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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핫포커스]우승 근처도 못가본 LG. 쿠에바스, 정수빈 같은 빅게임 플레이어가 없었다

권인하 기자

입력 2021-11-09 02:49

수정 2021-11-09 12:15

우승 근처도 못가본 LG. 쿠에바스, 정수빈 같은 빅게임 플레이어가 없었…
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LG와 두산의 준PO 3차전 경기가 열렸다. 두산이 LG에 승리하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경기 종료 후 팬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그라운드로 나서는 류지현 감독. 잠실=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21.11.07/

[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이틀 쉬고 나왔는데 7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KT 위즈의 윌리엄 쿠에바스. 준플레이오프 3차전 탈락의 기로에서 과감한 다이빙 캐치에 3안타 4타점을 터뜨린 두산 베어스의 정수빈. 이런 선수들을 가리켜 '빅게임 플레이어'라고 한다. 중요한 경기에서 오히려 자신의 실력을 더 발휘하는 선수다.



한국 야구팬들에게 빅게임 선수로 딱 떠오르는 선수는 중요한 순간마다 홈런을 터뜨린 이승엽이 아닐까.

1994년 우승 이후 2021년까지 27년 간 우승을 하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로 이런 빅게임 선수가 없다는 게 꼽힌다. 유독 불운했던 2021시즌이었지만 분명 LG에게도 여러차례 1위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번번히 좋지 않은 결과를 낳으면서 LG는 끝내 1위에 오르지 못하고 3위로 떨어져 준플레이오프부터 올라가야하는 처지가 됐고, 외국인 에이스가 빠진, 와일드카드 결정전서 2게임을 치르고 온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1승2패로 탈락했다.

신기하게 LG는 중요하다고 여겨진 경기에서 멋지게 승리한 적이 별로 없었다. 지난 9월 4,5일 KT와의 2연전서 LG는 1대11, 0대11로 대패했다. 당시 1위였던 KT와 2게임차 뒤진 2위였던 LG는 2연승을 한다면 1위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였다. 앤드류 수아레즈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당시 선발 로테이션이 여의치 않았고, 손주영과 김윤식이 차례로 올랐으나 KT 방망이에 무너지고 말았다. 타선 역시 KT의 고영표 배제성 공략에 완전히 실패했다. 2게임차가 곧바로 4게임차로 벌어지면서 LG는 또 힘겹게 추격을 해야만 했다.

시즌 막판에도 LG에겐 기회가 있었다. 지난 10월 19일∼24일 키움 히어로즈와의 3연전, 두산베어스와의 3연전이 LG에 가장 중요한 한 주였다. 이후 하위팀인 한화 이글스, 롯데 자이언츠와 총 6경기를 남겨놓고 있었기에 키움, 두산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1위 도전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 6경기서 LG는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3무3패에 그쳤다. 이후 끝까지 추격해 마지막날까지 실낱같은 1위 가능성을 열었지만 10월 31일 롯데와의 최종전서 무조건 이기고 봐야했던 LG는 에이스 켈리를 내세웠으나 2대4로 패했다. 이날 KT와 삼성도 모두 승리해 LG가 이겼더라도 3위가 확정되는 상황이었으나 꼭 승리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했다.

준플레이오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차전서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1대5로 패한 LG는 2차전서 9대3으로 승리를 거뒀으나 3차전서 초반에 무너지며 3대10으로 져 탈락했다.

1차전 선발로 나왔던 앤드류 수아레즈가 믿었던 만큼의 피칭을 해주지 못했다. 2차전 선발인 케이시 켈리가 5⅔이닝 동안 1실점(비자책)으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3차전엔 국내 에이스라 할 수 있는 임찬규가 나왔으나 3회에 페르난데스에게 투런포를 맞았고 그것으로 LG의 가을 야구는 끝이 났다.

지난 2019년부터 3년간 LG는 포스트시즌에서 단 4승을 거뒀다. 공교롭게도 그 4경기가 모두 켈리가 선발로 나왔을 때였다. 켈리가 초반을 잘 막아주면서 팀이 이길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줬다. 켈리는 4경기서 총 24⅓이닝을 소화했고, 평균자책점이 1.78에 불과했다. 켈리는 확실히 '빅게임 피처'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켈리와 함께 할 다른 선수가 올시즌엔 없었다. 승률왕 수아레즈가 잘해줄 것으로 믿었지만 시즌 후반 잦은 부상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기대한 피칭을 하지 못했다.

타선 역시 마찬가지였다. 2차전에선 활발하게 터졌지만 1,3차전은 찬스만 만들고 잔루만 쌓였다. 이번 준PO에서 LG의 팀타율은 2할9푼4리(109타수 32안타)였다. 두산(0.306, 111타수 34안타)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찬스에서 꼭 쳐야한다는 압박감을 이겨내지 못한 것이 컸다.

큰 경기를 지배할 줄 알아야 우승에 다가설 수 있다. 큰 경기 경험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LG는 3년 연속 초반 탈락하면서 씁쓸한 경험만 더해졌다.

내년시즌 우승에 도전하기 위해선 중요한 경기를 잡을 수 있는 빅게임 선수가 필요하다. 팀내에 보이지 않는다면 외부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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