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처마다 '가을본능'이 꿈틀댔다. 키움에 0-2로 뒤지던 7회말 두산 김태형 감독은 1사 1, 3루에서 주전 3루수 허경민과 포수 박세혁을 동시에 빼고 김인태, 조수행을 내보냈다. 이 결정은 김인태의 동점 2루타로 완벽하게 들어 맞았다. 157㎞ 강속구를 뿌리며 6회까지 두산 타선을 압도한 안우진이었지만, 묘수를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박병호, 김웅빈의 희생플라이로 2점을 달아난 키움을 두산은 8회말 김재환의 투런포 한 방으로 따라잡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두산의 앞을 막아선 것은 이정후였다.
김강률은 134㎞ 슬라이더를 초구로 택했다. 하지만 이정후가 노린 것은 직구였다. 이정후는 2구째에 146㎞ 직구가 들어오자 여지없이 방망이를 돌렸다. 타구는 우중간을 완전히 가르는 2루타. 주자 두 명이 모두 홈을 밟았고, 이정후는 포효하면서 기쁨을 만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