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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전에 올뻔 했는데…" 24년만의 부산행. 롯데 마지막 도루왕의 속내 [인터뷰]

김영록 기자

입력 2021-11-22 10:39

수정 2021-11-22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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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전에 올뻔 했는데…" 24년만의 부산행. 롯데 마지막 도루왕의 속…
롯데 시절 전준호. 스포츠조선DB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제리)로이스터 감독님 때 (롯데 자이언츠에)올뻔 했는데…그때 잘 안된게 이렇게 오래 걸렸다."



'대도' 전준호(52)가 롯데 자이언츠로 돌아왔다.

2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는 마지막 우승 멤버이자 마지막 도루왕이다. 롯데 선수(1991~1996)보다 현대 유니콘스 선수(1997~2007) NC 다이노스 코치(2011~2021)로의 세월이 더 길지만, 팬들은 여전히 '롯데의 도루왕'으로 그를 기억한다. 롯데는 1995년 전준호(69도루) 이후 아직 도루왕을 배출하지 못했다.

전준호 코치에게도 롯데는 운명 같은 팀이다. 그는 "떠난지 오래지만, 부산 팬들의 성원은 잊은 적이 없다. 아마 롯데 출신들은 다들 그럴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그는 29년전 롯데의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 멤버이기도 하다.

"24년만에 롯데에 돌아왔다. 사실 이렇게 환영받고 축하해주실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기쁘면서도 책임감을 느낀다. 은퇴 무렵인 2008년에 로이스터 감독이 '네가 필요하다'고 해서 박영태 코치님 통해서 교감이 이뤄진 적이 있다. 나도 선수생활 마지막을 롯데에서 했으면 참 좋았을 텐데, 잘 안됐다. 그 다음엔 새로 창단된 NC에 몸담으면서 롯데와 거리가 있었다."

전 코치는 2018년 NC 시절 이후 4년만에 다시 김평호 코치와 함께 하게 됐다. 그는 "김 코치님이 계신 1군에 좋은 선수들을 많이 공급하는게 내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현대 선수 시절 홈런-타점-장타율 3관왕을 차지한 래리 서튼 감독과는 절친이었다. 서튼 감독은 '한 가족이 되서 기쁘다'며 뜨겁게 환영했다. 전 코치는 "롯데는 팀 분위기가 좀 무거운 편이었는데, 작년에 서튼 감독님이 오신 뒤로 많이 밝아졌다"며 외부에서 바라본 롯데의 변화를 소개했다.

"롯데는 퓨처스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시프트를 쓰는 팀이 됐다. 그만큼 팀 전체가 데이터에 익숙하고, 선수들이 경기를 풀어나가는 능력이 생겼다. 작전이나 수비의 중요성을 알고, 경기 전부터 충실하게 준비해오는 느낌이더라."

끈질기게 파울을 치며 투수를 괴롭히는 '용규놀이'의 원조이자 교타자의 교과서다. 무려 19시즌 동안 활약한 베테랑의 교본이기도 하다. KBO리그 통산 도루 1위(549개), 단일 시즌 최다 도루 2위(75개·1위 이종범 84개). 후배 정수근은 현역 시절 전준호에 대해 "리드를 5걸음씩 하는데 도저히 따라할 수가 없는 노하우"라고 표현한 바 있다. 도루 이야기가 나오자 전 코치의 목소리에는 자부심이 실렸다.

"잘 뛰기도 했지만 (정수근의 말대로)리드 폭이 컸다. 당시 투수들의 견제, 투구 동작 때의 미세한 습관을 다 알고 있었다. 견제 때는 재빠르게 리턴을 하면 되고, 투구 동작일 때는 한두 걸음 더 나가면 되니까. 분석이 내 힘이고 노하우였다. 그래야 공격적인 주루가 가능하다."

지난해 롯데 팀내 도루 1위는 11개에 불과한 손아섭이다. 팀 도루는 60개로 1위 팀 삼성(116개)의 절반 수준, 리그 최하위였다. 팀 타선 전체적으로 베테랑의 비중이 높고, 발빠른 선수가 부족하다.

특히 외야의 경우 전준우와 손아섭의 수비를 감안하면 중견수가 퍽 넓은 영역을 커버해야한다. 지난해 김재유 신용수 추재현 등이 스피드 있는 중견수로서의 역할을 했지만, 누구 하나 확실한 주전으로 자리잡진 못했다. 서튼 감독은 "애슬레틱하고 다이나믹한 외야수가 필요하다"고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 전 코치는 "기동력 있는 선수가 라인업에 3~4명은 있어야 상대에게 압박감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 롯데는 베테랑과 타격의 팀이다. 날렵함이 부족하다. 내년이면 사직구장 외야가 더 넓어진다. 좋은 중견수가 그 외야의 짜임새를 잡아줘야한다. 육성이란 게 지금 짧은 시간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1.5군, 또 어린 선수들의 발전이 필요하다. 조금씩 조금씩 쌓아올려가겠다."

전 코치는 지금 당장 팀에 합류하진 않는다. 재충전과 더불어 스스로의 말을 빌리면 "야구를 좀더 공부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그는 "내년 2월 스프링캠프 때 뵙겠다"며 웃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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