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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만이니까" 불혹 추신수도 울컥한 '아버지의 눈물' [인천현장]

김영록 기자

입력 2021-11-06 13:59

수정 2021-11-06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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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만이니까" 불혹 추신수도 울컥한 '아버지의 눈물'
인터뷰에 임한 추신수. 김영록 기자

[인천=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아버지가 우셨다. 매년 집에는 왔지만, 이렇게 같이 생활하는 건 20년만이니까."



추신수(39·SSG랜더스)가 20년만에 함께 살게 된 부모님과의 뭉클한 1년을 돌아봤다.

추신수는 6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시즌 종료 기념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는 "은퇴 기자회견 아닙니다"라며 유쾌하게 시작했다.

앞서 추신수는 올시즌을 앞두고 한국에 돌아오게 된 계기 중 하나로 "부모님께 한국에서 야구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는 속내를 드러낸 바 있다.

추신수는 2000년 에드먼턴 청소년야구선수권 대회를 마친 뒤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 미국 무대에 진출했다. 그는 한국에서 보낸 지난 1년에 대해 "부모님이 정말 좋아하셨다"고 회상했다. 추신수는 오승환 이대호 김강민과 함께 1982년생, 한국 나이로는 불혹이다.

"처음에 아버지가 내 빨래를 직접 손으로 하시고, 다림질까지 해주셨다. 그러면서 눈물을 흘리시더라. 어머니도 밥하시면서…매년 집에 왔지만, 늘 밥만 먹고 갔으니까. 이렇게 한집에서 같이 먹고 자고 하는건 20년만 아닌가."

추신수는 "한국말이 많이 늘었다. 특히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 '한드(한국 드라마)' 같은 줄임말을 배웠다. 우리 선수들과 내 나라 말로 웃고 떠들고, 정말 좋은 경험이다. 반대로 영어는 많이 잊어버린 거 같다"고 웃으면서도 "그냥 한국 드라마라고 하면 되는 거 아니냐"며 '아재'다운 투덜거림도 덧붙였다.

시즌중 인터뷰에 임한 SSG 선수들은 추신수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경우가 많았다. 정신적 지주였고, 기술적으로도 많은 조언을 받았다는 것. 이에 대해 추신수는 "미국에서 생활한 경험이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마이너리그에만 7년 있었다. 온갖 나라에서 온, 피부색도 성격도 전혀 다른 선수들과의 대화법을 배웠다. 내 생각엔 이게 맞지만, 상대방은 아닐 수도 있다. 이렇게 하라고 '지시'하기보다 왜 이걸 해야하는지, 어떻게 더 나은 선수가 될 수 있는지 상대를 존중하고 선택권을 줬다. 나보다 15살 어린 (김)찬형이나 (최)지훈이도 다 성인이니까, 이렇게 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추신수는 후배들을 위한 조언과 일침도 아끼지 않았다. 나성범(NC 다이노스)처럼 미국 진출을 노리는 선수에겐 "가서 잘하든 못하든 메이저리그 보장 계약으로 가라. 스플릿 계약으론 가지 마라. 자칫 마이너리그로 내려가면 야구에 집중할 수 없게 된다"고 충고했다. "어떤 선수는 하루에 안타 2개가 목표더라. 난 안타보다는 출루 3번이 목표다. 몸에맞는볼이든 볼넷이든 안타든 1루에 나가면 된다. 그게 리드오프의 마음가짐"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우리 선수들이 매 경기를 좀더 소중하게 생각했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야구 유니폼 입고 있으니까 평생 야구할 것 같겠지만, 그렇지 않다. 지금의 이 1경기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는 순간이 온다. 당장 우리 팀이 마지막 경기 패배로 가을야구를 못했지 않나. 마지막 경기에 임하는 그 (간절한)마음을 평소에 가졌다면 오지 않았을 상황이다."

추신수는 올시즌 팔꿈치 부상을 안고 뛰었다. 내주중 미국에서 의사의 검진을 받고 필요하다면 수술도 받을 예정이다. 올시즌 성적은 타율 0.265 21홈런 69타점 25도루, 출루율 0.409 장타율 0.451이다.

"기록에 큰 욕심은 없었지만, 그래도 타율과 출루율은 좀 아쉽다. 예상보다 낮았다. 득점도 더 많이 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그래도 4할 출루율에 100볼넷 이상(103개) 도루 20개 넘겼으니 추신수가 아직(39세지만) 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한 해인 거 같다."

인천=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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