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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이 안 올라간다" 데뷔 첫해 구원왕, 결국 타자의 길 택했다[SC비하인드]

박상경 기자

입력 2021-11-17 11:40

수정 2021-11-17 13:00

"팔이 안 올라간다" 데뷔 첫해 구원왕, 결국 타자의 길 택했다
◇스포츠조선DB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지난 9일 강화 퓨처스필드.



SSG 랜더스 퓨처스(2군) 마무리캠프가 한창인 이곳에서 투수 하재훈(31)은 김원형 감독과 면담을 가졌다. 퓨처스 훈련 상황 점검과 외국인 코치진과의 소통을 위해 강화로 발걸음한 김 감독에게 하재훈이 면담을 요청한 것.

이유는 타자 전향을 위한 것이었다. 하재훈은 "(투구 연습 때) 팔이 안 올라간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미국 마이너리그와 일본 독립리그를 거친 하재훈은 2019 신인 드래프트 2차 2라운드에서 SK(현 SSG)의 지명을 받았다. 앞서 미국, 일본에서 11년 간 타자로 활약했으나 당시 SK를 이끌덤 염경엽 전 감독은 투수로서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늦깎이로 KBO리그에 데뷔한 하재훈은 불펜 투수 역할을 맡았고, 그해 36세이브를 거두는 놀라운 실력을 뽐냈다. 150㎞를 웃도는 묵직한 구위로 타자를 압도하며 SK의 정규시즌 2위 등극에 기여한 바 있다. 그해 열린 프리미어12 대표팀에 합류하며 생애 첫 태극마크의 감격을 누리기도 했다.

하지만 빛은 금새 사라졌다. 이듬해 하재훈은 전반기를 마치고 시즌 아웃됐다. 어깨 극상근 손상으로 수술대에 올랐다. 데뷔 첫 해 60이닝을 소화하며 36세이브의 놀라운 성과를 거뒀지만, 딱딱한 투구폼이 결국 부담감을 키웠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수술 뒤 긴 재활을 거친 하재훈은 지난 4월 중순 1군에 합류해 재기를 노렸다. 그러나 통증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고, 결국 올해 18경기서 18이닝(1승2홀드, 평균자책점 4.00)을 던지는 데 그쳤다.

하재훈은 "올림픽 브레이크 기간 김원형 감독님께 야수 전향에 대해 먼저 말씀드렸다. 감독님께서 올 시즌까지 재활경과를 지켜보고 다시 결정하자고 하는데 저번주 메디컬 테스트 결과 부상부위가 여전히 좋지 않아 구단과의 상의 끝에 야수전향을 결정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오랜 기간 야수 생활을 해온 터라 타자 전향의 부담감은 덜하다. 하재훈 역시 두려움보단 설렘이 앞서는 눈치. 17일부터 야수조에서 훈련을 시작한 하재훈은 "2019년 이후 스트레스가 컸다. 새로운 도전이지만, 그동안 받은 심적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어 앞으로가 기대된다"며 "20홈런-20도루를 기록할 수 있는 외야수가 되어 내년에는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도록 타격에서 보탬이 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하재훈은 "2019년 신인 때 각오를 '세이브왕'으로 정해 그 해 최다 세이브를 기록 할 수 있었다"며 "이번에는 목표를 '홈런왕'으로 설정하여 도전하고 싶다. 팀에 도움이 되는 홈런을 많이 치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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