는 것. 현재 75%를 넘긴 선수는 이들 3명 뿐이다. 커트 실링(64.4%)은 약 대신 인종차별 등 온갖 혐오발언과 트럼프 지지 폭동 찬양 등의 구설로 9년간 명예의전당에 오르지 못했다. 오티스 덕분에 덩달아 지지율이 오른 본즈-클레멘스와 달리 적어도 약물만큼은 '청정 레전드'임에도 헌액 라인 미만에 머물고 있다. 반면 같은 약물 복용자 중에도 클레멘스와 본즈 못지 않은, 오티스 대비 넘사벽인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46.7%에 불과하다.

10년전 '본즈-클레멘스가 오티스 덕분에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다'고 말했다면 '야알못'의 헛소리로 취급됐을 것이다. '오티스는 첫 턴에 헌액되지만 실링, 로드리게스는 못간다'고 말했어도 아무도 믿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른 모양이다. 어쩌면 올해 명예의전당 투표 결과는 약물 스캔들에 대한 미국 현지 기자들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보여주는 역사적 사례로 남게될지도 모른다.

물론 미국 현지에서도 약물 스캔들 보유자의 명예의전당 입성에 대해 경계하는 목소리가 아직 높다. 공개된 투표 결과는 초반에 불과하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지난 9년과는 다르다. 존 헤이먼을 비롯해 본즈-클레멘스-오티스의 이름을 기표한 투표 용지를 공개하며 "약물을 하기 전에도 레전드였다"고 주장하는 기자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 어느때보다 헌액가능성이 높아보인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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