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최준용. 스포츠조선DB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창단 첫 우승에 도전하는 KT 위즈가 실전 점검에 나선다.
그런데 자체 청백전 대신 '진짜 실전 상대'를 골랐다. 그것도 KBO리그 팀이다. KT는 오는 8~9일 김해 상동구장에서 롯데 자이언츠와 상대한 뒤, 11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로 한화 이글스를 불러들여 연습경기를 갖는다.
정규시즌 우승팀은 '한국시리즈(KS) 직행'이라는 특권이 주어진다. 와일드카드결정전-준플레이오프(준PO)-플레이오프(PO)로 이어지는 포스트시즌에서 각 팀이 혈투를 펼칠 때, 상대에 맞춰 여유롭게 시리즈를 준비할 수 있다.
하지만 매번 KS 직행팀에게 변수로 꼽혀온 것은 실전 감각이었다. 준PO나 PO를 치르고 올라온 팀이 혈투 속에 경기력 향상이라는 소득을 얻는 반면, KS 직행팀은 자체 청백전이나 대학-독립리그팀과의 연습경기로 감각을 추스리는 게 대부분이었다. 같은 실전이지만 기량이나 긴장감의 차이를 무시할 수 없다. 때문에 KS 직행팀이 앞선 시리즈를 치르고 올라온 팀에게 고전하거나, 심지어 업셋을 당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벌어졌다.
코로나 시대 국내 캠프가 KT에겐 호재가 됐다. 해외에 마무리캠프를 차렸던 5강 탈락팀들은 코로나 사태 이후 국내에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롯데와 한화 뿐만 아니라 NC(창원), KIA(광주-함평), SSG(인천-강화)가 캠프 일정을 이미 시작했거나 앞두고 있다. 와일드카드결정전으로 포스트시즌 일정을 마친 키움도 퓨처스(2군) 선수들을 중심으로 지난달 31일부터 전남 고흥에서 마무리캠프 일정을 시작한 상태다.
그렇다면 롯데와 한화가 KT의 스파링파트너로 선택된 배경은 뭘까.
두 팀은 '신예 육성'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실전 위주로 경기력을 점검하고 데이터를 토대로 부족한 부분을 찾아 새 시즌 전 보완하는 방식에 주력해왔다. 롯데는 시즌 종료 시점을 전후해 NC, 삼성, KT와 교육리그격인 '낙동강리그'를 진행했다. 1군-퓨처스 동시 육성 시스템을 가동 중인 한화는 최원호 퓨처스 감독이 중심이 돼 서산구장에서 1군 플레잉타임이 부족했거나 데이터가 좀 더 필요한 선수들의 실전 훈련 일정을 잡아둔 상태. 롯데 마무리캠프엔 신인왕 후보 최준용을 비롯해 김도규 이인복 안중열 추재현 한동희 나승엽 등 올해 1군에 중용된 선수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한화는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내년 KBO리그 데뷔를 앞둔 권광민을 비롯해 이도윤 이동훈 장지승 박정현 장웅정 남지민 김이환 등이 포함된 '서산 실전조'를 KT전에 출격시킨다.
KT 입장에선 1군 경기 경험이 있는 양질의 선수들과 맞붙어 KS 대비 경기력 향상 뿐만 아니라 긴장감을 끌어 올릴 수 있는 기회다. 반대로 롯데와 한화에겐 마무리캠프에서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정규시즌 최강팀과의 맞대결을 통해 육성 목표에 탄력을 줌과 동시에 선수들의 동기부여를 크게 끌어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KT전에 최선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KT에겐 두 번째 가을야구다. 지난해 정규시즌 2위로 PO에 직행했으나, 두산에 밀려 창단 첫 KS행 문턱에서 발걸음을 돌렸다. KS로 직행해 V1을 노리는 올해 당시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 더 철저하게 준비에 나서는 모양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