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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뻔뻔하질 못하냐" 혼났던 후배의 러브레터 "선배가 필요해요"[마캠 인터뷰]

박상경 기자

입력 2021-11-16 22:15

수정 2021-11-17 07:15

"왜 뻔뻔하질 못하냐" 혼났던 후배의 러브레터 "선배가 필요해요"
◇스포츠조선DB

[서산=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제 옆에 있어주세요'라고 말했다(웃음)"



수줍은 프로포즈처럼 느껴지는 이 말의 주인공은 포수 허관회(22)다. 대상은 다름아닌 FA(자유계약선수)를 앞둔 선배 포수 최재훈(32)이었다.

올 시즌 허관회와 최재훈이 1군에서 함께 보낸 날은 76일. 퓨처스(2군) 무대를 오갔던 프로 3년차 백업 포수 허관회에게 베테랑 최재훈은 높은 산이자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선배는 경기장 안에선 무뚝뚝했지만, 바깥에선 하나부터 열까지 후배를 챙기면서 선전을 응원했다. 부진에 집착하는 후배를 두고 때론 모질게 야단을 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서산 퓨처스(2군) 마무리캠프에서 만난 허관회는 "올 시즌 생각대로 잘 안되니 힘들었다. 준비했던대로 보여주질 못하니 무너지게 되더라. 팀에선 계속 기회를 줬는데, 스스로 안되는 부분에 사로잡혀 털어내질 못했다"고 자책했다. 이어 "포수는 야수와 실책의 무게감이 다르다. 실수를 하면서 스스로 얼어붙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 부분을 이겨내지 못한 게 아쉽다"고 돌아봤다.

중심을 잡아준 것은 최재훈이었다. 허관회는 "(최)재훈이형이 언젠가 '왜 야구장에서 뻔뻔하질 못하냐'고 혼을 내더라. '잘못하면 상대 선수에게까지 사과하기 바쁘고, 안되면 하루 종일 생각하는데 그럴 필요 없다. 야구는 매일 해야 하는데 왜 그러느냐'고 하더라. 실책한 영상을 돌려보고 있을 때는 '쓸데 없는 것 한다'고 꾸지람을 하기도 했다"며 "재훈이형이 평소에 말수가 없는 스타일이다. 그런데도 원정 때 한 방에 지내게 될 때마다 여러가지 조언을 해주셨다. 시즌 초 의욕만 앞세워 오버페이스할 때도 '똑바로 준비하라'며 여러 부분을 가르쳐주셨다"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재훈이형이 부상으로 빠졌을 때 라이언 카펜터 등판에 맞춰 선발로 나갔던 적이 있었는데, 경기에서 이겼다. 퇴근길에 재훈이형에게 '수고했어 오늘, 잘했어'라는 문자를 받았는데 혼자 울컥했다"고 미소를 짓기도 했다.

허관회는 비시즌 기간에도 최재훈과 함께 한다. 그는 "작년부터 재훈이형이 비용을 지원해주면서 함께 훈련할 기회를 주셨다. 예전에 두산에 있을 때 양의지(현 NC) 선배도 재훈이형을 그렇게 챙겨주셨다고 하더라"며 "정말 좋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한 마음 뿐이다. 그만큼 더 노력해 발전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면서 "재훈이형은 어떨지 몰라도, 팀 뿐만 아니라 내게도 정말 필요한 선배다. 시즌을 마친 뒤 '계약 한 번에 끝내고 제 곁에 있어주세요'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건대부중-경기고를 거쳐 2019 신인 드래프트 2차 9라운드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허관회는 올 시즌 1군 28경기에 나서 비로소 이름을 알렸다. 다만 시즌 초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다. 허관회는 "1군에서 내가 너무 많이 부족하다는 점을 느꼈다. 지금까지 해온 야구로는 1군에서 버틸 수 없다. 이제 잘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두려움 때문에 위축된 부분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도 "내년엔 나 자신을 증명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감독님은 포수에게 경기를 믿고 맡기시는 스타일이더라. 더 많이 출전해 믿음에 보답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허관회는 인터뷰 말미에 "팬들께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나였어도 비난을 했을 만한 시즌이었다. 실망감이 크셨을 것이고, 죄송한 생각도 많다. 하지만 더 발전해 재훈이형이 자리를 비우더라도 '한화는 이래서 안돼'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 응원해주신다면 실망시켜드리지 않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서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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