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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흔든 '파격 시프트' 설계자의 고백 "그 선수 없었다면…"[마캠 인터뷰]

박상경 기자

입력 2021-11-20 20:34

수정 2021-11-2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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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흔든 '파격 시프트' 설계자의 고백 "그 선수 없었다면…"
◇한화 하주석. 스포츠조선DB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하주석이 없었다면 아마 감독님을 많이 말렸을 것이다."



올 시즌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과 함께 한화 이글스 야수진의 시프트를 이끌었던 조성환 수비코치의 고백이다.

리빌딩 중책을 맡은 수베로 감독이 제시한 첫 과제는 시프트였다. 상대 타자 성향, 볼카운트, 점수차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펼치는 팔색조 시프트를 통해 야수진 경쟁력 향상을 꾀했다. 하지만 11년 만의 가을야구를 맛봤던 2018년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즌에서 하위권을 전전했던 한화, 젊은 선수 위주로 짜인 내야 조합으로 과연 시프트를 완성시킬 수 있을지 우려도 적지 않았다. 이런 우려에도 올 시즌 한화는 최하위에 그쳤지만 파격적인 시프트를 통해 KBO리그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왔다. 한화와 마찬가지로 시프트를 적극적으로 구사하는 팀까지 나올 정도였다.

조 코치는 한화에 시프트가 안착할 수 있었던 이유로 주장 하주석(27)을 꼽았다. 그는 "감독님은 '수비를 제일 잘하는 선수가 타구를 잡게 하는 게 시프트에 유리하고 효율도 높아진다'고 강조했다"며 "스프링캠프, 시범경기에서 선수들을 쭉 지켜본 결과 하주석이 (시프트에) 좋은 영향을 줄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 밝혔다. 이어 "나도 시프트의 핵심은 유격수라고 봤는데, 하주석이 이런 기조에 빨리 녹아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즌 초반엔 하주석 중심으로 시프트를 펼쳤다면, 지금은 공 하나하나에 모든 내야수가 반응하는 단계"라며 "상대 입장에선 우리가 안타를 아웃카운트로 바꾸는 것을 보며 굉장히 답답함을 느꼈을 것이다. 그런 느낌을 들게 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겐 굉장히 값어치 있는 1년이었다"고 했다.

올 시즌 내내 하주석은 내야 야전사령관 역할을 했다. 주 포지션인 유격수 자리 좌우 뿐만 아니라 시프트를 위해 우익수 앞까지 포진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타자의 볼카운트마다 적극적으로 자리를 옮기고 타구를 처리하면서도 풀시즌을 버틴 체력은 놀라울 따름. 앞선 두 시즌 십자인대 파열, 햄스트링(허벅지 뒷근육) 등 부상으로 고개를 숙였던 하주석이었기에 위험부담도 뒤따랐던 게 사실이다.

하주석은 "시프트 범위가 보기보다 넓다. 처음엔 이렇게 극단적인 시프트를 한 팀이 없었기에 의문도 들었고, 피로도가 쌓여 크게 다칠까봐 두렵기도 했다"며 "시즌 후반부에 상대팀이 우리팀처럼 극단적인 시프트를 펼치는 모습을 보고 우리가 가고 있는 방향이 맞다는 확신이 들더라"고 말했다. 이어 "안타성 타구를 잡을 때 희열을 느끼기도 했지만, 시프트 실패 후 타석에서도 부진하면 두 배로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하주석의 말을 들은 조 코치는 "그래서 (타석에서) 잘 치라고 배트도 선물하고 일부러 펑고를 더 치게 했다. 벤치에선 '제발 안타쳐라'라고 빌기도 했다"고 껄껄 웃었다.

내년 시즌 한화는 '시프트 부수기'를 시도할 상대팀들의 거센 도전을 앞두고 있다. 한화가 올 시즌 쌓인 데이터로 장단점을 추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상대팀도 한화전에서 시프트 대응을 승리 관건으로 꼽을 것이다. 조 코치는 "올 시즌 시프트의 성공 이면에는 안 좋은 점도 분명히 있었다. 그것을 찾아 보완하고 감독님이 원하시는 팀의 색깔을 잘 낼 수 있도록 돕는 게 내 역할"이라며 "스프링캠프부터 철저히 준비하고 시즌 초반부터 상대에 밀리지 않도록 힘을 길러야 한다. 잘 준비한다면 분명 올 시즌보다 좋은 경기력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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