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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간 1승 설움→46일간 3승' 간절함이 만든 인생역전. 8년차 '투심 장인'의 감격 [인터뷰]

김영록 기자

입력 2021-11-30 14:28

수정 2021-11-30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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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간 1승 설움→46일간 3승' 간절함이 만든 인생역전. 8년차 '투…
롯데 이인복. 스포츠조선DB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김)원중이가 '형 요즘 정말 간절함이 보여요' 하더라. 내 인생 이런 기회가 또 언제 오겠나 싶었다. 왔을 때 잡아야지."



롯데 자이언츠의 올해 후반기 성적은 32승27패7무. 승률 0.542로 전체 3위였다. 래리 서튼 감독 부임 이후 달라진 롯데의 힘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숫자다. 그 핵심 선수 중 하나가 선발의 한축을 꿰찬 이인복(30)이다.

이인복은 프로 8년차 투수지만, 지난해까지 선발 등판 경험이 단 2번 뿐인 불펜 전문 투수였다. 통산 성적도 1승4패 2홀드가 전부. 이마저도 모두 지난해 올린 기록이다.

하지만 전반기 롯데 선발진이 흔들리자 8월부터 선발로의 보직 변경을 준비했고, 두 차례 테스트에서 합격점을 받아 9월 12일부터 선발로 나섰다.

후반기 총 10경기(선발 8)에 등판, 3승무패 평균자책점 3.04를 기록하며 팀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특히 10월 22일까지, 선발 등판 7경기에서 롯데가 7연승을 달리는 등 승리 요정이기도 했다.

상동구장에서 컨디션 회복 및 내년 시즌 준비에 전념해온 이인복을 만났다. 이인복은 "전혀 생각지 못한 좋은 결과다. 나도 멍하다. 내년에도 선발로 뛰는 걸 목표로 잘 준비하고 있다"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구속이 140㎞ 중후반까지 오른게 성공 요인이다. 드라이브라인 훈련을 하면서 어깨가 단련된 덕분인 것 같다. 보통 선발로 오면서 구속이 줄어드는데, 난 규칙적으로 등판을 준비할 수 있게 되서 그런가보다. 경기 시작 2시간 전부터 충분히 몸을 풀 수 있으니까."

아마추어 시절에는 강속구 투수였다. 2018년 어깨 부상 이후 급격히 떨어진 구속 ??문에 마음 고생이 많았다. 그해 마무리캠프부터 투심을 장착했고,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투심에 전념했다. 전화위복이다. 지금은 투심을 던지는데도 과거와 구속이 비슷하다. 늘어난 구속만큼 자신감이 붙었다.

6이닝을 채운건 단 2번. 9월 25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는 6이닝 6실점이었다. 10월 27일 KIA 타이거즈를 상대로 6이닝 무실점 생애 첫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3자책 이하)를 달성했지만, 아쉽게도 팀이 패하며 연승행진이 중단됐다.

"난 투심 투수인데, 3바퀴 돌면 확실히 타자들이 파울을 많이 치고 타이밍을 맞추더라. 아무래도 공 움직임이 떨어지고 제구가 흔들렸던 거 같다. 올해는 새로운 구종으로 싱커성 투심을 준비중이다. 내년에는 6이닝 7이닝 던지고 싶다."

빠른 승부를 즐기기 때문에 롯데 야수들이 좋아하는 투수이기도 하다. 이인복 스스로도 '방망이에 빗맞춰주고, 맞고 난 다음은 수비에게 맡긴다'는 생각으로 던진다. 그는 "야수들이 수비에도 집중할 수 있고, 공격 리듬도 끊기지 않는다고 좋아하더라"며 웃은 뒤 "한번에 대량실점만 안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던진다. 선발이니까 1~2점은 줘도 된다. 마음을 편하게 먹으니 성적도 좋아졌다"고 강조했다. 이인복에겐 '은인'인 서튼 감독도 시즌 종료 후 "지금처럼만 해달라"며 고마워했다고.

징크스는 따로 없다. 출근할 때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정신을 차리고, 에너지 드링크를 마시는게 전부다. 내년 목표는 무엇보다 부상을 당하지 않는 것. 과거의 커리어가 부족한 만큼, 자신을 향할 의심의 시선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나라도 의문을 가질 거다. 개인적으론 풀타임이 1번, 보다 많은 이닝 소화가 2번 목표다. 120이닝 정도 던지면 내 역할을 다하는 것 아닐까. 올해 선발로 41⅔이닝을 던졌으니까, 이렇게 2번만 더 하면 된다. 물론 마음은 더 높은 곳을 본다. 150이닝 이상 던져보고 싶다."

김천=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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