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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되면 박건우 민병헌" '껌딱지' 언급하며 눈시울 붉힌 멘토 형, 망연자실 속 입대연기[SC인터뷰]

정현석 기자

입력 2021-12-16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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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되면 박건우 민병헌" '껌딱지' 언급하며 눈시울 붉힌 멘토 형, 망연…
삼성 박해민과 박승규가 외야에서 장난치고 있다.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절대 보내드릴 수 없습니다."



박해민이 떠난 다음날.

'껌딱지' 박승규(21·삼성 외야수)의 목소리는 침울하게 잠겨 있었다.

스포츠조선과 연락이 닿은 박승규는 옅은 한숨 속에 이야기를 꺼냈다.

"해민이 형은 제게 특별한 분이셨어요. 매 순간 먼저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시려 애쓰셨죠. 멘탈 관리하는 법, 시합 준비하는 법까지 시즌 때 엄청 큰 힘이 됐죠. 멘탈 관리할 수 있는 책도 사주셨는걸요."

멘토 형의 갑작스러운 LG행 소식. 청천벽력이었다.

"너무 아쉽죠. 같은 팀에 없다는 게 믿기지가 않아요. 저는 배워야 할 것도 궁금한 것도 너무 많거든요. 아쉬운 마음이 가장 크긴 한데 그래도 형이 잘 하셔서 높은 평가를 받고 가신거라 진심으로 축하드리긴 했어요. 그래도 전화를 드리면 되니까…. 저는 형을 절대 보내드릴 수 없습니다."

박해민은 15일 라이온즈TV와의 고별 인터뷰에서 '껌딱지 동생' 박승규를 언급했다.

그는 "신인 때부터 같이 하면서 배우려는 자세도 많고 나이 차가 많이 나는데도 잘 따라줘서 고맙고 애착이 가는 후배였다"고 말했다. 특별한 후배를 언급하면서는 눈시울이 살짝 붉어졌다. 박해민은 "'형 없으면 나는 어떻게 하느냐'고 하길래 '뭘 어떻게 하느냐'고 '내가 없는 자리를 메우고, 아쉽지만 너한테는 또 다른 기회다. 너가 잘해서 라이온즈 중견수를 맡아줬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회자정리(會者定離)요 거자필반(去者必返)이다. 이제는 헤어짐의 아쉬움을 털고 일어서 선배의 빈자리를 메워야 할 때다.

형의 마지막 당부. 본인도 잘 알고 있다.

박승규는 1차 합격했던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최종 불합격 했다. 상실감이 컸지만 결과적으로 전화위복이 됐다.

고심 끝에 멘토 형의 조언대로 비어있는 라이온즈 중견수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입대를 한해 미루고 내년 시즌을 준비할 생각입니다. 수비는 해민이 형이 가르쳐 주신 걸 복습하면서 훈련할 생각이고요. 방망이는 계속 생각하면서 기복을 줄이기 위한 시도를 해볼 생각입니다."

최근 FA 박건우 선배의 100억원 NC행을 보면서 박승규는 또 한번 해민이 형을 떠올렸다.

"형은 제게 '너는 잘되면 박건우나 민병헌이고, 잘못되면 이도저도 아닌 아무것도 아닌 선수가 될 것'이라고 하셨어요. 자극이 됐고, 동기부여가 됐죠."

실제 박승규는 미완성 5툴 플레이이어다.

발도 빠르고 투지도 넘쳐 흐른다. 경기고 2학년 때까지 투수였던 만큼 어깨도 강하다. 지난해 키움전에서 환상적인 다이빙 캐치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중견수로 잘 성장하면 어깨까지 강한 박해민이 될 가능성이 있다.

고교 2학년 때 타자로 전향하고도 3학년 때 황금사자기 대회 타격왕과 타점왕을 수상할 만큼 타격 재능도 있다. 홈런을 날릴 수 있는 강한 손목 힘도 있다. 결정적 순간 정상급 투수를 상대로 물러서지 않는 클러치 능력도 갖춘 선수.

단, 하나 단점은 '야구에 미쳐 있다'는 말을 들을 만큼 너무 잘하려는 의욕이 과하다는 점. 박해민을 그렇게 쫓아다니며 집요하게 캐물은 이유이기도 하다. 간혹 어이 없는 스윙이 나오는 건 과잉 의욕 속에 뒤죽박죽 될 때가 있기 때문이다.

"2군에서 오치아이 감독님께서 제게 100%로 하는 게 좋은 거긴 한데 다치면 꽝이다. 너는 80%만 해도 100%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해주시더라고요. 하지만 그라운드에 서면 그 조절이 쉽지는 않은 것 같아요."

최고의 선배와 눈물로 헤어진 박승규.

형이 비워준 자리는 그의 야구 인생에 전환점이 될 공산이 크다. 독한 마음을 품은 박승규의 본격적인 홀로서기가 시작됐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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