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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30번? 박찬호 61번?…152㎞ 대졸 신인이 그리는 '레전드의 길' [SC 인터뷰]

이종서 기자

입력 2021-11-22 02:46

수정 2021-11-22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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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30번? 박찬호 61번?…152㎞ 대졸 신인이 그리는 '레전드의 길…
주승우. 사진제공=키움 히어로즈

[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자신감은 세계 일주를 할 정도입니다." 프로 첫 발을 내디딘 신인은 벌써 은퇴 시점의 미래까지 그렸다.



주승우(21)는 2022년 신인드래프트 1차지명으로 키움 히어로즈의 부름을 받았다. 최고 152㎞의 빠른 공을 비롯해 예리한 슬라이더가 장점으로 평가받으며 일찌감치 최대어로 꼽혔다.

고교 시절 한 차례 미지명의 아픔을 맛본 그는 성균관대로 진학했고,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주승우는 "(대학에 와서) 경기 운영 능력을 길렀다. 경기에 자주 나가고, 위기 상황을 많이 겪다 보니 강심장이 된 것 같다. 그리고 웨이트 트레이닝 같은 체력적인 부분을 많이 보완해 구속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특히 주무기인 슬라이더에 대해서는 "원래 대학 초반에는 각이 큰 느린 슬라이더를 많이 던졌다. 그런데 3학년 때 부진하면서 변화를 주기 위해 빠른 슬라이더를 구사하기 시작했다. 빠르게 휘는 궤적이 좋은 슬라이더다. 슬라이더 외에는 체인지업을 많이 던진다. 대학에 와서 코치님께 처음 배웠는데 내게 잘 맞는 구종"이라고 밝혔다.

결국 일찌감치 기량을 인정받으면서 이번에는 키움 지명 선수 중 가장 앞줄에 서게 됐다. 주승우는 "이게 꿈인가 현실인가 싶었다. 솔직히 기대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좋은 결과를 얻어서 기분이 좋았다"라며 "지명되고 나선 키움의 경기를 매일 챙겨봤다. 경기를 보며 조상우 선배님이나 김태훈 선배님 앞에 투입되는 셋업맨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렌 마음을 내비쳤다.

주승우는 전라남도 고흥에서 진행 중인 마무리캠프에서 프로 적응에 나섰다. 그는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팀 분위기에 잘 적응해 나가고 있다. 새로 만나는 선수들과 알아가는 단계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마무리캠프 전 그는 멕시코에서 열린 U-23 야구월드컵 대표팀에 참가했다. 그는 "해외에서 공을 던지는 경험을 한다는 자체가 흔치 않기 때문에 많은 걸 배웠다. 국제대회는 스트라이크 존이 넓다고 들어서 존에서 공을 한두 개 빼는 연습을 했다. 막상 들어가 보니 생각보다 존이 좁아 어려움을 겪었다. 상대 타자들이 우리나라 선수들보다 정교한 부분은 떨어지지만 힘이 좋아 장타를 맞을 위험이 높았다. 그런 점을 유의하며 던지려고 했다"고 했다.

키움 선수와도 미리 인사할 수 있던 시간이었다. 키움 소속으로는 투수 김인범과 외야수 박주홍이 대표팀으로 나갔다. 주승우는 "(김)인범이가 먼저 말도 걸어주고 같은 투수여서 친해졌다. 동갑내기이기도 해서 친구가 됐다. 인범이와 재미로 찍은 사진이 너무 잘 나와서 올렸는데 화제가 됐다. (박)주홍이와도 이야기해봤다"고 떠올렸다.

마무리캠프에서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으로는 "야구월드컵에 다녀와서 2주간 운동을 쉬었다. 그래서 체력적인 부분과 캐치볼 같은 기초부터 신경 쓰며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운동하고 있다"라며 "고등학교 시절과 지금은 많이 다르다. 하지만 자율적으로 운동하는 부분이 많다는 부분은 대학교 캠프와는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 캠프 자체에 적응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고 밝혔다.

주승우는 입단 당시 실력 외에도 많은 화제가 됐다. 동생 주승빈도 키움에 입단한 것. 주승빈은 고양에서 훈련 중이다. 그는 "마무리캠프 시작하고 나서 특히 연락을 자주 한다. 영상통화도 했다. 서로 고양 생활과 고흥 생활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묻는다. 분위기는 어떤지, 뭘 하는지 서로 정보 공유를 많이 한다"고 우애를 보여줬다.

그는 이어 "오히려 지금은 서로 떨어져 운동하는 게 잘 된 것 같다. 서로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라며 "아무래도 첫째다 보니 부담이나 책임감이 느껴지기는 한다. 동생에게 모범이 되야 한다는 생각이 크다. (주)승빈이가 잘 따라와 준다면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자신의 장점으로는 '자신감'을 꼽았다. "자신감으로 세계 일주를 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한 그는 "아버지께서 항상 자신감을 가지라고 조언해 주셨다"고 이야기했다.

자신감만큼이나 목표도 화끈했다. 첫 목표로 '신인왕'을 내건 그는 "코치님이나 감독님께서 믿고 편하게 보는 투수가 되는 것이 목표다. 그러기 위해 사사구를 줄이는 연습을 꾸준히 하고 있다. 캐치볼을 할 때도 가슴 쪽에 던지려고 신경 쓴다. 그럼에도 실전에서 연습만큼 보여주는 게 어렵긴 하다. 사사구를 의식하고 강하게 던지면 오히려 빗나가는 경우가 있다. 그런 부분을 조절하는 것도 이번 캠프의 과제"라고 밝혔다.

목표를 이야기하던 그는 '등번호'에 대한 고민을 내비쳤다. 주승우는 생일인 30번과 박찬호의 61번을 희망했다. 30번은 공석. 61번은 김정인이 달고 있다.

등번호를 신중하게 고른 이유는 명확했다. 최고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영구결번'을 꿈꿨기 때문. 그는 "프로 생활 목표가 영구결번인 만큼 내년에 달게 되는 등 번호도 심사숙고해 결정할 예정이다. 내 생일인 30번도 생각하고 있고, 박찬호 선배님의 번호인 61번도 달아보고 싶다"라며 "물론 선배님들이 번호를 고르신 뒤에 골라야 하니까 아직은 더 고민할 예정"이라고 미소를 지었다.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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