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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 NC→KT도 해낸 정규시즌 우승. '불혹' 롯데는 언제? [SC초점]

김영록 기자

입력 2021-11-01 10:21

수정 2021-11-02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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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 NC→KT도 해낸 정규시즌 우승. '불혹' 롯데는 언제?
30일 부산구장, KBO리그 LG와 롯데 경기. 4대2로 승리한 롯데 마무리 김원중과 안중열 포수가 기쁨을 나누고 있다. 부산=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1.10.30/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2021시즌은 KT 위즈의 우승으로 마무리됐다. 시즌 내내 선두를 달리다 막판 심각한 부진을 겪었지만, 기어코 한국시리즈 직행을 이뤄냈다. 돌아온 '명가' 삼성 라이온즈의 도전을 이겨냈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다.



지난해 NC 다이노스에 이어 올해 KT까지, KBO리그의 막내들이 잇따라 정규시즌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반면 프로야구 원년팀임에도 40년간 아직 정규시즌 우승을 한번도 못한 팀도 있다. 바로 롯데 자이언츠다.

롯데는 삼성과 더불어 프로야구 원년부터 구단명도, 스폰서도 바뀌지 않은 유이한 팀이다. 90년대까진 최동원과 염종석을 앞세워 두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 85년 통합우승 포함 꾸준한 강자였지만 한국시리즈 우승이 없었던 삼성과 비교해 부진했던 정규시즌을 애써 덮을 수 있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삼성이 2002년 첫 우승을 시작으로 왕조를 건설하면서 두 팀의 차이는 넘사벽으로 벌어졌다.

창단팀인 KT와 키움 히어로즈 정도를 제외하면, 가장 오랫동안 한국시리즈 우승을 못한 팀이다. 한국시리즈 진출도 1999년이 마지막이다. 2001년 데뷔한 '부산의 심장' 이대호는 단 한번도 그 무대를 밟지 못했다.비슷한 처지인 LG 트윈스와 비교해도, LG는 한국시리즈를 우승한 1990년과 1994년 정규시즌에 우승을 차지했었다.

올해 롯데는 감독 교체 여파를 딛고 후반기 상승세를 타며 시즌 막판까지 가을야구를 꿈꿨다. 하지만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를 맛봤다.

개막 당시의 각오는 남달랐다. 이대호가 FA 2년 계약을 하고, 2022년 현역 은퇴 및 우승 인센티브 조항을 통해 팀 전체에 강한 동기부여를 했다. 어느덧 30대 중반에 접어든 전준우 손아섭 정 훈 등 베테랑들의 각오도 매서웠다.

시즌 스타트가 워낙 좋지 못했다. 5월 11일 허문회 전 감독이 경질되기까지, 개막 30경기 성적이 12승18패로 전체 꼴찌였다. 하지만 래리 서튼 감독 부임 후 성적은 53승53패8무. 5할 승률을 달성했다. 서튼 감독도 "우리 팀이 양적으로, 질적으로 크게 성장했다"며 내년에 대한 기대를 당부했다.

사령탑이 바뀐 뒤 가장 달라진 점은 퓨처스 선수들의 활용 여부다. 스프링캠프 당시 2군에서 1군으로 올라온 선수는 김진욱이 유일했다. 허 전 감독은 "일부러 1군 캠프 인원을 늘렸다. 필요한 선수는 1군에 다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서튼 감독은 기회가 닿을 때마다 신예 선수들을 1군에서 테스트했다. 주력 선수들에게도 충분한 휴식을 부여했다. 이 과정에서 추재현 김도규 김민수 신용수 등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이뤄지며 선수단 뎁스가 두꺼워졌다.

구승민-최준용-김원중은 롯데 역사상 최강의 필승조 라인을 구성했다. 구승민과 최준용은 나란히 20홀드, 김원중은 2017년 손승락(37세이브)에 이어 프랜차이즈 역대 2위인 35세이브를 거뒀다. 샛별 김도규의 가세도 인상적이었다. 후반기 롯데는 6회까지 리드를 잡으면 지지 않는 팀이었다.

타선 역시 최다안타 1위(192개)-타격 2위(0.348)에 오른 전준우를 축으로 이대호-손아섭-안치홍-정 훈 등 베테랑 라인이 건재했고, 한동희가 힘을 보태며 탄탄한 짜임새를 과시했다. 마차도 역시 외인 타자들의 동반 부진 속 꾸준한 활약과 더불어 10개 구단 유격수 최다 수비이닝(1076⅔이닝)을 소화하며 명품 수비를 뽐냈다.

하지만 선발진이 아쉬웠다. 롯데의 팀 평균자책점은 5.38, 리그 전체 최하위다. 토종 에이스 박세웅이 10승을 달성하며 2017년 이후 두 번째 두 자릿 수 승수를 거뒀지만, 스트레일리는 작년만 못했고 프랑코는 기복이 심했다. 시즌 전부터 약점으로 지적받던 이승헌 서준원 노경은 등 하위 선발진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선발의 부진은 불펜에도 큰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후반기 들어 이인복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게 다행이다.

서튼 감독에게 다음 시즌 계획과 전망을 물었다. "올해는 팀이 성숙해지는 과정이었다. 챔피언십 문화를 구축하고, 팀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노력했다. 마운드 뎁스가 크게 좋아졌다. 내년에는 디테일에서 보다 꾸준함을 갖추길 원한다. 2022시즌이 정말 기대된다. 이대호와 한국시리즈? 바람이 아니라 현실이 될 수 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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