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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못하니까 창피해" 데뷔 13년차에 마무리캠프. 마지막 도전 나선 베테랑의 각오 [인터뷰]

김영록 기자

입력 2021-11-24 13:36

수정 2021-11-24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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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못하니까 창피해" 데뷔 13년차에 마무리캠프. 마지막 도전 나선 …
롯데 강윤구.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데뷔 13년차 투수가 마무리훈련을 뛰고 있다. 내년을 위한 각오는 이렇게 얘기하면 되지 않을까."



강윤구(31·롯데 자이언츠)의 표정은 밝았지만, 한켠에는 씁쓸함이 감돌았다.

데뷔초 150㎞ 좌완 정통파로 이름을 날렸지만, 거듭된 부상에 시달린 끝에 지금은 불펜 한자리를 다투는 신세다. 김해 상동훈련장에서 만난 그는 "롯데의 소금 같은 투수가 되고 싶었는데, 그러질 못해 아쉬웠다"며 지난 시즌을 돌아봤다.

시즌초 NC 다이노스의 개막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퓨처스리그에서 뛰다 6월 파슨스의 부상으로 1406일만의 선발 출격에 나섰지만, 2이닝 4실점의 대실패. 이후 7월 좌완 불펜 보강을 노리던 롯데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신인 4라운드 지명권과의 맞트레이드였다.

롯데에선 21경기에 출격, 14이닝의 기회를 받았지만 평균자책점 7.07에 그쳤다. 강윤구는 "이적 초반에 좋았는데, 무릎(연골)을 한번 다치고 나서 바보가 되어 돌아왔다. 많이 아쉬운 한해"라며 자책했다.

롯데 이적 직후 강윤구의 속내는 남달랐다. 그는 "롯데는 정말 분위기가 좋고 정이 깊은 팀"이란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그는 "이전 소속팀(히어로즈, NC)은 신생팀이었는데, 롯데에선 확실히 전통의 무게를 느꼈다. 부진할 때면 선배들이 먼저 후배를 챙길 만큼 끈끈한 정이 있다. 투수진의 경우 구승민이나 김원중이 이런 걸 참 잘한다. 팬들의 열정이나 사랑도 엄청나다"고 강조했다.

"후배들이 나한텐 옛날 얘기만 한다. '윤구 형 150㎞ 던질 땐 최준용보다 엄청났다' 이런 얘기다. 나도 준용이 같은 직구는 태어나서 처음 봤는데…최준용 구승민 김원중 김도규가 150㎞ 던져버리니까, 140㎞대 중반 던지는 이인복이 기교파 투수가 되더라. 나도 더 잘하고 싶다,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하다. 좋은 직구를 던지는 느낌을 머리로는 아는데 몸으로 안되니까 미칠 것 같다."

그래도 최준용 이야기가 나오자 잠시 웃음꽃이 피었다. 강윤구는 "나이 차이가 있는데도 제일 먼저 다가온 후배다. '익을수록 고개 좀 숙여라' 장난치면 반응이 재미있다. 선후배 소통의 핵심"이라며 웃었다.

무릎은 말끔히 나았다. 강윤구는 "마운드에서 느낀 통증이라 진짜 긴장했는데,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다. 그대로 재활부터 보강운동까지 열심히 했다. 나이가 있으니까"라고 강조했다. 마무리캠프에선 주 3회 투구를 소화하며 구위 회복에 전념하고 있다.

하지만 벽이 만만치 않다. 불펜에 최준용 구승민 김원중 김도규가 필승조를 형성하고, 좌완 불펜 한자리도 김진욱이 버티고 있다. 그는 "풀시즌 소화, 욕심을 낸다면 3점대 평균자책점이 목표"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제 충고나 조언 들을 나이는 지났다. '뭐하냐? 잘할 때 됐잖아 윤구야. 잘 좀 하자'는 심정이다. 이 나이에 야구 못하니까 창피하다. 더이상 뒤가 없다. 살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다. 내년이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도전하겠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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